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증시는 벌써 ‘코로나 백신’ 접종했나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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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증시는 벌써 ‘코로나 백신’ 접종했나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0.07.1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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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발발 이후 미국의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확진·사망자 증가 추세가 최근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 16일 오전 현재 코로나19 공식 집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전 세계 확진자는 1370만명, 사망자는 59만명에 육박하고 이중 미국은 각각 25% 안팎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누가 봐도 미국의 상황은 심각하다. 그런데도 미국 증시는 코로나가 발발하고 3월 급락 후 최근까지 거침없이 반등하며 마치 코로나19가 끝난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마치 혼자서만 백신을 맞은 듯 미국 증시가 움직이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국제결제은행 BIS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실러 교수가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만들어가는 경제 상황이 우려스러운 사람들에게 중요한 정보가 될 것으로 보여 의미를 정리하고 해설한다.

◆ “경제는 ‘스토리’에 반응한다”

먼저 국제결제은행 BIS는 2월 중반에서 4월 말까지 61개국을 대상으로 CRA 인덱스를 분석하고 보고했다. CRA 인덱스는 Covid19 Risk Attitude Index, 즉 코로나19 위험태도 지수라고 번역할 수 있다. 이 보고서가 주목한 것은 코로나19 발발 이후 세계 증시는 망가진 경제지표나 COVID19 확진자, 사망자 수보다 코로나19 관련 인터넷 검색 지표와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검색 양은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나타낸다. ‘코로나19’, ‘코로나’의 단어 검색은 확진자 수의 폭증 전에 이미 정점에 달했고 지난 3월 23일까지 주가 급락에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3월 23일 이후 확진자는 더욱 급격히 증가했고 그 영향으로 경제변수가 악화했음에도 인터넷 검색 양은 오히려 줄어들며 코로나19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주가는 급반등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였다.

주식시장의 투자자는 경제지표나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보지 않고 어디에 관심을 두는 것일까? BIS의 분석에 따르면 이 기간 주가에 영향을 미친 변수의 순위는 ▲교역 규모 가중 달러 인덱스 ▲CRA 인덱스 ▲유가 ▲코로나 확진자 수 ▲공포지수인 VIX 순이었다. 달러 인덱스 상승의 주가 영향은 달러 부족이 특히 신흥국 경제에 치명적 영향을 주는 것이어서 당연한 결과이고, 주목되는 조사 결과는 코로나 확진자 수, VIX보다도 CRA 인덱스, 즉 심리적 변수가 주식시장에 영향이 크다는 점이다. 경제변수와 따로 움직이는 주가의 디커플링 현상에 대한 설명이다.

주식시장의 심리적 영향은 BIS보고에 이어 지난 8일 로버트 실러의 미국 시장에 대한 버블을 경고하는 마켓워치 기사에서 다시 한번 강조됐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교수는 행동경제학 입장에서 금융시장의 버블을 경고하는 대표적인 경제학자다. 로버트 실러는 지난 5월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주식시장과 경제와의 디커플링 이유를 지속 설명하는 노력을 해왔는데, 이번 마켓워치의 기사는 그가 주장하는 ‘내러티브 이코노믹스(Narrative Economics)’라는 개념을 통해 한층 자세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에 따르면 경제는 경제주체가 형성하고 회자하는 스토리, 즉 내러티브에 반응한다는 것인데 로버트 실러 교수는 ‘훼손된 경제 수요가 투자와 고용을 악화시키는데 주가는 왜 뜨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그 설명을 들어보자.

경제 상황과 시장 결과의 격차가 커질수록 군중 심리, 내러티브 대유행과 영향, 이러한 생각의 확산 등에 대한 가능한 해설이 나올 때까지 사람들의 미신은 깊어진다. 대부분 사람은 경제·과학 뉴스의 중요성을 판단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의 방향은 뉴스 자체보다 다른 투자자의 뉴스 관련 태도에 대한 평가에 좌우되며 그 평가 절차에 시간이 소요된다. 코로나19와 관련한 뉴스와 주식시장의 반응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뉴스는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지만 투자자가 뉴스에 반응해 투자하고 이윤을 취하는 판단을 하기에는 애매한 것도 차이의 이유가 된다. 이러한 ‘내러티브 이코노믹스’ 개념에 근거한 로버트 실러의 코로나19 이후 시장 변화 해설은 지금까지의 시장 정보를 바탕으로 3단계 국면으로 이뤄진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로버트 실러의 코로나19 시장 변화 1단계는 지난 1월 30일~2월 19일이다. 1월 30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의 세계 공중 보건 위협을 선언하며 코로나 발발을 인정한 시기인데, S&P500은 오히려 3% 상승하며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시기 시장의 투자자는 COVID19와 바이러스에 의한 경기 후퇴 위협을 무시했다. 그 이유는 코로나19가 익숙하지 않은 사건(unfamiliar event), 즉 '잘 모르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2월 초 투자자 대부분은 다른 투자자나 소비자가 시장 가격과 코로나19 뉴스에 크게 반응하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는 코로나 발발에 신경 쓰지 않았다. 1918년 인플루엔자 유행 이래 코로나에 의한 팬더믹의 경제 충격에 대한 통계가 부족했으며 1월 말 중국 봉쇄조치 후에도 대부분 언론은 코로나19를 주목하지 않았다. 정체불명의 신종 코로나로 사망자가 발생했으나 아직 이름이 없었고 2월 11일에 WHO는 비로소 ‘COVID19’라고 명명했다.

◆ 미국 주식시장을 반등시킨 ‘백신’은?

이 시기엔 지구 온난화, 장기 경기침체, 과다 부채 등의 이슈가 있었고 2월 5일 끝난 트럼프 탄핵도 사람들이 주목하는 이슈였다. 정치인들은 아직 코로나 위기 경고가 비생산적이라고 판단했던 시기다. 코로나19 2단계 국면은 2월 19일 이후 시작한다. 3월 23일까지 이어진 주가 급락기로 S&P500은 -34%로 1929년 주가 추락과 유사한 수준까지 폭락했다. 중국 이외 지역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자 수많은 내러티브가 만연하며 투자자의 심리를 변화시킨 시기라고 로버트 실러는 분석한다.

일부 난센스에 가까운 뉴스도 있었는데 홍콩의 화장지 사재기를 시작으로 농담 같은 뉴스들이 확산했다. 사망자 증가 뉴스도 세계적으로 확산하며 3월 11일 WHO는 코로나19가 팬더믹(대유행)에 들어섰다고 공식 선언한다. 그러나 사람들 대부분은 무슨 일인지 바로 이해하지 못했고 단지 시장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타인들의 행동을 통해 이해하려고 했다.

미국은 물론 세계 주식가격의 하락이 진행되면서 경제 봉쇄의 경제 교란과 위기 관련 뉴스가 부각되고 있었다. 경제 봉쇄로 끼니를 위해 피라미, 갯지렁이를 찾는 일부 중국인이 있다거나 이탈리아 의료진은 치료할 사람을 골라 진료한다는 등의 뉴스는 사람들의 심리를 악화시켰고 1930년과 같은 대공황이 올 거라는 소문도 무성한 시기였다.

마지막 3단계 국면은 3월 23일부터 지난 주말까지로 S&P500이 42% 상승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정책과 제롬 파월의 통화정책 뉴스가 주가 반등을 촉발했다. 3월 23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공격적 금융지원프로그램을 발표하며 거의 무제한에 가까운 자산매입에 나섰으며 나흘 뒤 트럼프는 2조달러 규모의 코로나19 재정지원정책(CARES)을 내놨다.

미국과 세계 주요 국가 정부와 중앙은행의 코로나19 대응을 보며 투자자는 2008년 금융위기 후 주가 급등을 연상했다. 2009년 3월 9일~2020년 2월 19일 S&P500은 5배 상승했다. 이 주식시장 상승을 보고 처음 공포로 참여하지 못한 투자자는 두고두고 후회를 했을 것이다. 지난 10년간 다시 그런 기회가 오면 놓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을 것이고 팔자를 고쳐줄 주가 상승의 주역은 'FAANG'로 요약되는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이라는 것도 목격했다.

2017년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며 감세, 규제완화, 인프라 투자 정책으로 미중 무역충돌에도 주가가 상승 동력을 잃지 않고 역사상 최고점을 뚫는 것도 또 한번 목격했다. 이런 가운데 투자자가 지난 3월 역사상 최악의 주가 추락과 금융위기 수준을 뛰어넘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조치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지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대부분 사람은 연준의 계획이나 'CARES'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투자자는 과거 이러한 조치의 명확한 효과를 인식하고 있다. 과거 바닥에서 매수 기회를 놓치고 후회가 남은 투자자는 2020년 주가 하락에 깊은 인상을 받았을 것이고, 주가 반등 신념으로 다시 기회를 놓치기 싫은 '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에 빠졌을 것이다.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이 더욱 악화하는 가운데 주식시장을 반등시킨 백신 역할을 한 것은 ▲재정과 통화정책에 의한 V형 경제 회복 기대와 ▲과거 잃어버린 기회에 대한 후회와 학습효과에 근거한 주식시장 반등 기회 포착이라는 심리적 기제다.

3단계 특징이 심리적인 요인에 의한 주식 상승인 만큼 기대가 심리적 공포로 바뀌면 주식시장의 급격한 역전도 가능할 것이다. 가장 유력한 공포 기제는 아직은 무시하고 있는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이다. 코로나19와 인간 심리의 전장에서 누가 살아남을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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