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고공행진 ‘킹달러’ 전망, 1450원까지 오를까 [사자경제]
상태바
환율 고공행진 ‘킹달러’ 전망, 1450원까지 오를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9.08 12: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달러 환율 상단 1400원 예상 속 연말까지 ‘1450원’ 전망도… “장기화 대비” 한목소리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달러화 초강세가 추석을 지나 연말까지 이어지며 환율이 1450원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달러화 초강세가 추석을 지나 연말까지 이어지며 환율이 1450원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추석 연휴에도 해외 금융・외환시장 및 실물경제 상황을 실시간 점검, 신속히 대응하겠다.”

지난 5일, 추경호 부총리가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다짐한 약속입니다. 이날 추 부총리는 “환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라며 “경상수지 ‘흑자 축소’ 가능성도 있다”라고 불안한 시장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불과 이틀 뒤 한국은행은 8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시장 변동성이 당국의 예상보다 훨씬 빠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8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달러화의 초강세 현상인 ‘킹달러’가 오래갈 가능성이 큽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6일 개최한 외화유동성 점검 회의에서는 “달러화 강세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라는 쪽으로 금융권의 의견이 모였습니다. 이와 함께 시장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 ‘1450원’까지도 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먼저 외화유동성 점검 회의에 참석한 외국계 은행 관계자들은 “최근의 원화 가치 하락은 유로화·엔화 등 주요 선진국 통화가치 하락과 같이 달러화 강세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수급 요인과 심리적 요인에 의한 현상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일방적인 ‘위험회피’(risk-off)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환율은 글로벌 긴축 사이클, 무역량 감소 등 수출중심 국가에 불리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으나, 달러화 강세 장기화 가능성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라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아울러 국내 스와프시장에서의 달러 유동성도 양호해 과거 위기 때와는 다르다고 평가했습니다.

국내 은행권 회의 참석자들은 “자체 대책반 등을 구성하여 외환시장 및 외화자금 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유사 시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등 금융시장 불안 확대에 대한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김영주 금감원 부원장보는 “현재 국내은행의 외화유동성은 양호한 것으로 보이나, 더욱 보수적으로 관리해 나갈 것”을 당부했습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5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5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이처럼 국내외 은행들이 강달러 장기화 대비를 언급한 가운데, 금투업계 전문가들도 달러화의 고공행진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조만간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데, 일각에서는 ‘1450원’까지 점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상황이 2000년대 초반 미국 닷컴 버블 붕괴 때와 비슷하다는 지적까지 나옵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닷컴 버블 붕괴를 촉발한 방아쇠는 주식시장 가격 거품과 연준(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었다”라며 “닷컴 버블 사태는 전 세계 증시 약세로 이어지며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달러화 강세를 이끌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도 “이달 FOMC(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20~21일 개최) 이전까지 외환시장은 연준의 긴축 입장을 주시하며 강달러 기조를 유지할 것이고, 유럽 경제의 부진한 상황도 달러 강세를 유도할 전망”이라며 “환율 상단을 1400원대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도 “시장이 1400원까지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환율 상승베팅 열기는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현재로서는 당국의 강력한 미세조정, 인민은행의 위안화 방어 추가 조치 도입 외에는 원화 약세를 진정시킬 재료가 전무하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원/달러 환율이 ‘1450원’까지 오를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김준영 흥국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의 끝자락이 아직 가시거리에 들어와 있지 않고 그만큼 달러의 고점 확인도 늦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연말까지”라는 예상 환율 상단 유효기간을 내놨습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달 FOMC(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20~21일 개최) 이전까지 외환시장은 연준의 긴축 입장을 주시하며 강달러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시장 전문가들은 이달 FOMC(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20~21일 개최) 이전까지 외환시장은 연준의 긴축 입장을 주시하며 강달러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외환 태풍이 무섭다며 제2의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오기 전에 하루빨리 금리를 올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몇달 전까지 코로나 위기에도 외환 보유 역대 최고라는 뉴스를 본 거 같은데. 지금은 어떨까. 바이든 왔을 때, 핵심사업 넘겨주고, 통화 스와프라도 제안하셨으면 국민들 불안하지 않았을 텐데. 일단 금리를 올리세요. 외환 태풍이 더 무섭습니다” “힌남노보다 더 중대한 국가비상사태다! 도대체 뭐하나?” “환율 방어?? 관리?? 뭐라도 해라. 도대체 정부는 뭘 하는 거냐? 한국은행이 미국 관리하에 있나???”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뭐하나 똑바로 하는 게 없음”.

“금리를 올리자니 한계 개인·기업, 부동산 폭락이 큰 문제가 되고, 안 올리면 환율·수입물가가 큰 문제라서 지금 줄타기 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이 와중에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면 진짜 제2 IMF 온다. 이미 개인·기업·정부 모두가 빚더미에 올라타서 크지 않은 경제 충격에도 큰 위기가 올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금은 무역수지 관리가 진짜로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 아마도 경제 당국자는 요즘 잠이 잘 안 올 듯하다”.

환율이 뛰자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떠올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 운동에 참여한 시민들. 여성 등에 업힌 아동은 이제 20대 후반이 되었을 것이다. /사진=국가기록원
환율이 뛰자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떠올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 운동에 참여한 시민들. 여성 등에 업힌 아동은 이제 20대 후반이 되었을 것이다. /사진=국가기록원

한편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7원 내린 1375.5원에 개장했습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국제 기름값이 하락하면서 달러 강세를 다소 가라앉혔습니다. 하지만 다시 상승하며 1388.4원까지 고점을 높였습니다. 올해 한가위도 나라 경제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