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7억 vs 14억, 범인이 ‘계약갱신청구권’?… “국회의원 전수조사”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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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7억 vs 14억, 범인이 ‘계약갱신청구권’?… “국회의원 전수조사”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6.1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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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당근마켓에 미개봉 무선청소기가 많은 이유'라는 글과 함께 올라온 사진. /사진=보배드림
온라인 커뮤니티에 '당근마켓에 미개봉 무선청소기가 많은 이유'라는 글과 함께 올라온 사진. /사진=보배드림

“47만원 고급 청소기를 13만원에 파는 것처럼 올렸지만 사실은 12만원짜리.”

지난 13일 오후, 이른바 ‘깨시민’(깨어 있는 시민) 회원이 많다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옵니다. <OO마켓에 미개봉 무선청소기가 많은 이유>. 글쓴이는 대기업 일부 직원들이 복지몰에서 저가 상품을 구입한 뒤 중고시장에 되팔기 때문에 이중가격이 발생한다고 주장합니다. 세 시간 뒤 반박도 이어졌지만 해당 글은 15일 오전 10시 29분까지 18만명 넘게 읽었습니다.

‘이중가격’. 같은 상품에 대하여 두 가지 이상의 가격을 매기는 것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이중가격은 시장에서 부르는 가격과 실거래가격의 다름을 뜻함으로, 즉 ‘가격에 거품이 끼었다’라고 빗대어 표현하기도 합니다. 서울 지역 아파트의 전셋값이 계속 오르면서 같은 아파트 같은 면적에도 전세가격이 크게 차이가 나는 이중가격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서울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길음센터피스’ 전용 84.9㎡는 지난 4월 10억원(14층)에 전세 계약을 체결해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지난달 같은 면적의 4층은 5억90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서울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길음센터피스’ 전용 84.9㎡는 지난 4월 10억원(14층)에 전세 계약을 체결해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지난달 같은 면적의 4층은 5억90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1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99.6㎡는 지난 9일 보증금 7억9800만원(22층)에 전세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는 사흘 전 계약한 가격(14억5000만원·4층)의 절반 수준입니다. 같은 아파트 똑같은 면적의 전셋값이 2배 가까이 벌어진 것입니다.

서울 일부 아파트 단지는 전셋값이 2배 이상 차이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 전용 84.43㎡는 지난달 25일 1층 물건이 9억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지만, 같은 달 4층 물건은 4억305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습니다. 이밖에도 같은 달 같은 면적의 전세계약이 이뤄진 가격대를 보면 5억, 7억, 8억원대까지 차이를 보였습니다.

강북 지역의 경우도 이중가격 현상은 예외가 아닙니다.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길음센터피스’ 전용 84.9㎡는 지난 4월 10억원(14층)에 전세 계약을 체결해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같은 면적의 4층 전세 물건은 지난달 5억9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습니다. 한 달 만에 전셋값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진 것입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99.6㎡는 지난 9일 보증금 7억9800만원(22층)에 전세 계약을 맺어, 사흘 전 계약한 물건(14억5000만원·4층)의 절반 수준이었다. /자료=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99.6㎡는 지난 9일 보증금 7억9800만원(22층)에 전세 계약을 맺어, 사흘 전 계약한 물건(14억5000만원·4층)의 절반 수준이었다. /자료=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이 같은 이중가격 현상은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여부 차이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풀이합니다. 계약갱신청구권 전세 물건은 전월세상한제 ‘5% 인상룰’을 적용, 기존 보증금에서 최대 5%까지 인상할 수 있습니다. 앞선 사례의 래미안길음센터피스 4층 전세 물건(5억900만원) 역시 2년 전 전셋값(4억8500만원)에서 약 5% 올린 수준입니다.

반면 새로 계약하는 전세 물건은 계약갱신청구권과 무관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습니다. 매매가격이 계속 올라가면서 전셋값까지 덩달아 껑충 뛴 것입니다. 부동산업계는 현재 계약갱신 전세 물량이 신규 계약으로 전환될 때 또 한 번 역대급 전셋값 폭등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걱정합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전세 물량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 등 임대차 3법 후폭풍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봅니다. 여기에 주택임대사업자 폐지 등 공급에 악영향을 주는 정책이 잇따라 나오면서 부동산 임대차 시장의 불안은 당분간 길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전용 84.43㎡는 지난달 25일 1층 물건이 9억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지만, 같은 달 4층 물건은 4억305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자료=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전용 84.43㎡는 지난달 25일 1층 물건이 9억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지만, 같은 달 4층 물건은 4억305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자료=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서민을 위한 대책의 불똥이 서민들에게 튀고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정책 때문에 전세를 싸게 줬다는 집주인의 불만에는 폭풍 대댓글이 달립니다. 실질적인 공급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바람과 함께 강남에 임대 아파트를 늘려야 한다는 제안도 쏟아냅니다.

“2년 계약 갱신 청구권을 사용하니 원래 전셋값에 5%밖에 못 올리니 저런 사태가 일어남. 전세 시세가 14억5천인데 임대차 3법 땜에 인제 전세 평균도 못 믿겠음. 4년 전세 끝나고 그 전셋값으로 그 근처 이사를 못 감. 심지어 같은 아파트 단지 내로도 이사 불가능함”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세대로 가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긴데 엉뚱한 서민들이 쌩 고통 받는 게 안타까워서” “기존 계약갱신 끝나는 3~4년 후엔 모두 고가 전세 또는 월세겠지~”.

“두배는 무슨... 난 현시세 1/3가격으로 세입자 전세 2년 더 줬다. 나는 비싼 이자내고 있고.. 내 집 놔두고 이게 뭔 짓인지” “나도 집 있지만 전세를 주질 말던가. 무슨 공짜로 빌려준 거 마냥” “나가라고 하고 자기가 살든가. 어이없네” “내후년에 제대로 받으세요. 어쩔 수 없죠. 저도 내년까지만 기다리면 됩니다. 근데 문제는 세입자를 그대로 두면 시세대로 받을 수 없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내보내야 하는 것이 좀 이상합니다. 세입자하고 관계도 나쁘지 않은데”.

“부동산 임대업 폐지하고 임대 없는 실질 공급정책 펼쳤음 좋겠다” “송파.강남.서초에 공공임대 아파트 더 더 늘려라” “국민임대 100만호 가즈아~~” “강남을 국민임대화 고고고” “서울에 100만호 이상 장기 공공 임대아파트 건축하라. 최근의 부동산 문제는 서울 전.월세집 부족이 만든 참사다..문재인정부와 국토부는 언제 입주할지도 모르는 공공 재개발로 시간 낭비하지 말고 환경과 교통 문제가 다소 있더라도 전.월세 물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뿐만 아니라 국유지, 시유지, 군용지, 기타용지, 물류기지 등에 지금 당장이라도 장기 공공임대아파트 100만호 건축을 시작해야 한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부동산 현황 전수조사에 대해 '직무 회피'를 하지 않겠다던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15일 직무를 회피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사진=전현희 SNS
국민의힘 의원들의 부동산 현황 전수조사에 대해 '직무 회피'를 하지 않겠다던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15일 직무를 회피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사진=전현희 SNS

한편 정치권에서는 이중가격이 아닌 ‘이중잣대’ 논란이 사그라들었습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오늘(15일) 국민의힘 의원들의 부동산 전수조사에 대해서도 ‘직무 회피’를 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하지만 국민의 목소리는 떳떳하다면 300명 모두 당당하게 조사를 받으라는 것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이달 8~10일 15개 언론사 보도를 모니터링한 결과입니다.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강조하거나 그 필요성을 부각한 언론은 찾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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