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SK와 대립각 세운 LG, 낙동강 오리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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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SK와 대립각 세운 LG, 낙동강 오리알 되나?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3.11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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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모빌리티 사업서 현대차-SK-포스코 3각 동맹 관계 구축
LG, 현대차와 배터리 화재 건으로 갈등… SK이노와는 특허전쟁
사진 왼쪽부터 정의선, 최태원, 김학동.
사진 왼쪽부터 정의선, 최태원, 김학동.

에너지 모빌리티 사업에서 현대차-SK-포스코가 동맹관계를 맺은 가운데 ‘배터리 명가’ LG가 현대차·SK와 대립구도를 보이면서, LG만이 에너지 모빌리티 동맹에서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관계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특히 현대차와는 20년 ‘배터리 우정’에 금이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현대차의 주력 전기차 모델인 ‘코나 일렉트릭(EV)’이 국내외에서 잇따라 화재 소식이 들리면서 양사의 협력관계에 균열 조짐이 생기고 있는 것인데요. 코나 일렉트릭에 장착된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화재 책임 소재를 두고 현대차와 LG는 최근까지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코나 일렉트릭 화재 원인 조사에 나선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4일 “LG에너지솔루션 중국 난징공장에서 초기(2017년 9월~2019년 7월)에 생산된 고전압 배터리 일부에서 셀 제조 불량(음극 탭 접힘)으로 인한 내부 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이후 양사는 합의를 통해 배터리 불량으로 화재 발생 우려가 있는 차량 총 8만1701대를 전 세계에서 리콜하기로 결정합니다.

리콜 분담 비용은 현대차가 3, LG에너지솔루션은 7로 결정했는데요. LG에너지솔루션 측은 화재 원인에 대한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리콜의 사유로 언급된 배터리 셀 내부 정렬 불량(음극 탭 접힘)은 국토부의 발표대로 재현 실험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힌 것입니다. 그러면서 현대차의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오작동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LG에어지솔루션 측의 이런 행동에 일각에서는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법적 분쟁으로 비화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양사는 결국 합의에 이릅니다.

하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입니다. 현대차는 배터리셀 제조 불량을 화재 원인으로 지목한 데 반해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가 제작하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에 오류가 있다고 반박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최근 현대차가 2023년 이후 출시하는 전기차 플랫폼 E-GMP 3차 물량의 배터리 공급사로 LG에너지솔루션이 아닌 중국의 CATL과 SK이노베이션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동맹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현대차와 LG의 전기차 배터리 동맹관계는 2002년부터 20년간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이번 코나 일렉트릭 화재가 양사의 20년 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립니다.

LG는 SK와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데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벌이는 배터리 특허전쟁이 그것입니다. 이들은 전혀 화해의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을 정도로 난타전을 벌이는 중입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ITC는 SK이노베이션이 LG솔루션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 LG에너지솔루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일단락되는 듯한 분위기였지만 SK이노베이션은 수긍하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SK이노베이션이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 ITC 거부권 행사를 사실상 요청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바이든 행정부에 “2025년까지 현지에서 3400개의 일자리를 추가로 만들 것”이라고 제안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ITC 판결 거부권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오른쪽)과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해 7월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공장에서 미래 전기차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각 사
정의선 현대차 회장(오른쪽)과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해 7월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공장에서 미래 전기차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각 사

LG가 현대차·SK와 뜨거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현대차-SK, 여기에 포스코까지 가세하면서 에너지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견고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요. 에너지 모빌리티 사업에서 LG만이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현대차와 포스코는 지난달 16일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며 ‘수소동맹’을 맺었습니다. 포스코는 포항·광양제철소 사업장에서 운영 중인 차량 1500대를 단계적으로 현대차의 수소전기차로 전환하기로 한데 이어 제철소 내 수소충전소 구축을 위해 현대차와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현대차는 포스코의 그린수소를 사용해 차세대 연료전지 발전사업을 추진할 방침입니다.

현대차는 지난 2일 SK와도 인천시 수소사업 기반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포스코는 지난 9일 SK이노베이션 석유화학 사업 자회사인 SK종합화학과 만나 차량용 경량화 복합소재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들은 이번 협력으로 전기차 배터리 팩 생산에 적용할 수 있는 복합소재, 차량용 부품 소재 등의 연구개발을 검토할 계획입니다.

김학동 포스코 사장은 “기존 철강 기반의 차량용 소재뿐 아니라 플라스틱 등 다른 소재와의 공동개발로 미래 친환경차 시대에 대비할 것”이라며 “솔루션 발굴을 위해 SK종합화학과 더욱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은 “화학·철강 소재를 생산 가공하고 있는 양사 간 시너지로 미래차 시대에 맞는 차량용신소재 개발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차량용 경량화 소재 개발 분야를 시작으로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포스코와의 연구개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대차·SK·포스코는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2030년까지 43조원을 투자키로 했습니다. 이로써 현대차-SK-포스코라는 에너지 모빌리티 삼각 편대가 구축된 것입니다. 이렇듯 재계 최상위권에 있는 주요기업들이 에너지 모빌리티 동맹으로 똘똘 뭉치고 있는데요.

하지만 ‘배터리 명가’ LG만은 그렇지 못한 모양새입니다. SK와도 난타전을 벌인데 이어 20년 우정 현대차와도 신경전을 벌이며 멀어질 조짐을 보인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에너지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한 LG의 동맹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관심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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