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vs 중국, ‘신냉전’ 피할 수 없는 진짜 이유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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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vs 중국, ‘신냉전’ 피할 수 없는 진짜 이유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0.05.1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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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5월도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코로나19가 발발한 이후 확진과 사망의 억제, 그리고 경제 위축을 막기 위해 전 세계가 애를 써왔지만, 아직도 야단법석이다. 이런 가운데 로이터는 5월 7일 주요 국가의 사회 개방상황을 학교, 점포, 음식점, 대중교통, 외국인 여행자로 구분하여 비교 분석했는데 한국은 모든 분야에서 유일하게 5월의 푸른 숲처럼 '녹색'이었다. 한국 공중 보건 시스템과 높은 우리 국민 의식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주말부터 다소 우려스러운 감염자 확산 소식이 있지만 충분히 잘 대처하리라 믿는다.

문제는 미국, 유럽 등 세계 경제의 핵심이라고 자타가 공인했던 곳이 확산세가 둔화하기는 했으나 아직 확실한 가닥을 잡았다는 판단이 성급하다는 것이다. G1 미국, G2 중국, G3 EU 등 모두의 경제 노트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공식적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구체적인 숫자는 많은 언론 기사에서 담고 있으니 굳이 옮기고 싶지는 않고, 1930년 대공황(Great Depression) 이래 처음 보는 숫자에 이들 국가는 상당히 당황하고 있다.

◆ 돌변한 미국의 '중국 때리기'

GDP 성장률, 경제활동을 보여주는 구매자 관리지수(PMI), 소비 지표 어느 것 하나 예사로운 것이 없고 2009년 이후 11년째 나 홀로 성장을 이어 가던 미국 경제도 지난 1분기 실업률은 14.7%까지 폭등하고 말았다. 흉년이 들어 먹고살기 팍팍하면 인심이 메마른다고 하든가. 5월 12일 현재 확진자는 134만명을 넘어서고 사망자는 8만에 육박하며, 코로나19로 가장 심각한 재난 상황을 맞고 있는 미국은 이달 들어 갑자기 중국을 때리기 시작했다.

미국과 중국 관계는 직전까지의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2018년부터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무역전쟁을 선포했고 세계 경제, 특히 금융시장은 동요해오다가 2020년 1월 초 미중 무역 협상 1단계 합의를 이루며 진정상태에 들어갔었다. 2019년 12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발한 후 1월에는 오히려 트럼프가 시진핑과 중국을 격려하는 분위기였다. 이때까지 트럼프는 물론 미국 국민들 대부분은 미국의 공중 보건 시스템이 중국보다 상당한 우위에 있다는 막연한 자신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나 상황은 급변했다. 미국은 바이러스 방역 결과가 아닌 확산과 피해 결과에서 G1을 기록하면서 당황하고 있다. 물리적 경제적인 피해도 크지만 위대한 미국에 대한 신뢰와 믿음에 흠집이 났다. 이런 와중에 미국 정부가 중국 때리기에 나선 것이다. 코로나19로 경제 상황이 어렵고 앞으로 더욱 충격이 예상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왜 지금 중국에 시비를 거는 것일까? ‘트럼프는 돌발적이고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을 하는 인간’이라는 취임 초부터 들려오던 상투적인 해석법으로 이해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긴박하다. 어떻게 저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았는지 미국 국민을 탓하기에도 지금 상황은 많이 이상하다.

이번 사태의 포문은 5월 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열었다. 그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중국의 우한연구소에서 코로나19가 누출했으며 중국 공산당은 초기에 이를 은폐함으로써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코로나19 팬데믹을 초래했고 대량 인명 살상이 발생했다고 중국 정부를 비난했다. 대통령과 국무장관이 한목소리로 중국 때리기에 나선 것이다.

미국 정부의 시스템은 몇몇 개인들의 취향에 좌우될 만큼 허술할까? 필자에게 지금 상황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이어갔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위기 책임과 이에 대한 보복, 배상을 위한 조치를 언급했다. 외신에 산발적으로 알려진 조치로는 무역 협상 1단계 파기도 가능하고 극단적으로 중국 보유 국채 1.1조달러에 대한 이자 지급 보류나 동결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의회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는 최근 WHO 회원국에 대만을 다시 가입시키는 것을 추진하고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장착한 잠수함을 동아시아의 일본열도-대만-필리핀-보르네오를 잇는 아일랜드 벨트에 배치하며 군사적으로 중국을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심지어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책임을 법정으로 가져가는 통치행위 면책특권(sovereign immunity) 박탈도 고려 중이라니 상황은 많이 심각하다.

지난해 지속한 신장 위구르 지역 인권탄압과 홍콩 민주화 시위 억압, 화웨이 등 중국 기업 제재 강화보다 강수가 예상된다. 또한 트럼프는 주요 우방에 중국에서의 산업 이전을 종용하며 공개적으로 글로벌 공급체인에서 중국을 왕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일단 중국은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대상으로 설전을 이어가는 수준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미국을 조롱하는 동영상을 제작 배포하고 CCTV는 미 국무장관을 제정신이 아니며 인류 공통의 적, 국제사회에서 정치 바이러스를 살포하는 사람으로 비난했다. 사실은 미중 무역 협상 체결 1단계 마무리 후인 올해 3월 미중 정상의 직접 통화 이후 양국은 상대방에 대한 공격성 발언은 자제했으나 그것이 깨진 것이니 무시할 만한 상황 변화는 아니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 '신냉전'을 암시하는 여론조사

미중 양국 관계 악화가 일시적 이탈인지 아닌지는 세계 경제의 앞날에 아주 중요한 변수이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미중 간의 불협화음이 이미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후 회복하는 듯하다가 코로나19가 예기치 않게 닥쳐서 세계 경제의 체력이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IMF는 지난달 수정 세계 경제 전망에서 코로나19 위기가 올해 잘 마무리는 된다는 가정 아래 세계경제 GDP가 2020년은 -3%로 하락했다가 2021년 5.8%로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였다.

사실 당초 2020년 3% 이상 상승할 예상에서 -6% 이상 하향 조정한 것이어서 2021년에 회복하는 폭은 아주 낮은 곳부터 반등하는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정상 궤도에 못 미치는 것이다. 2019년까지 IMF는 줄곧 미중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를 망가뜨린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미중 간 충돌 카드를 미국이 다시 들고 나온 것이다.

현재 상황 변화와 앞으로 국제 정세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그러나 국내에서는 그리 주목받지 못한 리서치 조사 하나에 미국정부 행동의 단서가 있다. 중국 정부는 이 조사 결과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로이터 기사와 중국 정부 뉴스에 정통한 글로벌타임스 사설도 눈에 띈다. 바로 미국의 중립적 여론조사기관인 PEW 리서치센터가 3월 중 실시한 중국에 대한 미 국민 정서 조사인데 이 결과에 중국 정부는 상당히 충격을 받은 것으로 언론은 전한다.

조사 결과는 한마디로 미국 국민의 반중국 정서가 악화했는데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최악의 상태라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 국민의 중국에 대해 부정적 선호(unfavorable)를 가진 사람은 66%에 달한다. 이 부정적 선호는 공교롭게 2017년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중 무역전쟁 시작과 함께 악화했다.

또한 '미국이 세계 패권국(world leading power)인 것이 세계에 유익하다' 91%, '미국이 세계 군사 패권국이다' 83%, '경제 패권국이다' 59%로 미국 국민은 각각 응답했다. 특히 미국 국민은 '시진핑 주석을 신뢰하지 않는다' 71%, '중국을 좋아하지 않는다' 66%, '중국의 힘과 영향력이 미국의 주요 위협이다' 62%로 응답했다.

이 조사 결과 보고서는 “코로나 사태 중 중국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더욱 부정적이다( U.S Views of China Increasingly Negative Amid Coronavirus Outbreak)”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특히 시진핑 주석에 대한 불신 의견 추이를 분석한 표를 보면 코로나19 발발 전 50%에서 올해 71%로 급격하게 악화하였다. 미국은 2020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다. 이런 미국 국민의 생각을 보면 트럼프 행정부의 갑작스러운 중국 때리기는 이미 예견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중국과 미 행정부의 대립은 흔히 얘기하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행정부 공무원들의 복음주의 기독교(Evangelical Christian) 성향과 무신론적 공산주의 철학의 충돌보다는 더 근본적인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경제에서 부와 미래, 꿈을 상실한 미국 중산층은 트럼프 행정부를 선택했고 이들은 다시 코로나19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들은 어디선가 보복과 보상 받을 곳을 찾을 것이다. 중국이 미국과 신냉전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이런 추론이 필자의 생각이 기우이거나 지나친 상상력이기를 바란다. 결과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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