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로 불어난’ 수상한 외화송금, 대체 어디로 갔을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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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로 불어난’ 수상한 외화송금, 대체 어디로 갔을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9.2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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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 은행 점검 결과, 1조원 가까이 더 나와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대구지검은 수상한 외환 거래가 이뤄졌다며 지난 21일 우리은행 본점을 압수 수색했다. /사진=뉴스웰DB
대구지검은 수상한 외환 거래가 이뤄졌다며 지난 21일 우리은행 본점을 압수 수색했다. /사진=뉴스웰DB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은행을 거쳐 해외로 빠져나간 외화 송금을 들여다보고 있는 금융감독 당국이 중간결과를 내놨는데, ‘수상한’ 송금이 추정했던 것보다 많았습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12개 은행에서 확인된 이상 외화 송금 규모는 72억2000만달러였습니다. 또 중복을 제외한 이상 외화 송금 혐의업체는 82개였습니다.

수상한 외화 송금이 10조1080억원으로, 40일 만에 9520억원 더 불어났다. /자료=금융감독원
수상한 외화 송금이 10조1080억원으로, 40일 만에 9520억원 더 불어났다. /자료=금융감독원

이는 금감원이 지난달 14일 내놓은 중간 집계치(65억4000만달러, 65개사)보다 6억8000만달러 늘어난 것입니다. 원/달러 환율 1400원으로 따지면 이상한 외화 송금은 10조1080억원으로, 40일 만에 9520억원 더 불어났습니다. 따라서 추가로 검사가 이뤄지면 앞으로 그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별 이상 거래 규모를 보면 ▲신한(23억6000만달러) ▲우리(16억2000만달러) ▲하나(10억8000만달러) ▲KB국민(7억5000만달러) ▲NH농협은행(6억4000만달러) ▲SC제일은행(3억2000만달러) ▲IBK기업은행(3억달러) ▲SH수협은행(7000만달러) ▲부산은행(6000만달러) ▲경남은행(1000만달러) ▲대구은행(1000만달러) ▲광주은행(500만달러) 순이었습니다.

또 자금이 흘러 들어간 국가는 ▲홍콩(71.8%) ▲일본(15.3%) ▲중국(5.0%) 순이었고, 송금 통화는 미국 달러화가 전체의 81.8%를 차지했습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들 대다수 거래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이체된 자금이 여러 법인과 개인을 거쳐 국내 무역법인 계좌로 모인 뒤 해외로 송금되는 구조였습니다.

금감원은 다음 달까지 12개 은행의 검사를 마무리할 예정이지만, 필요하면 얼마든지 연장한다는 입장이다. /자료=금융감독원
금감원은 다음 달까지 12개 은행의 검사를 마무리할 예정이지만, 필요하면 얼마든지 연장한다는 입장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이번에 적발한 82곳의 혐의업체는 ▲상품종합 중개·도매업(18곳) ▲여행 관련업(16곳) ▲화장품 관련업(10곳) 순이었습니다. 이들 가운데 45곳은 5000만달러 이하를 송금했지만, 3억달러 이상을 보낸 법인도 5곳이나 됐습니다. 또 40개 업체는 하나의 은행을 통해 송금했지만, 나머지 42곳은 여러 금융사를 통해 외화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금감원은 다음 달까지 12개 은행의 검사를 마무리할 예정이지만, 필요하면 얼마든지 연장한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자금 흐름을 추적해 실체를 규명하는 한편, 은행의 책임 여부도 따져볼 계획입니다. 증빙서류를 확인하지 않고 송금해줬거나, 특정금융정보법상 고객 확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등 위법 사항이 발견된다면 엄중히 조치할 방침입니다.

수상한 외화 송금이 더 불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은행에 의심의 눈초리와 함께 철저한 조사와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수상한 외화 송금이 더 불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은행에 의심의 눈초리와 함께 철저한 조사와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은행에 의심의 눈초리와 함께 철저한 조사와 엄벌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은행은) 알고 있지 않았을까??” “11조원의 환전 송금이 강력한 비호 세력 없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국기문란 사건이다. 철저 수사해서 명명백백 밝혀야 한다” “어디로 간 것도 중요하지만, 누가 그 많은 돈을 불법적으로인지 합법적으로 송금했는지와 그 불법 송금자를 체포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왜 변죽만 울리시지요?” “해외 불법 송금을 차단하라. 컴퍼니에 대한 세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누가 한 짓인지 곧 나오겠군. 죄를 지은 자는 잠이 안 오겠지. 잡아서 능지처참합시다” “관련자 모조리 색출하라”.

은행 임직원의 횡령 사고가 발생해도 형사 고발과 회수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황운하 의원실(금융감독원 제공)
은행 임직원의 횡령 사고가 발생해도 형사 고발과 회수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황운하 의원실(금융감독원 제공)

한편 은행 임직원의 횡령 사고가 발생해도 형사 고발하는 경우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감원이 황운하 의원실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현재까지 5대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횡령 사고는 ▲하나 18건(69억9540만원) ▲NH농협 15건(29억170만원) ▲신한 14건(5억6840만원) ▲우리 10건(736억5710만원) ▲KB국민은행 8건(3억580만원) 순이었습니다.

모두 65건 가운데 실제 고발까지 이뤄진 것은 40건(61.5%)에 그쳤습니다. ▲하나 16건(88.9%) ▲NH농협 12건(80%) ▲KB국민은행 6건(75%) 순으로 형사 고발했지만,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4건(40%)과 2건(14.3%)에 불과했습니다. 법적 조치가 미비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특히 횡령 금액 회수율은 ▲신한 4억9890만원(87.8%) ▲하나 46억3590만원(66.3%) ▲KB국민 9150만원(29.9%) ▲NH농협 1억5710만원(5.4%) ▲우리은행 8억850만원(1.1%) 순이었습니다. 우리은행은 최근 700억원대 횡령 사고 영향이 컸습니다. 23일 이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6.82%까지 치솟았습니다. 어느 때보다 깨끗하게 장사를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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