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8.4배’ 애플 시총, 국장 vs 미장 차이점 [오인경의 그·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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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8.4배’ 애플 시총, 국장 vs 미장 차이점 [오인경의 그·말·이]
  •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
  • 승인 2023.07.04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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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달러 이어 2년 10개월 만에 ‘꿈의 시총’ 달성… 국내 기업들 반의반도 못 따라가는 이유는?

한국 증시는 과연 언제쯤 보란 듯이 종목마다 신고가를 경신하는 모습을 다시 보여줄까? 미국 증시에서 최근 발군의 주가 상승 흐름을 보이는 몇몇 종목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오늘날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TOP10 종목>의 시가총액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 지난 주말 기준으로 따지면 무려 1경6802조원이다. 한국 증시의 시가총액이 2457조원이니, 미국 증시의 <TOP10 종목>만으로도 한국 증시 전체 시가총액 규모의 6.84배에 이르는 셈이다.

TOP10 종목 중에서도 군계일학은 애플이다. 지난 주말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마침내 3조달러를 넘었고, 원화로 환산하면 4020조원에 달한다. 삼성전자(우선주 포함) 시가총액의 8.4배에 이르는 규모다. 애플이 시총 3조달러를 넘어선 적은 세 차례 있었지만, 종가 기준으로는 처음이라고 한다. 시총 2조달러를 넘어선 지 2년 10개월 만이라고 하니, 애플의 욱일승천하는 기세가 참으로 놀랍다.

비전 프로. /사진=애플 홈페이지
비전 프로. /사진=애플 홈페이지

​스티브 잡스가 허름한 창고에서 애플을 창업한 때가 1976년이었으니 불과 반세기도 지나지 않아 전 세계 넘버원의 자리를 차지한 셈이다. 애플은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한 이후로도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거듭한 끝에 2018년 8월 시가총액 1조달러를 넘어섰고,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여러 공룡기업을 보기 좋게 따돌리고 오늘날의 위치로 올라섰다. 시총 3조달러는 국가별 국내총생산(GDP) 순위로 따져봐도 무려 세계 7위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집계한 GDP 순위로는 6위 영국(3조1589억달러)과 7위 프랑스(2조9234억달러) 사이에 놓인다. 우리나라 GDP(1조7219억달러) 대비로는 1.7배에 달한다.

/그래픽=오인경
/그래픽=오인경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기업들은 애플 말고도 쟁쟁한 기업이 참으로 많다. <TOP10> 혹은 <TOP20>을 구성하는 종목들의 면면만 살펴봐도 미국 증시와 미국 기업들이 21세기 기술문명을 이끌고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애플은 전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뿐 아니라 ‘비전 프로’라는 새로운 XR 폼팩터를 발표함으로써 현대인들에게 필수 불가결한 디지털 기기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애플과 숙명적인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 왔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와 오피스 프로그램 말고도 챗GPT로 대표되는 인공지능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시총 3위인 구글은 여전히 검색 광고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으며,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으로 대표되는 소셜미디어 서비스 분야의 최강자다. 이 밖에도 전자상거래 분야의 최강자인 아마존, 급팽창하는 인공지능 시장 덕분에 그래픽 처리 장치(GPU) 공급 부족을 겪는 엔비디아, 페이스북 서비스와 더불어 메타버스 시장의 선구자를 자처한 메타, 전기차 분야를 선도하는 테슬라 등이 포진하고 있다. 이들을 제외하고 21세기 기술문명을 설명할 수 없을 정도다.

/그래픽=오인경
/그래픽=오인경

월가에서는 최근 주가 상승 면모가 압도적인 7개 테크 기업을 함께 묶어 ‘매그니피션트 7’로 부르는데, 1960년대 유행했던 서부영화 <황야의 7인>을 본뜬 것이라고 한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 아마존이 그들이다. 어떤 이는 “마을 사람들(주식투자자)이 항상 이기는 7명의 총잡이에게 운명을 걸었다”라고도 표현했다. 물론 그 반대편의 입장에 서서 ‘역사적인 테크주 버블 현상’을 지적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그들은 AI 열풍이 앞으로 2∼3분기 더 시장을 밀어 올리겠지만, 최종적으로 버블 붕괴를 막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2년 내로 애플의 시가총액이 4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낙관하는 사람도 여전히 많다.

영화 ‘황야의 7인’.
영화 ‘황야의 7인’.

​한국의 <시총 상위 TOP10 기업>의 면모는 어떤가? 크게 나누면 반도체(삼성전자, SK하이닉스), 전기차 배터리(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삼성SDI, POSCO홀딩스), 자동차(현대차, 기아), 바이오(삼성바이오로직스)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미국 증시 TOP10 종목에 비해 업종이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시총 4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제외한다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자동차 분야가 전부인 셈이다. <시총 상위 20 기업들>로 확장하더라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전기차 배터리(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자동차(현대모비스), 바이오(셀트리온), 디지털 플랫폼(NAVER, 카카오), 가전(LG전자) 기업들이 추가될 뿐이니 말이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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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기업들도 10년, 20년 전에 비하면 적잖은 변화를 겪은 것도 사실이다. 과거에도 오랫동안 삼성전자가 터줏대감 노릇을 한 건 맞지만, TOP10 기업 중엔 SK텔레콤, KT, POSCO, 한국전력, SK에너지 등 내수에 기반을 둔 공기업 성격의 회사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 시절에 비한다면 최근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 진출한 기업들의 놀라운 성장세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한국 증시 시총 상위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기술경쟁이 극도로 첨예한 분야의 기업들이라는 점이 두드러진 특색이다. 반도체, 2차 전지, 자동차, 디지털 플랫폼 분야는 하나같이 미국, 일본, 대만, 중국 등과 치열한 기술경쟁 또는 시장 쟁탈전을 벌이는 분야이니 말이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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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실베이니아의 경영대학원에서 1976년부터 지금까지 반세기 가까이 투자론을 가르치고 있는 제레미 시겔 교수는 『주식투자 바이블(Stocks For The Long Run)』이라는 책의 결론에서 주식시장을 다음과 같이 멋지게 정의한 적이 있다.

“주식시장은 흥미로운 곳이다. 주식시장의 그날그날의 움직임은 금융 관련 방송 및 신문의 가장 큰 관심거리이며, 수십억 달러의 투자자본이 움직이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자본주의의 본질 또는 투자가들이 경제의 미래에 대한 수익을 요구하는 곳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주식시장은 전 세계 자본의 배분을 추진하는 힘이며 경제성장, 기술발전의 핵심 엔진이 된다. 전 세계적으로 주식시장이 점차 성장하고 또는 새로이 생겨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주식은 전 세계의 모든 사람의 삶을 풍족하게 해줄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다.”

한국 증시는 오래전부터 MSCI 선진국 증시 편입을 시도하고 있으나 올해도 관찰대상국에 포함되지 못했다. 그 원인으로는 외환시장 개방 수준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증시의 투명성과 건전성, 배당 성향을 포함한 선진국 수준의 ‘글로벌 정합성’이 부족한 탓도 크다. 특히 올해는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려운 초대형 주가조작 사건, 대주주 등의 미공개 정보 이용 거래, 주식 리딩방 등을 활용한 선행매매 등 온갖 불공정 거래 사례가 연이어 터져 나와 수많은 개미 투자자의 원성을 사고 있다.

그나마 지난달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혼탁한 자본시장을 조금이나마 바로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번 개정안으로 선진국 증시를 따라가기에는 형사처벌 수위가 턱없이 낮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자본시장의 투명성이 국가 경제와 얼마만큼 밀접한 연관을 맺는지는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아무쪼록 불미스러운 여러 사건을 계기로 삼아 한국 증시도 하루빨리 선진국 증시다운 면모를 갖춰나갔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먼 미래에 한국 증시에서도 애플 시총의 반의반이라도 따라가는 기업이 등장하려면 오늘날의 미국 증시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자금이 유입되는 투명하고도 활기 넘치는 자본시장이 필수 불가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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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나 2023-07-24 10:15:33
와우...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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