[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그만큼 외쳤건만,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친다고. 늦었다 많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디딘 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의 발언에 누리꾼 반응입니다. 이날 비상 거시경제금융 회의에서 추 부총리는 “당초 시장의 예상 수준을 뛰어넘고 성장 전망이 큰 폭 하향 조정되면서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이 다소 확대됐다”라고 밝혔습니다.
22일 새벽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00~3.25%로 0.75%포인트 인상했습니다. 추 부총리의 발언과 달리, 이번 연준의 자이언트스텝은 시장의 예상대로였습니다. 일각에선 ‘울트라스텝’(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도 조심스레 점쳤지만, 대부분 전문가는 0.75%포인트를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번 연준의 자이언트스텝으로 미국의 정책금리는 우리나라(2.5%)보다 0.50~0.75% 높아졌습니다. 한미 금리역전이 다시 이뤄진 것입니다. 이에 한국은행의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10월 14일) 보폭도 넓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추 부총리와 함께 참석한 비상 거시경제금융 회의가 끝난 뒤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이 총재는 회의 직후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기조가 아직 유효하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지난 수 개월간 드린 포워드 가이던스(사전예고지침)에는 전제조건이 있다”라며 “포워드 가이던스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연준의 최종금리에 대한 시장 기대가 오늘 새벽 파월 의장이 얘기했듯 4% 수준 그 이상으로 상당폭 높아진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우리(한은)는 4%에서 안정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기대가 많이 바뀌었다”라며 “다음 금통위까지 2∼3주 시간이 있는 만큼 금통위원들과 함께 이런 전제조건 변화가 성장 흐름, 외환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기준금리 인상 폭과 시기 등을 결정하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이번에도 변함없이 ‘더 빨리, 더 크게’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환율’이 심상찮다는 겁니다.
“이 지경을 만들어놓고도, 0.5 올릴까 말까 눈치 보고 있냐? 최소한 미국보다는 높아야 될 것 아니냐? 뭐 저런 매XX들이 있나?” “1프로 더 올려라. 미국보단 더 올려야” “현재로선 이게 맞지. 나중에 확 내리더라도” “영끌 X들 살려주겠다고 서민경제 나라 경제 박살 내려고 하냐?? 0.5포인트가 아니라 최소 0.75부터 시작해야지. 영끌은 지들이 선택한 걸 왜 일반 시민들까지 볼모로 잡고 경제를 망치는 건데” “무능, 무책임. Fed가 0.75 올릴 거 이제 안듯이 말하네. 한심하기는” “다른 나라에서는 다 (미국 최종 정책금리를) 4.4에서 4.5 말하는데 왜 자꾸 4프로래”.
“환율 무너지는데 저리 팔자 좋은 소리 하고 있네. 저번에 기회를 놓쳤으면 이번 기회는 살려라. 좀” “달러 환율 1400원이 뭘 뜻하는지. 당장 금리 안 올리면 기업도산 곧 시작된다” “선제적으로 올리고 환율 방어했어야 했지. 이제 늦었다. 환율 초고속으로 올라갈 거다. 무정부다” “미국이 빅스텝 이상으로 갈 거 온 국민이 알았는데 왜 한은 총재만 몰라서 환율 이 지경으로 만들었을까?” “한은 정신 차려. 환율 1500 후반까지 갈 가능성 있다. 눈치 보면서 월급만 받고 나라 경제 망해도 당신하고는 상관없다 이거 아냐. 사표만 내버리면 끝”.
한편 한미 금리역전으로 다음 달 원/달러 환율이 ‘1434’원까지 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이날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이 10월 금통위에서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이나 빅스텝을 밟더라도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0.125(빅스텝 가정)~0.375%p(베이비스텝 가정)로 금리역전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미국의 기준금리 변동 폭(전년 동월 대비)이 우리나라보다 1%p 커질 경우, 원/달러 환율 상승률은 8.4%p 추가 상승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10월 금통위가 베이비스텝을 밟을 경우, 한미 기준금리 변동 폭의 격차는 1%p 만큼 벌어집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환율 상승률은 1년 전(14.0%)보다 8.4%p 더 뛴 1434.2원(22.4% 상승)까지 오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반면 금통위가 빅스텝을 밟는다면, 한미 금리 인상 폭은 0.75%p 벌어집니다. 이에 따른 다음 달 환율 상승률은 20.3%로 달러당 ‘1409.6’원입니다. 환율이 13년 6개월 만에 1400원을 돌파한 날, 이창용 총재는 “환율이 물가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이를 잡기 위해 어떤 정책을 해야 하는지가 (한은의) 큰 의무”라고 말했습니다. 이제 그 ‘의무’를 지킬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