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 당하지 않는 법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상태바
‘금융사고’ 당하지 않는 법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0.06.08 10: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언제부터인가 마스크 쓰는 것이 건강의 이유를 넘어 당연한 일상생활로 받아들여진다. 2000년 초반 황사, 2010년대 미세먼지 때에는 마스크 착용이 개인 건강의 문제였지만 2020년 들어서서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마스크 착용은 국민의 책무가 됐다.

아마 마스크 착용과 감염 여부의 거짓 진술 금지 등 국민의 감염병 관련 의무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지는 대부분 국민이 코로나19의 공포 속에 처음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또 하나 2020년 3월 대부분의 국민이 모르는 가운데 새로 생긴 책무가 있다. 바로 금융과 관련된 금융소비자로서 국민의 책무인데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독자 여러분은 금융이 국민에게 어떠한 의미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대부분 국민은 금융에 대해 무관심하다. 금융은 금융당국과 회사가 담당하는 전문적인 영역이고 일반 국민은 그들에게 의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 금융, ‘무관심’은 답이 아니다

과연 우리는 금융에 무관심해도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개인이 살아서 경제생활을 하는 한 금융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다. 경제란 개인, 기업, 정부라는 경제주체가 경제활동을 하는 것인데 개인의 경제활동은 노동이나 사업을 통해 ‘소득’을 벌고 시장에서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하며 의식주 및 교육과 문화 등 삶을 위해 소비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소득과 소비를 연결하는 것이 금융인 것이다. 즉, 재화, 서비스의 구매수단인 화폐(또는 지불 수단) 그리고 차입, 대출, 투자 또는 저축의 가치를 저장하는 행위 일체가 금융이다.

사회생활에서 공기처럼 생존과 직결된 인프라이고 로빈슨 크루소가 아닌 한 거부할 수 없는 것이 금융이다. 게다가 아직도 진행 중인 DLF 펀드, 라임자산운용 그리고 이미 십 수년이 경과한 KIKO 사태까지 금융기관이 벌인 대형 금융사고와 그들의 행태를 볼 때 무관심은 답이 아닐 거라는 심증은 깊어진다.

지난 3월 국회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통과되었다. 이전에는 ‘금융소비자’라는 제도적 개념이 없었다. ‘자본시장법’ 등 금융산업을 통제하는 법률 속에서 금융상품 판매의 대상으로 금융소비자는 피해자가 될 경우에만 금융이라는 무대에 등장했다. 그러나 금융소비자의 개념이 최초로 등장한 곳이 ‘금융소비자보호법’이다. 또한 여기에는 지금껏 없었던 조항이 등장한다. 제7조 금융소비자의 기본적 권리와 제8조 금융소비자의 책무가 그것이다.

기본적 권리는 (1)금융상품판매업자 등의 위법한 영업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2)금융상품을 선택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 (3)피해를 신속, 공정한 절차에 따라 보상받을 권리 (4)금융소비를 위해 필요한 교육을 받을 권리 (5)정책에 의견을 반영하고 권익 단체 조직 및 활동할 권리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 기본적 권리와 함께 주목할 것은 금융소비자의 책무를 명시한 조항이다. 법률 제8조에서는 금융소비자는 (1)금융시장 구성 주체임을 인식하여 금융상품을 올바르게 선택하고 기본적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 (2)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도록 노력할 것을 명시했다.

금융소비자 책무 조항에 담긴 뜻은 국가는 금융소비자의 기본적 권리가 실현되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금융소비자도 책무를 다하지 못하면 보호받을 수 없다는 것으로 추정된다. 즉, 금융소비자는 과거 금융 사고 발생 경우마다 주장하던, 무조건 몰랐다는 약자 논리로는 더 이상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 이제는 금융소비자가 스스로 보호할 만큼 공부하고 대비를 해야 한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그러면 금융소비자는 어떻게 현명한 금융을 시작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금융소비자는 금융회사에 가서 금융상품 판매원의 ‘수익률이 높고 안전합니다’라는 말을 믿고, 여기저기 이해도 안 되는 서류에 사인한 뒤에 계좌에 입금하고 통장을 받아오는 것이 관행이었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고객의 고통은 이때부터 시작한다.

대부분 금융소비자는 본인이 진행한 가입 절차와 사인의 의미를 모르고 또 금융상품의 내용도 이해가 부족하다. 그저 말쑥한 금융 판매원의 말이나 양심을 믿고 ‘나는 안전할 거야’라고 스스로 위안하며 운명을 믿고 금융상품의 만기를 기다리는 것이 전부이다. 그러다 금융상품의 손실이 발생하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당신을 만난 것이 악연이다”라며 저주를 하고는 한다.

◆ 금융사는 ‘주식회사’일 뿐

이러한 현상이 금융위기 때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을 목격했다. 금융소비자는 금융회사에서 만나는 상담직원에 대한 오해가 있다. 산업 육성을 위해 금융이 태동한 관치금융의 영향 때문인지 과거 상담했던 많은 고객이 금융산업을 ‘공적’ 기관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금융회사는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일 뿐이다. 최근 고객의 신뢰, 기쁨 등을 입에 달고 사는 대형 금융회사들이 사고를 벌이고는 상당히 뻔뻔하게 대응하는 것을 보며 불신에 대한 심증이 더욱 더 깊어진다.

지금까지 금융 어드바이저, 자산관리인, 금융 자문인 어떠한 이름으로 불렀든 간에 모두 금융회사의 이익을 위해 금융상품 판매하는 직원일 뿐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금융상품을 상담하는 금융상담사는 제도적으로 아직 없었다. 자본시장법 등을 통해 불공정, 부당 영업 행위를 제재해왔으나 오랜 기간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간에 이해 상충은 불가피했다.

그러나 다행히 ‘금융소비자 보호법률’에 금융회사의 이익에 독립적인 금융상품 자문인의 제도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 법이 제대로 정착되면 장기적으로 금융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며 금융산업에 이바지할 것이지만 그러나 법 취지에 적합하도록 정착할지는 의문인 것도 사실이다. 이 제도가 금융제도를 선전한 금융산업의 단기적 이익에 반할 것이 틀림없고 정작 혜택의 대상인 금융소비자들도 무관심하거나 잘 모르기 때문이다.

DLF, 라임 사태 등에서 알 수 있듯이 금융소비자의 이익을 위해 금융회사가 운영되지 않는다는 것을 금융소비자가 이해하고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잘 정착하는지 감시할 필요가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