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물가 총력전’ 정부, 농심 라면값 끌어내릴 여력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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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물가 총력전’ 정부, 농심 라면값 끌어내릴 여력 있다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3.11.22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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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해외 매출 줄었는데도 국내 점유율은 되레 증가
원자재 가격 급락에도 라면가격은 찔끔 내려 큰 차익
물가전담부서 마련 정부, 서민물가 잡기 적극 나서야
농심의 라면 제품들. /사진=농심
농심의 라면 제품들. /사진=농심

K-라면의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하는 호실적을 거두고 있는 가운데, 국내 라면업계 1위 농심의 3분기 해외 매출은 되레 감소했음에도 깜짝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자 해석이 분분하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라면 수출액은 7억8525만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24.7% 늘었다. 역대 최대를 기록한 지난해 연간 라면 수출액 7억6541만달러를 이미 넘어서며 9년 연속 사상최대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국내업계 1위 농심의 경우 해외 매출이 지난해 동기보다 2.5% 가량 감소했음에도 3분기 전체 매출이 8559억원으로 5.3% 늘고, 영업이익은 557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농심의 깜짝 호실적이 해외 매출보다는 국내 판매 증가에 힘입은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농심이 지난 14일 발표한 3분기 경영실적. /자료=농심
농심이 지난 14일 발표한 3분기 경영실적. /자료=농심

농심은 3분기 실적 공시를 통해 신라면 레드와 먹태깡 등 신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국내 라면 매출이 9% 늘고 스낵 매출이 11% 증가했으며, 시장점유율도 직전 분기 대비 1%포인트가 늘어 55.9%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심의 해외 부문을 제외한 국내 실적(별도 기준)만 보면 3분기 매출이 6595억원으로 전년 동기 6154억원보다 7%가 늘었고, 영업이익은 343억원으로 전년 동기 132억원의 3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국·미국 등 해외법인의 3분기 매출은 모두 감소했다. 중국의 경우 매출은 42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6억원이 줄었고, 미국에선 1302억원을 기록해 31억원이 감소했다.

농심이 이처럼 해외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깜짝 실적을 기록한 이유가 국내 판매 증가와 원재료 가격 인하로 높아진 마진율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자 원가 부담이 낮아졌음에도 라면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큰 차익을 남기고 있는 행태에 대한 소비자 원성이 예상된다.

농심이 공시한 해외법인 매출 실적. /자료=농심
농심이 공시한 해외법인 매출 실적. /자료=농심

농심은 지난해 물류비 인상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밀 가격 급등을 이유로 라면값을 11.3% 인상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서민들의 대표적인 대체식품 라면 사재기 현상 등 혼란이 있었고, 정부의 압박에 못이겨 지난 7월 가격을 4~5% 찔끔 인하했다.

농심이 3분기 호실적을 거둔 배경엔 주요 원자재인 밀과 팜유 등의 원가 부담 하락세도 한몫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선물시장 등에서 국제 밀 가격은 지난해 5월보다 50.3%, 팜유 가격은 41.8% 내렸다. 농심이 지난 7월 가격을 인하하고도 3분기 호실적을 거두면서 원가 부담을 흡수할 여력이 아직 충분해 보인다는 평가다.

농심은 지난해 9월 가격 인상 이후인 같은 해 4분기 국내 매출에 따른 영업이익이 270억원이었고, 올 들어서도 3분기까지 101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1년 전(364억원)보다 7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해외 부문 매출까지 합치면 올해 3분기 누적 173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72억원이 늘어났다.

정부는 최근 라면·빵 등 생필품 가격을 하루 단위로 점검하고 물가관리 전담부서를 지정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라면업계는 지난 7월 가격을 인하한 만큼 추가 인하에 난색을 표하며 당분간 현 가격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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