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손질법? 치료제부터 쓰고 예방주사 놓으라고!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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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손질법? 치료제부터 쓰고 예방주사 놓으라고!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6.24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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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고난도 금융상품 숙려제’가 시작된 지난달 10일, 은행들은 일부 펀드의 판매를 무기한 중단하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고난도 금융상품 숙려제’가 시작된 지난달 10일, 은행들은 일부 펀드의 판매를 무기한 중단하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아흔 개가 넘는 펀드의 판매를 올스톱했다.”

이름부터 어려운 제도가 부랴부랴 시작된 지난달 10일, 은행들은 혼란에 빠집니다. ‘고난도 금융상품 숙려제’. 원금까지 떼일 가능성이 높은 복잡한 상품을 사고팔 때 소비자의 권한을 강화한 것입니다. 수수료에 입맛이 들어 마구잡이로 펀드를 팔던 은행들은 급기야 판매를 중단합니다. 하지만 누리꾼들의 불만은 식을 줄 모릅니다. “쉽게 돈 벌다가 울면서 억지 부리네”.

고난도 금융상품 숙려제 적용 대상 상품은 어떤 게 있을까. /자료=금융위원회
고난도 금융상품 숙려제 적용 대상 상품은 어떤 게 있을까. /자료=금융위원회

‘사모펀드’.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현행 투자신탁업법에서는 100인 이하, 자본시장법은 50인 미만으로부터 자금을 모아 운용하는 펀드로 정의합니다. 통상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전문투자형인 ‘헤지펀드’와 ▲회사 경영에 직접 참여하거나 경영·재무 자문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경영참여형인 ‘PEF’로 나뉩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사모펀드제도 개선 세부안>을 공개했습니다. 기존 펀드운용목적(전문투자형과 경영참여형)에 따라 나뉜 사모펀드 분류기준을 투자자의 범위(일반과 기관)로 바꾸고 투자자 대상도 밝혔습니다. 금융위는 이 같은 내용의 자본시장법 하위규정(시행령·감독규정) 개정안을 이날 입법 예고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3일 기존 펀드운용목적(전문투자형과 경영참여형)에 따라 나뉜 사모펀드 분류기준을 투자자의 범위(일반과 기관)로 바꾼다고 입법 예고했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는 지난 23일 기존 펀드운용목적(전문투자형과 경영참여형)에 따라 나뉜 사모펀드 분류기준을 투자자의 범위(일반과 기관)로 바꾼다고 입법 예고했다. /자료=금융위원회

개정안에 따르면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전문성과 위험관리능력을 갖춘 ‘기관투자자 및 이에 준하는 자’로 제한됩니다. 구체적으로 ‘기관투자자’는 ▲국가 ▲한국은행 ▲금융회사 ▲특수법인 등이며, ‘준하는 자’는 ▲법률에 따라 설립된 기금·공제회 ▲주권상장법인 가운데 금융투자잔액 100억원 이상 등 일정요건을 갖추고 협회에 등록한 자 ▲전문투자자에 준하는 외국인입니다.

따라서 기관전용 사모펀드에는 일반 및 개인투자자는 참여할 수 없습니다. 일반투자자(3억원 이상 투자자)는 ‘일반사모펀드’에만 투자가 가능합니다. 다만 일반투자자에 대한 보호장치는 대폭 강화됩니다. 일반투자자에게 사모펀드 투자를 권유하거나 판매할 때 ‘핵심상품설명서’를 제공하고, 판매했다면 펀드운용 행위가 설명서에 맞는지를 판매사가 사후 점검해야 합니다.

또 자산 500억원이 넘는 일정규모 이상의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외부감사가 의무화됩니다. 자산운용보고서 분기별 제공과 함께 환매연기 집합투자자총회도 의무화됩니다. 만기 미스매치를 막기 위해 비시장성 자산(시가가 산출되지 않는 자산) 비중이 50%가 넘는 경우에는 수시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 사모펀드 설정이 금지되는 등 유동성 관리도 강화됩니다.

사모펀드 개선안에는 '핵심상품설명서' 제공 등 일반투자자 보호장치를 강화했다. /자료=금융위원회
사모펀드 개선안에는 '핵심상품설명서' 제공 등 일반투자자 보호장치를 강화했다. /자료=금융위원회

이와 함께 은행, PBS(전담중개업무) 증권사 등 수탁기관의 감시의무도 강화됩니다. 이들 수탁기관은 펀드운용 지시의 법령이나 규약, 설명서의 준수여부를 감시하고, 불합리한 운용 지시가 있는 경우에는 고치도록 요구해야 합니다. 또 사모펀드에 신용공여 등 레버리지를 제공하는 PBS 증권사는 레버리지의 위험수준을 평가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이번 금융위 개선안에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에 적용돼온 ‘10%룰’은 완전히 사라집니다. 따라서 10% 미만의 소수 지분 투자가 허용돼 경영참여가 가능해집니다. 그동안 경영참여형 펀드는 투자하는 기업의 주식을 10% 이상 취득해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했습니다. 소수 지분을 통한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요구 등이 가능하도록 반영한 것입니다.

그동안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에 적용돼온 ‘10%룰’이 사라지면서 소수 지분을 통한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요구 등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자료=금융위원회
그동안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에 적용돼온 ‘10%룰’이 사라지면서 소수 지분을 통한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요구 등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자료=금융위원회

반면 부실한 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한 퇴출은 빨라집니다. 자기자본 및 인력 요건이 미달한 운용사는 검사·제재심의위원회 없이 금융당국 직권으로 등록을 말소하는 장치가 마련됩니다. 또 앞서 언급한 핵심상품설명서를 위반한 운용행위와 자사 펀드의 금전대여 과정에서 대출 중개수수료 등을 수취하는 행위는 불건전 영업행위로 금지됩니다.

금융위는 사모펀드제도 개선안을 오는 10월 21일 법률이 시행되는 날짜에 맞춰 시행령과 감독규정 등 하위규정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지난 23일부터 8월 2일까지 40일 동안의 입법 예고 기간 안에 설명회를 열고 개정내용을 상세히 안내하는 등 관련 업계의 의견도 담아낼 예정입니다.

금융정의연대와 하나은행 이탈리아 헬스케어 사모펀드 투자 피해자들이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하나금융그룹 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금융정의연대
금융정의연대와 하나은행 이탈리아 헬스케어 사모펀드 투자 피해자들이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하나금융그룹 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금융정의연대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이전의 사모펀드 사태를 빚었던 은행과 감시를 제대로 하지 못한 감독당국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다시 말해 ‘예방주사도 중요하지만 치료제부터 먼저 놓으라’는 이야기입니다.

“법규제 개선 중요합니다. 만, 규정만 엄하고 감독기관이 감독 대충하고 조사도 대충하고 자꾸 거대은행 입장만 살피면 다 소용 없습니다. 거대은행의 불법 펀드제조-유통(일명 OEM펀드)에 대한 금감원 조사국의 조사와 검찰 수사는 왜 이렇게 오래 끌고 있습니까?!?! 그동안 역외자산운용사는 없어졌고 관계자들은 도망갔습니다. -화나은행 영국사모펀드 피해자모임” “거대은행의 불법적인 펀드제조-유통 관행부터 근절 바랍니다. 해외재간접투자펀드는 5중의 심의 과정 거치고 전담 모니터 없음 못 팔게 하세요”.

“이제 와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척 해봐야... 지금도 OO은행편 들면서 피해자 보호 제대로 안하는 금감원부터 바로 잡아주세요. 1조이상의 펀드를 팔고도 언론에 나갈까봐 쉬쉬하면서 보상도 대충하고 넘어가려는 OO은행을 징계도 안하네요” “재정비 좋지요 그동안 은행이 금융사기 상품을 고객에게 팔아놓고 이에 대한 모든 책임 전가를 고객에게 떠맡기는 은행의 사기에 대해 철퇴를 가한 후 재정비를 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감사원의 사모펀드 부실 감독과 관련한 감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금융감독원이 술렁이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감사원의 사모펀드 부실 감독과 관련한 감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금융감독원이 술렁이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한편 감사원의 사모펀드 부실 감독과 관련한 감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금융감독원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금감원이 옵티머스펀드의 문제를 미리 알고도 계속 판매되도록 관리·감독업무를 소홀히 한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 임원들을 중징계하는 조치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 때문입니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금감원에 대한 실태 감사를 마쳤습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금감원 부서들 간에 업무를 서로 미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금감원 징계 대상자로 구체적 숫자까지 거론됩니다. 다만 최근 최재형 감사원장의 사퇴 관련 이슈가 발생하면서 최종 결론은 하반기에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한 누리꾼의 말처럼 ‘제 식구 감싸기’로 드러날지 지켜볼 일입니다.

“금감원 출신이 은행장으로 가는 현실에서, 실효성 있는 관리가 가능하겠느냐부터가 의문이었습니다. 자신의 미래의 직장인데 어떻게 관리감독을 할까요? 부디 감사원의 냉정한 평가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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