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재난지원금에 중간배당까지… ‘7월의 보너스’?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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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재난지원금에 중간배당까지… ‘7월의 보너스’?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6.17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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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지난해 7월 하나금융지주는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에도 1458억원의 중간배당을 결정했다.
지난해 7월 하나금융지주는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에도 1458억원의 중간배당을 결정했다.

“경제에 대해 잘 모릅니다만, 주주의 권리와 이익을 당국이 부당하게 침해하는 건 아닌지요? 은행주에 대한 투자 목적은 대부분 배당일 텐데.”

지난해 7월 23일, 하나금융지주는 금융당국에 불만인 주주의 목소리에 화답합니다. 2005년 창사 이래 어김없이 ‘중간배당’을 실시한다고 알린 것입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1458억원이 주주들 앞으로 전해집니다. 앞서 4월과 6월, 당국의 잇단 자제 권고에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배당을 강행한 것입니다. “15년 간 지켜온 주주와의 약속이다.”

‘중간배당’. 주식회사가 결산이 끝난 뒤가 아닌 사업연도 중간에 실시하는 배당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1997년 12월 13일 바뀐 증권거래법에 따라 생겨났습니다. 결산배당과 달리 주주총회가 아닌 이사회에서 결정하며 현금만 배당합니다. 중간배당을 받으려면 배당기준일(6월 30일) 2거래일 전까지 주식을 사둬야 합니다. 배당금은 7월 이사회 결의 후 20일 안에 지급됩니다.

중간배당은 결산배당과 달리 주주총회가 아닌 이사회에서 결정하며 현금만 지급한다. /사진=픽사베이
중간배당은 결산배당과 달리 주주총회가 아닌 이사회에서 결정하며 현금만 지급한다. /사진=픽사베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7월 지급을 강력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금융지주회사의 중간배당 기대감도 무르익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린 4대 금융지주들은 2분기 실적 전망도 밝습니다. 여기에 당국의 배당 제한도 이달 말에 끝날 것으로 보여 중간배당은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현재 은행권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를 진행 중입니다.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금융지주를 포함한 27곳이 테스트 대상입니다. 당국은 앞으로 우리나라 경기가 단기 침체로 접어들었다가 급격히 반등하는 ‘V자형’ 시나리오를 두고 테스트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같은 테스트는 배당규제의 잣대가 됩니다.

이보다 앞서 올해 초 장기 회복 시나리오인 ‘U자형’에서도 대다수 금융지주들이 합격점을 받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 테스트에서도 통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집니다. 따라서 당국이 지난 1월 말 국내 금융사의 배당 성향을 20% 이내로 제한하는 <자본관리 권고안>은 이달 말 종료할 것으로 보입니다. 배당규제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당국의 분위기가 읽혀지기 때문입니다.

올해 초 재무건전성 평가인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대부분 금융지주들은 장기회복 시나리오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자료=금융감독원
올해 초 재무건전성 평가인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대부분 금융지주들은 장기회복 시나리오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자료=금융감독원

먼저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며 실물경기도 회복하고 있고, 해외 금융 당국도 배당규제를 풀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여기에 금융사들의 실적도 좋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대출 확대 등으로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4대 금융지주사들은 투자 열풍으로 비은행 수익 비중도 높아졌습니다. 게다가 금리인상이 시작되면 실적 증가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4대 금융지주도 지난 3월 정기 주총에서 중간배당을 위한 준비작업을 이미 마쳤습니다. 우리금융은 4조원의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배당 여력을 확보했고, 신한금융은 분기배당을 위해 정관을 바꿨습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주총에서 “배당 성향이 30%는 돼야 한다”고 공표한 바 있습니다. 하나금융은 앞서 언급했듯 빠짐없이 중간배당을 해오고 있습니다.

특히 하나금융은 주주명부 폐쇄 기준일을 이달 30일로 결정했다고 지난 15일 공시했습니다. 중간배당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보입니다. 하나금융은 다음 달 이사회에서 중간배당 여부를 최종 결정합니다. 하나금융에 이어 KB·신한·우리금융까지 4대 금융지주가 사상 처음으로 동시에 중간배당을 할 지 관심이 모입니다.

하나금융이 다음 달 이사회에서 중간배당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다른 금융지주들도 이에 동참할지 주목된다. /사진=각 은행
하나금융이 다음 달 이사회에서 중간배당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다른 금융지주들도 이에 동참할지 주목된다. /사진=각 은행

한편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 기준금리의 연내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은행주의 매력이 더욱 도드라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다만 ‘금리인상’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고 지적합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출자의 상환능력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기준금리 인상은 은행의 건전성 악화를 불러올 수 있어 긍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예대마진 상승에 대한 기대보다는 비은행 자회사들의 실적개선에 따른 배당 여력에 초점을 맞춰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은행권과 비은행권의 실적 개선 추세는 업계 전반에서 이뤄지고 있다”라며 “상반기 이익이 지난해 연간 이익의 7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 배당 성향이 정상화될 여지가 크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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