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붓다가 300 손해 보고 해지했어요”… 청년 울리는 ‘종신보험’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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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붓다가 300 손해 보고 해지했어요”… 청년 울리는 ‘종신보험’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6.09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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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성 상품으로 속이는 등 불완전판매 민원의 7할 차지… 소비자경보 ‘주의’ 발령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사회 초년생을 대상으로 종신보험을 저축성 상품으로 속여 파는 사례가 급증하자 금감원은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사회 초년생을 대상으로 종신보험을 저축성 상품으로 속여 파는 사례가 급증하자 금감원은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다. /사진=금융감독원

#1. 스물을 갓 넘긴 A씨는 저축성 보험이라고 가입한 상품이 뒤늦게 종신보험임을 알게 됐습니다. 보험설계사가 비과세 혜택에 복리이자까지 받는 상품이라고 설명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안내 자료에도 ‘저축+보험+연금’이라고 적혀 있어 재테크 상품으로 이해한 것입니다. 종신보험은 만기에 돌려받는 돈이 원금보다 적고 사망해야 보험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2. 또 다른 회사원 B씨는 “○○은행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이 회사 직원들을 모아놓고 종신보험을 적금으로 설명한 뒤 영업했다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었습니다. 알고 보니 해당 직원은 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였습니다. B씨는 설계사가 안내한 상품이 종신보험이라는 사실과 사업비를 많이 떼어간다는 사실 또한 전혀 설명을 듣지 못했습니다.

‘종신보험’.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보험금을 100% 지급하는 상품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약관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자살 등의 특별한 사유가 없을 경우, 사망 시기나 원인 등에 관계없이 보험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종신보험에는 일반종신보험, 변액종신보험, 변액유니버셜종신보험, 저해지종신보험, 해지환급금미보증종신보험 등이 있습니다.

종신보험과 저축성보험, 은행 저축 비교. /자료=금융감독원
종신보험과 저축성보험, 은행 저축 비교. /자료=금융감독원

젊은 층인 1020세대를 대상으로 종신보험을 저축성 보험으로 속여 파는 사례가 크게 늘자 금융감독 당국이 소비자 경보를 내렸습니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종신보험은 사회 초년생의 목돈 마련에 적합하지 않다”라며 종신보험 가입과 관련해 ‘주의’에 해당하는 소비자 경보를 전날 발령했습니다.

종신보험은 피보험자가 사망할 경우 유족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기 위한 보장성 보험입니다. 최근 들어 종신보험을 저축성 상품으로 속여 파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다만 종신보험은 저축성 보험과 견줘 위험 보험료(사망보험금 등)와 사업비(모집인 수수료 등)를 많이 공제한 뒤 적립되기 때문에 저축 목적으로 적합하지 않습니다.

금감원에 접수된 불완전 판매와 관련한 보험 민원은 지난해 하반기만 모두 4695건입니다. 이 가운데 종신보험 관련 민원이 69.3%(3255건)를 차지했습니다. 연령별로는 특히 10대와 20대 비중이 36.9%(1201건)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들 민원의 대부분은 모집인으로부터 종신보험을 저축성 보험으로 소개받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금감원은 보험 판매자가 상품의 주요 내용, 상품을 만든 회사 등을 명확하게 하지 않은 경우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으니 상품 관련 자료를 꼼꼼히 확인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종신보험 민원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민원이 많이 제기된 보험사에 대해서는 관리를 강화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종신보험 소비자 경보 발령' 기사에 달린 댓글들.
'종신보험 소비자 경보 발령' 기사에 달린 댓글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저마다 직접 겪은 사례를 공유하며 신중한 보험 가입을 당부합니다.

“저도 당했어요 2년만에 백만원 손해보고 해약했어요” “저도 7년 붓고 300 손해보고 해지 했어요” “종신보험 땜에 그동안 열 받은 생각하면 절대 반대하지만, 이제 15년 다 되어가고, 암보험 및 수술입원보험 등등이 같이 들어져 있어서, 그동안 받아먹은 금액만 해도 훨씬 이득은 맞다. 사회 초년생이라면 절대 추천 안한다” “어린 마음에 돈 모으겠다고 넣었다가 결국 얼마 전에 엄청 손해보고 해약했습니다. 넣을수록 손해더군요. 금감원 민원도 소용 없더라구요.(권한이 없다며 사건에 별로 관심 없어 보이는 댓글만) 다시는 현혹하는 보험상품 들지 않으리라 다짐했습니다”.

“사회초년생이 종신보험? 가족력 있는 딸린 식구 많은 가장들이 드는 보험이 종신보험이지. 사회초년생들은 실손보험에 알짜주식 꾸준히 담아가는 게 자산형성의 기본” “종신보험을 1020세대에 가입할 이유가 없다. 손보사에서 실손보험이나 잘 들어라” “보험 가입할거면.. 종신보험은 절대 비추... 아마 지금도 비슷한지 모르겠는데.. 13년 전쯤인가.. 가입할 때.. 종합보험으로 가입함.. 종신보험대비 1/3 금액 이하면 됨.. 차이점은 70인가.. 80.살인가 이후에 죽었을 때 5000만원 나오는지 여부밖에 없었음.. 아무튼 보험은 잘 알아보고 가입하세요”.

“내 이럴 줄 알았다. 보험 설명하는 꼬락서니가 영 찜찜하더니만,,, 그런데 말입니다. 회사에 산업안전 교육한다고 강사로 들어와서는 보험팔이 하는 게 정상이야? 안전교육 하나도 안했다. 1시간동안 보험팔이. 그리고 나갈 때 사인하면 1년에 한번 받는 안전교육 받은 걸로. 이거 나라에서 아냐????” “회사나 집단으로 모아 놓고 보험 상품 파는 거 다 손해봅니다. 복리다 비과세다 해서 12만원씩 10년 부었는데 과도한 사업비 떼고 어찌어찌하니 이자 3만원 받았어요. 중간에 해지한 사람들은 엄청 손해 보고요”.

보험 가입자 10명 가운데 4명은 2년이 지나면 보험을 해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금융감독원
보험 가입자 10명 가운데 4명은 2년이 지나면 보험을 해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금융감독원

한편 생명보험협회 공시실에 게시된 <상품별 민원건수 및 불완전판매비율>을 보면, 지난해 하반기 종신보험 민원이 많았던 곳은 KDB생명과 DGB생명이었습니다. KDB생명의 경우 종신보험 민원 환산건수(보유계약 10만건당)는 지난해 3분기 176.8건, 4분기 170.22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다음으로는 DGB생명이 같은 기간 각각 89.50건, 84.80건을 기록했습니다.

그 뒤를 이어 신한생명(3분기 60.32건, 4분기 49.06건), KB생명(3분기 44.48건, 4분기 52.27건), 푸본현대생명(3분기 39.37건, 4분기 29.84건) 순으로, 다른 생보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민원이 많았습니다. 반면 나머지 생보사들의 지난해 3, 4분기 종신보험 10만건당 민원 환산건수는 10~20건 수준이었습니다.

이처럼 불완전판매가 사라지지 않는 가운데 보험 가입자 10명 가운데 4명은 2년이 지나면 보험을 해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보험사들의 계약유지율을 파악한 결과, 가입 1년 뒤(월 납입 13회차) 유지율은 80.2%에서 84.8%로 늘었지만, 가입 2년 뒤(납입 25회차) 유지율은 63.8%에서 61.3%로 되레 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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