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의 비밀을 푸는 ‘타임머신’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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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의 비밀을 푸는 ‘타임머신’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0.06.25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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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출범 이후 21번째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이 정도라면 부동산 대책의 홍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인데 그 이유는 틈만 생기면 고개를 드는 부동산가격 탓이다. 다른 한편 미-중, 미-이란 등 연속되는 지정학적 충돌과 코로나19 팬더믹으로 세계 경제는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주식시장은 3월 급락을 만회하고 최고점을 회복 중이다.

과거 일본경제의 장기 불황 전에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큰 버블이 있었고 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버블에 트라우마가 있다. 이러한 버블 현상의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돈이다. 지난 3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자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의 FED를 비롯한 ECB, BOJ, 한국은행 등 각국 중앙은행은 사상 초유의 초저금리 정책과 무차별 통화 공급을 하고 있다.

일단 살고 보자는 취지의 돈 홍수 속에 세계 금융시장은 경제 상황 악화와는 달리 연일 고평가의 파티를 열고 있다. 사실 미국 주식시장은 2019년에도 버블 논쟁이 있었고 그때 일부 경제·시장 전문가는 세계 금융시장이 종료를 알리는 시계 바늘이 사라진 시계 아래서 버블 파티를 벌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버블의 원인이 된 것은 바로 초저금리다. 이렇게 금리는 세상을 들었다 놓았다 할 만큼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금리를 아는 것은 세상을 아는 것이고 경제와 금융을 이해하는 기초다. 지난해부터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DLF 원금 손실사태를 기억해보자. 독일과 영국 국채 금리를 이용해 금융소비자를 우롱한 이 사건은 특히 금융투자를 하려는 금융소비자는 반드시 금리를 알아야 한다는 교훈을 일깨웠다.

이 사건은 은행, 증권 등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사이의 불공정·부당 영업행위에서 청와대의 금융감독원 사찰과 은행권의 반발까지 점입가경으로 번지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당시 금리에 관한 공부가 조금 되어 있었으면 많은 금융소비자가 어처구니없이 사기를 당하지는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금리는 경제·금융의 다양한 분야에서 복잡한 방법과 용도로 사용되므로 금융소비자가 쉽게 이해하기 쉽지 않다. 금리를 한마디로 정의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많은 부분 경제학자, 전문가에게 필요한 지식이므로 어려운 부분은 제외하고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꼭 알아야 할 금리의 원리와 특성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먼저 금리라고 하면 일반인은 무엇이 떠오를까? 아마 일반인에게 가장 영향을 미치는 금리는 돈이 부족한 서민에게는 대출금리, 이자소득 생활자는 예금금리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금융, 경제 이해를 위해 일반인이 알아야 할 금리는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리이다. 기준금리에 대출금리는 일정 금리를 가산하고 예금금리는 일정 금리를 차감해서 금융기관이 최종 금리를 결정한다.

예금과 대출금리 차이(Net Interest Margin이라고 한다)는 은행의 중요한 수익원이다. 통상 ‘금리’라고 하면 기준금리를 얘기하며 중앙은행이 은행에 대출하는 정책금리가 대표적이고 국채금리, COFIX 등 이른바 상환위험, 거래 수수료 등이 반영되지 않은 금리 또는 시장금리를 총칭하기도 한다.

이러한 금리는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경제와 금융에 영향을 미친다. 경제학자나 금융전문가도 전부를 알기는 어렵고 관련 분야에 평생 매달린다. 필자는 금리의 다양한 모습 중에서 금융소비자가 주목해야 할 특성을 3가지로 정리해서 해설하려고 한다. 금리의 타임머신 기능, 가격결정자(Price Maker)로서의 금리, 그리고 경제와 금융의 온도계(thermometer) 기능이 그것이다.

사실 금리를 채권자에게는 기쁨이고 채무자에게는 고통을 주는 이자로 이해하는 관점에서 보면 뭔 구름 잡는 얘기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금리는 채무자와 채권자에게 공통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금리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 각자의 입장에서 독립해 금리가 작동하는 원리를 봐야 한다.

세 가지 특성은 공식적인 교과서에 정리된 것이 아니고 필자가 금융소비자 교육을 위해 정리해본 것이다. 이러한 시도를 해박한 금리 전문가는 꾸짖거나 비웃을 수도 있지만,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필요한 내용을 입체적으로 다시 쓰고 정리하려는 실험이라는 것을 이해하면 좋겠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먼저 이번 칼럼에서는 금리의 타임머신 특성을 설명하겠다. 즉, 금리가 금융소비자의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기능이다. 가장 단순한 사례로 이해해보자. 금리는 한마디로 시간 경과에 따라 증가하는 원금의 비율로 표시할 수 있다.

금리가 연 2%, 원금 100만원일 때 1년 후 이자는 100만원 x 2%(0.02) = 2만원이다. 따라서 1년 후 원금과 이자의 합은 102만원이다. 이것을 기호로 간단히 표시해보자. 금리 r, 원금 A라고 하면 이자는 r x A, 원금과 이자는 A(1+r)이다. 더 복잡한 수학은 없으니 겁내지 말자.

위의 설명이 현재에서 미래로 가는 금리 측면이라면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현재 원금은 당연히 1년 후 이자와 원금을 금리로 나눈(할인) 것과 동일해야 한다. 1년 후 원금 + 이자는 102만원이니 금리로 나누면 102만원/(1+2%)으로 당연히 결과는 원금 100만원이다. 이것을 기호를 이용해 표시하면 A = A(1+r)/1(1+r) 이다.

당연한 설명을 일부러 자세히 한 것은 이 설명에서 원금과 1년 후 원금+이자를 동일 가치로 만드는 것이 금리라는 것을 이해했으면 해서이다. 금리를 매개로 금융자산은 가치 측면에서 현재와 미래를 연결한다. 이런 이유로 금리는 금융과 경제에서 타임머신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면 금리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경제학적 해설이 있지만, 대표적으로 소비, 투자를 현재 포기하고 미래에 하기로 선택하는 행위에 대한 보상설이 있고, 또 하나는 불확실한 미래 위험을 반영한 위험 보상설이 있다.

포기의 대가이거나 위험 보상이거나 이런 이유로 장기 금리는 단기 금리보다 높아야 정상이다. 금리를 1개월, 6개월, 1년, 2년 등 기간별로 표시한 것을 금리의 기간구조(term structure)라고 한다. 금리 분석에는 단골 메뉴이므로 이 정도 용어는 기억했으면 좋겠다.

이미 설명한 금리의 타임머신 특성상 이 금리의 기간 구조를 시간과 금리를 축으로 하는 평면에 나타내는 그래프는 우상향한다. 그러나 불황 등 특수한 경제 상황이 예상되는 경우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아지는 경우가 발생하며 그래프는 우하향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태를 장단기 금리 역전(yield curve inverting)이라고 하며 경제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경제 이벤트 중 하나다.

흔히 미국 국채의 10년 금리와 2년 금리가 역전될 경우 대표적인 경제의 불황 발생 신호로 간주한다.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는 정설은 없고 과거의 경험을 보니 그랬다는 것이다. 사실 장단기 금리 역전과 불황 신호의 관계는 경제학의 몇 가지 미신 중 하나다.

또한 불황이 예상되는 경우 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는 현상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발생했고 지금은 당연한 현상이 됐다. 중앙은행은 시중은행이 자금 보유보다는 적극적 대출을 유도해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마이너스 정책금리를 시행한다. 이 통화정책을 Negative Interest Rate Policy(약자 NIRP)로 표현하며 ECB, BOJ 등이 시행하고 있다. NIRP를 시행하는 국가는 국채금리가 마이너스가 된다.

금리는 현재 소비나 투자 대신 미래 소비나 투자를 연결하는 타임머신이며 이 금리를 보고 현재와 미래 사이의 경제, 금융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또한 타임머신 기능은 장단기 금리 역전과 마이너스 금리까지 확장된다. 타임머신, 금리의 중요한 기능이니 입체적으로 이해하면 금융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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