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금융허브 도전장 ‘세제 혁신’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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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금융허브 도전장 ‘세제 혁신’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0.07.07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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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기획재정부는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통해 금융 세제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비상경제회의에서 발표할 만큼 중요하고 시급한 사안이라는 뜻일 것이다. 금융세제 개편 추진 배경은 ▲자본시장 성장과 금융투자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금융소득 과세 형평성을 제고하고 합리화하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자본시장은 컸는데 금융 세제가 미흡해 금융시장 발전에 장애가 됐고 이를 시정한다는 취지다.

금융소비자에게 금융수단과 방법을 결정하는데 세금의 영향력은 결정적이다. 또한 세금 제도, 즉 세제는 국가의 경제정책과 금융정책 방향을 반영하는 것이어서 금융소비자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번 금융 세제 개편안에서 금융소비자에 대해 언급이 없었다는 점이 아쉽지만 2020년 3월 통과한 금융소비자보호법과 같이 금융소비자에게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 세부적인 내용은 세법 개정과정을 거쳐 확정이 필요하지만, 금융소비자보호법처럼 금융세법 개정 내용의 중요성에 비해 크게 주목받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세법도 금융 못지 않게 이해가 어려운데 금융과 세법을 함께 버무린 것은 오죽하겠는가.

◆ ‘혁신적인’ 금융세제 개편안

최종 세법 개정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와 설명회가 이달 초 예정된 가운데 벌써 언론을 통해 다양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그런데도 금융 현장에서 고객상담을 해본 필자가 보기에 이번 금융 세제 개혁의 방향은 혁신적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이에 세제개편안 중 금융소비자가 알아야 할 혁신적 구조 변화를 기본 구조와 원리 중심으로 해설해본다.

먼저 현재 금융 세제를 간단히 짚어보자. 지금의 금융 세제는 금융소비자가 상당한 시간,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이해가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다. 이른바 금융 세법의 열거주의 구조가 원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징세를 위해 억지스러운 구조를 가지고 있는 점도 이해를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현재 세법 구조는 금융상품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이자, 배당, 양도, 비과세소득으로 구분하는데 기본적으로 14% 소득세(지방세 포함 시 15.4%)를 부과하고 있다. 여기에 이자·배당 소득금액이 2000만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제도에 의해 매년 5월 다른 종합소득과 합산하여 14~42% 소득 구간별 차등 누진과세 하는 것이 금융 세제의 기본골격이다.

2020년 4월부터 친인척을 포함해 특정 회사 주식을 10억원어치 이상 소유한 대주주의 상장주식 지분, 비상장 주식 등의 양도에는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 그러나 대주주가 아닌 소액주주 상장주식과 개인이 양도하는 채권, ETF 등의 양도에 발생하는 양도소득은 비과세로 지정하고 있다. 이것을 소위 ‘자본이득에 대해 비과세한다’고 표현한다.

현재 금융 세제는 원금손실 발생 여부에 상관없이 금융투자상품의 경우 배당소득으로 모두 쓸어 담아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부과하는데, 금융투자상품 특성을 무시하고 위험자산 투자의 비용으로 금융 세제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 오로지 금융상품에서 소득이 발생하면 대부분 이자나 배당으로 과세하는 구조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한편 자금이동이 지유로운 금융 국제화 시대이므로 국가 간 자본시장의 세제 균형도 필수적 이슈다. 이번 금융 세제 개편안은 이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개편안에 따르면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금융선진국은 주식 양도소득 즉 자본이득에 과세 중인데 한국은 비과세하고 있다. 증권거래세율도 아시아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편이다.

한국은 증권거래세를 최근 인하해 0.25%이지만 싱가포르 0.2%, 대만 0.15%, 중국 0.1%, 그리고 아시아 금융허브인 홍콩은 0.1%를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시아 금융허브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금융세제 개편이 필요한 것이다.

한편 최근 홍콩 국가보안법 통과 후 미국은 아시아 금융허브인 홍콩 특혜 철회 등 제재를 강화하고 있고 CNN 등 외신은 홍콩 금융허브 기능에 우려 섞인 보도를 하고 있다. 더 나아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홍콩 기업이 새로운 금융 허브 이전 대상으로 도쿄, 한국, 대만 등을 비교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문제가 민감한 시점이고 국제 관계상 조심스럽지만 이번 금융 세제 개편은 아시아 금융허브와의 경쟁력 제고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제 금융 세제개편안의 핵심 내용을 정리해보자. 세법 개편안은 주식, 채권 양도 등 자본이득에 대한 비과세를 폐지하고 모든 금융소득에 과세하겠다는 것이 큰 골자라고 하겠다. 새롭게 ‘금융투자소득’을 신설하고 금융소득 구조를 이자·배당소득과 금융투자소득으로 구별하는 금융소득구조로 재설계한다. 현재와 같이 이자·배당소득은 금융소득종합과세 제도를 유지한다.

◆ 골자는 ‘모든 금융소득에 과세’

반면 금융투자소득은 자본시장법과 금융소비자보호법에서 정의하는 원금손실이 발생하는 금융투자상품 소득의 종합으로, 금융소득종합과세 제도와 별도로 분류과세한다. 특히 금융투자상품의 위험을 비용으로 반영하기 위해 원금 손실이 통산된 이익을 과표로 하고, 통산 후에도 손실이 남을 경우 3년간 이월 공제를 할 수 있도록 세제가 기획된 점이 혁신적이다.

펀드는 세법상 요건을 갖춘 적격 펀드만 금융투자소득에 포함하고 비적격 펀드는 법인세를 부과한다. 최종 과표는 3억원 이하 20%, 초과분은 25% 세율로 2단계 차등 누진 과세를 한다는 계획이고, 국내주식은 2000만원 그리고 해외주식, 비상장주식, 채권, 파생상품을 묶어 250만원까지 기본공제 혜택을 준다. 그러나 펀드는 기본공제에 제외됐다.

개편안 발표 후 주식, 채권의 양도 차익 즉 자본이득(Capital gain)에 대한 조세 부담이 집중 조명되고 있으나 주식거래세의 인하를 고려하면 소액투자자에게 금융투자소득세가 반드시 불리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오랜 관행이어서 체감은 쉽지 않지만, 현행 건별 증권거래세 부담이 만만치 않고 증권거래세 인하의 실익이 금융투자소득세 부과를 상쇄하는 보상으로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펀드 투자자에게 세금 인상 불이익이 있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는데 펀드투자자는 ISA, 퇴직연금 등 비과세 금융계정을 활용하면 이미 비과세 혜택을 보고 있다. 여기에 손익통산과 이월공제 혜택이 추가되는 것이다. 다만 주식형 펀드 시장의 급격한 위축이 지속하는 가운데 최근 DLF, 라임, 옵티머스자산운용까지 공모·사모 펀드의 신뢰 상실로 펀드 시장이 추가로 위축할 전망이기 때문에 펀드 투자자에게 기본공제를 추가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세제 개편안은 근본적으로 금융투자상품에 적합한 금융 세제로 혁신하겠다는 것이며 금융투자손실을 미래 손익으로 보상할 제도(이월공제)가 마련돼 장기적인 금융투자자에게 유리하다. 세제의 운영을 위한 금융회사의 인별 원천징수 의무는 금융투자소득의 인별 통합관리 서비스가 마련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다만 세무 당국이 한눈에 모든 금융소득을 볼 수 있는 점은 고액 자산가에게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투명한 금융 시스템은 사회적 인프라로 필요하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은 자본시장법과 금융소비자보호법에 적합한 금융 시스템을 완성하는 의미가 있고 또한 국제적인 금융허브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런던, 홍콩, 싱가포르처럼 막대한 외화벌이와 고급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다.

도쿄는 장기 불황으로 상실한 금융 허브 기능을 복구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우리가 금융경쟁력을 상실하면 도쿄 금융시장에 한국 금융시장이 종속하는 위험이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금융 세제 혁신안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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