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에 30대까지 짐 싼다… ‘희망퇴직’ 권하는 은행 [사자경제]
상태바
초여름에 30대까지 짐 싼다… ‘희망퇴직’ 권하는 은행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6.14 16: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사이 시중은행 5곳에서 2500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희망퇴직으로 짐을 싼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픽사베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사이 시중은행 5곳에서 2500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희망퇴직으로 짐을 싼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픽사베이

“두 달 사이 2500명이 짐을 쌌다.”

경자년 마지막 달과 신축년 첫 달이 지난 2월 4일, 시중은행 5곳에서 희망퇴직 인원이 집계됩니다. 가장 먼저 퇴직 신청을 받았던 하나·NH농협은행에서는 지난해 12월 각각 511, 496명이 직장을 떠납니다. 올해 1월에는 우리·신한·KB국민은행에서 각각 468, 220, 800명이 짐을 챙깁니다. 특히 국민은행은 퇴직 대상을 1973년생까지 넓히면서 가장 많은 감원을 기록합니다.

‘희망퇴직’. 본인의 의사에 따라 퇴직하거나, 사용자가 인원 감축을 위하여 종업원에게 퇴직 희망을 물어 해고하는 일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으레 연말과 연초에 이뤄지던 금융권의 희망퇴직이 특정 시기를 가릴 것 없이 ‘수시로 상시화’하는 움직임입니다. 아울러 희망퇴직 연령이 낮아지면서 규모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이 이달 10일부터 올해 들어 ‘두 번째’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불과 다섯 달 만에 다시 희망퇴직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직원들이 희망퇴직 대상과 기회를 확대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해 또 한 번의 희망퇴직을 실시하게 됐다”라는 것이 은행 쪽의 설명입니다.

신한은행이 이달 10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지난 1월에 이어 올해 들어서만 두번째다.
신한은행이 이달 10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지난 1월에 이어 올해 들어서만 두번째다.

이례적으로 여름을 앞둔 시기라는 점과 함께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연령도 예전보다 앞당겨지는 분위기입니다. 임금피크제 적용을 앞둔 50대 직원들을 위한 전유물이었지만, 지난 1월 국민은행의 경우처럼 이젠 40대도 희망퇴직 대상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1980년대생’까지 대상에 오르고 있습니다.

KB손해보험은 올해 1983년생(만 38세)까지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15년 이상 근속하면 30대 후반에 희망퇴직을 신청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하나은행도 만 40세 이상 가운데 15년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준정년 희망퇴직’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좋은 조건으로 퇴직’하려는 직원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은행권의 설명입니다.

특히 급속한 디지털 전환으로 핀테크 기업과 인터넷 전문은행이 생겨나면서 ‘미래가 있는 곳’으로 이직하려는 움직임이 트렌드라는 것입니다. 이는 디지털 전환을 위한 구조조정이 절실한 금융사들과 희망퇴직 희망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언급한 5대 시중은행에서 지난해 1년 동안 문을 닫은 점포만 236곳이었습니다.

국내 은행들이 지난해 300개 넘는 점포를 줄이면서 3년 만에 가장 많이 정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국내 은행들이 지난해 300개 넘는 점포를 줄이면서 3년 만에 가장 많이 정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은행원 감축뿐 아니라 일반 은행 점포까지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봅니다. 그러면서 특정 직종까지 줄여야 한다며 나름의 ‘일자리 재편론’을 펼칩니다.

“요즘 행원이 필요 없지. 계좌개설부터 펀드가입, 예적금 관리에 외국은 수표까지 앱으로 찍으면 처리되는 세상인데. 끽해야 큰 금액 대출심사 하는 정도?” “희망퇴직 후 일자리 있습니까? 치킨가게? 커피숍? 불쌍한 세대” “나와 봐야 할 것도 없을 거다” “솔직히 스마트폰 보급률 90프로 이상 되면서 은행 갈일 거의 없습니다. 현금 필요할 때 ATM 가면되고 웬만한 거래 다 스마트폰으로 해결합니다. 은행 가면 가장 싫은 점은 은행원들 애교부리면서 보험 상품 가입 권유합니다. 연금저축 치아 보험 펀드 등등 그거 싫어서라도 은행가기 싫습니다”.

“걱정할게 아닌 듯 3억 퇴직금 준다는데 앞으로 대출전용점포 빼고는 일반점포는 다 없어질듯” “은행 나오면 뭐할 건가? 재취업도 힘들고 자영업도 힘들고... 퇴직하고 나면 그때가 인생에서 최고의 황금기라는 걸 알게 될 걸” “대출업무는 대면해야 하지 않나 카카오는 주택담보대출 같은 건 힘들 텐데 내가 무식한건가?” “은행은 희망퇴직, 명예퇴직 해도 명퇴금을 2년치 정도 주니까 좋은 조건이다. 중소기업은 1~2개월 해고수당. 그리고 더 나쁜 것은 임금체불. 월급 줄 돈이 없으면 해고수당 주고 자르는 것이 더 좋은 것임”.

“국회의원, 앤드 범죄자 집단 지방의회는 왜 안 줄이나? 디지털 세상이 되고 화성을 간들 뭐해? 지들 권력은 무한대인데…” “국개원 공무원만 많이 필요한 나라 다 기계화 시대의 역행” “경쟁력이 없는 것은 도태하기 마련이다, 정부 탓하지 말라. 기업이 돈 되는데 안할 리 없을 거고” “지점장 은퇴 후 해당은행 경비원으로 일하는데 응대 더 잘함. 실질적으로 렌터카까지 줘가면서 자리 연연보단 대출 쪽으로 두세명 더 뽑는 게 좋지” “은행 출신들 핀테크 기업 와서 적당히 버로우 타라. 진짜 너무 답답하고 공무원처럼 주워만 먹다가 가서 열매 따려니까 나무 오르는 법도 모름”.

KB국민은행은 영업점 31개 업무에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를 이뤘다고 14일 밝혔다. /자료사진=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은 영업점 31개 업무에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를 이뤘다고 14일 밝혔다. /자료사진=KB국민은행

한편 KB국민은행은 영업점 31개 업무에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를 이뤘다고 이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11개 업무는 직원의 요청 없이도 자동화 시스템이 알아서 점검하고 처리하는 방식이 적용됐습니다. 더 좋은 은행이 되겠다는 관계자의 말이 로봇의 음성처럼 들립니다. “앞으로 영업점 업무에 적용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고객 상담 품질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퇴직 백만장자가 나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하나은행의 관리자급 퇴직자는 급여 2억9400만원에 상여금 3300만원, 퇴직급여 9억6300만원으로 모두 12억9000만원의 보수를 가져갔습니다. 같은 기간 지성규 당시 은행장보다 2억7000여만원을 더 받은 것입니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들의 취사선택권을 뺏은 오늘도 ‘기레기’가 됩니다.

“이런 기사들 보면 참 자괴감이 듭니다. 이런 건 그냥 알려 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은행업무도 결국 힘든 일은 다 비정규직이 하던데... 쳇!”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