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거품, 금융위기 수준까지 근접”… 한은의 ‘경고’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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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거품, 금융위기 수준까지 근접”… 한은의 ‘경고’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6.2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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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금융시스템 악화, 치솟는 빚·자산가격에 ‘금융불균형 관리’ 필요성 커져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2001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저금리 정책으로 돈놀이에 혈안이 된 금융회사들은 비우량 대출자인 서브프라임 등급에까지 모기지론을 팔기 시작했다. /사진=픽사베이
2001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저금리 정책으로 돈놀이에 혈안이 된 금융회사들은 비우량 대출자인 서브프라임 등급에까지 모기지론을 팔기 시작했다. /사진=픽사베이

“빚을 못 갚더라도 저당 잡힌 집을 팔면 돈을 벌겠군.”

닷컴버블이 무너지고 이라크 전쟁이 끝난 2001년, 미국은 경제를 띄우기 위해 저금리 정책을 폅니다. 대출은 폭발적으로 늘고 집값은 미친 듯 뜁니다. 돈놀이에 혈안이 된 금융회사들은 비우량 대출자인 ‘서브프라임’ 등급에까지 마구 퍼줍니다. 그로부터 5년 뒤, 낄 대로 낀 주택시장의 거품은 ‘2조달러’에 달합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방아쇠가 당겨진 것입니다.

민간 부채가 국내총생산(GDP)보다 2배 넘게 늘어 ‘금융 취약성’이 코로나19 발발 이전보다 크게 악화한 것으로 처음 조사됐다. /자료=한국은행
민간 부채가 국내총생산(GDP)보다 2배 넘게 늘어 ‘금융 취약성’이 코로나19 발발 이전보다 크게 악화한 것으로 처음 조사됐다. /자료=한국은행

‘자산가격’. 개인이나 법인이 소유하고 있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유형과 무형 재산의 값어치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초저금리로 자산가격이 거품 논란을 부를 만큼 크게 오른 가운데, 민간 부채가 국내총생산(GDP)보다 2배 넘게 늘어 ‘금융 취약성’이 코로나19 발발 이전보다 크게 악화한 것으로 처음 조사됐습니다.

특히 부동산 등 일부 자산가격은 실제보다 훨씬 높게 평가돼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초래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같은 경제 충격이 발생하면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왔습니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날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이 같은 내용의 <상반기 금융 안정 보고서>를 의결했습니다.

금융취약성지수를 구성하는 자산가격 총지수(왼쪽)가 올해 1분기 91.7로 외환위기(1997년 4분기 93.1)나 세계 금융위기(2007년 3분기 100.0) 수준에 근접했다. /자료=한국은행
금융취약성지수를 구성하는 자산가격 총지수(왼쪽)가 올해 1분기 91.7로 외환위기(1997년 4분기 93.1)나 세계 금융위기(2007년 3분기 100.0) 수준에 근접했다. /자료=한국은행

보고서는 먼저 대내외 충격에 대한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금융취약성지수’(FVI)가 올해 1분기 58.9로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4분기(41.9)보다 17.0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습니다. FVI는 한은이 올해 처음 만든 것으로 지수 상승은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이 깊어지고 대내외 충격이 발생하면 금융 및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금융 취약성이 이처럼 악화한 데에는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이 키운 ‘자산 거품’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FVI를 구성하는 자산가격 총지수가 올해 1분기 91.7로 외환위기(1997년 4분기 93.1)나 세계 금융위기(2007년 3분기 100.0) 수준에 근접했습니다. 보고서는 “기초 경제 여건에 비해 부동산 자산이 상당히 고평가돼 있다”라고 진단합니다.

그러면서 “금융 불균형이 누적된 상황에서 대내외 충격으로 ‘부채 감축(디레버리징)’이 발생하면서 주택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보고서는 특히 현재의 금융 불균형 수준에서 ‘극단적인 경우(10% 확률)’에는 국내 경제성장률이 -0.75% 이하로 추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한은은 금융 불균형이 누적된 상황에서 대내외 충격으로 ‘부채 감축(디레버리징)’이 발생하면서 집값이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자료=한국은행
한은은 금융 불균형이 누적된 상황에서 대내외 충격으로 ‘부채 감축(디레버리징)’이 발생하면서 집값이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자료=한국은행

한은은 금융 불균형의 한 축이자 우리나라 경제의 뇌관으로 급격히 불어난 가계 및 기업의 부채를 가리켰습니다. 3월 말 기준 가계 부채는 1765조원으로 1년 새 153조6000억원 불었고, 기업 대출도 같은 기간 14.1% 늘어 1402조원입니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명목 GDP 대비 민간 신용(가계+기업 부채) 비율은 216.3%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9%포인트 상승했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금융 불균형 상황이 3년간 이어지고 성장률이 예측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연간 -2.2%)으로 추락할 경우,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BIS)은 정상(16.5%)에서 11.9%까지 떨어지고 가계 대출 부도율은 0.83%에서 1.18%로 치솟았습니다. 이와 함께 기업 대출 부도율도 1.48%에서 2.36%로 급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 취약성이 악화한 데에는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이 키운 ‘자산 거품’이 자리 잡고 있다. /자료=한국은행
금융 취약성이 악화한 데에는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이 키운 ‘자산 거품’이 자리 잡고 있다. /자료=한국은행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위기가 오기 전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서로서로 당부합니다. 아울러 하루빨리 금리를 올려야 한다며 중앙은행의 ‘뒷북 대응’을 꾸짖기도 합니다.

“이번 케이스는 단기로 끝나느냐 일본처럼 장기로 가느냐의 기로에 서있다. 다들 긴장하길” “예금비중이나 늘려놔야겠다” “불과 몇주 전 비트코인 안하면 ㅂㅅ취급되다가 갑자기 여기저기 나라에서 비트코인 까더니 인터넷만 키면 비트코인 뉴스였는데 지금이 그런 거 같다... 흔히 말하는 막차 같은 느낌이다... 아파트 매수 좋지만 자기재산과 소득에 맞은 주거를 구하셨음 좋겠어요”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 건 아닌데 투자 열풍 때문에 감내된 빛이 늘어난 것 때문일 것 같은데 괜히 불안 조장하네” “부동산 유튜버들이 부동산 불장이라느니 부동산 재개발 투자로 벼락부자가 됐느니 하며 선동질을 했기에 가계부채와 자산버블이 가속화된 게 맞습니다”.

“금리 안 처올리냐?” “처음 발표하느라 계산을 잘못했네.......금융위기 전보다 더하다는 것 지나가는 개도 안다........금리나 올려라.....그것이 한은이 할일” “그럼 모하나 금리 안 올리는데” “올리고 나서 말하길 제발 올려다오” “그럼 미국 금리인상 눈치보고 따라하는 것 좀 그만하고 금리 좀 올려 좀” “금리 조금씩이라도 올려라. 해외 다른 나라들도 미국 테이퍼링 시작 전에 급한 타격 안 받으려고 조금씩 올리고 있는데”.

“금융이 이지경이 되도록 한은은 뭐했나?? 뭐했냐고? 금융이 아주 심각하다고 이제야 이야기하는 것이 한은의 역할이냐?” “한국은행이 연구소도 아니고 중앙은행인데 대책을 내놔야 하는 것 아니냐? 정부 눈치 보느라고? 아니면 나만 당하지 않으면 그만이고 시중은행 아니니 잘릴 일 없으니 좋은 게 좋다고?” “중앙은행에서 이런 말 나오기 시작하면 이제는 늦었긴 한데.. 이게 회색코뿔소라 경고만 하고 있잖아.. 예전과 달리 5% 정도로 충격 받는 시장이 아님.. 1%가 큰 수치로 다가오는 시장이라는 말. 대한민국에 0.5%라는 수치가 있었나.. 소비 늘리는 건 쉽지만 줄이는 게 쉽지가 않거든. 지금 영끌은 자금 흐름을 최적화시킨 건데 거기에 조금만 삐끗해봐.. 이런 변동성을 고려했다면 영끌했겠냐”.

한은이 자산 거품의 붕괴 가능성을 경고한 지난 22일 오후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올해 상승분을 거의 반납하며 3만달러 선마저 무너졌다. /사진=픽사베이
한은이 자산 거품의 붕괴 가능성을 경고한 지난 22일 오후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올해 상승분을 거의 반납하며 3만달러 선마저 무너졌다. /사진=픽사베이

한편 한은이 자산 거품의 붕괴 가능성을 경고한 날,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중국발 악재로 급락해 올해 상승분을 거의 반납하며 3만달러 선마저 무너졌습니다. 지난 22일 오후 9시 45분 기준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8.70% 폭락한 2만9677.94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다음날인 23일 오후 3시 현재 10% 넘게 반등했지만 불안은 여전합니다.

가상화폐 시장에서도 비트코인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강세론자들은 단기 하락은 “스쳐가는 소음”이라며 높게는 ‘10만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봅니다. 반면 약세론자들은 “3만달러가 깨짐으로써 많은 시장 참가자들이 수건을 던질 계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오르든 내리든 ‘거품 붕괴’에 대비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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