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연의 그래픽저널] 100세 시대, 코로나19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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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의 그래픽저널] 100세 시대, 코로나19의 ‘교훈’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0.04.20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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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실업률, 산업활동 지수 등 각국 경제에 대한 코로나19의 영향이 확인되기 시작한 데 이어 한국은 물론 미국, 일본의 정치 판도까지 바꾸는 등 미지(未知)의 바이러스는 영향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10여년 만인 2019년, 1초에 20경 이상을 계산하는 슈퍼컴퓨터가 활약하는 세상이지만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발병과 영향력을 아무도 예측 못 하는 상황이어서 답답할 뿐이다. 최근까지 이루어진 많은 연구 결과 2008년 금융위기의 악영향 중 하나는 그동안 사람들 대부분이 잘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인식했던 '꼬리위험(Tail Risk)'이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는 인식 변화였다고 한다.

이 위험 인식 변화가 세계 경제를 저성장의 늪으로 빠뜨렸다는 것인데 코로나19 위기는 설상가상 꼬리위험의 인식을 경제영역을 넘어 생명 위험까지 확산시킨 것이어서 결과가 직접적이고 더 치명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 치명적인 코로나19의 ‘꼬리위험’

이런 환경에서 역사적으로 금융의 시초로 평가되는 보험은 코로나19 위기 이후 급격한 위험 증가로 산업적 존립도 문제가 될 수 있고, 무엇보다 위험 증가에 따른 보험 비용의 증가는 빈부 격차가 가속되는 경제 환경에서 비용부담이 어려운 저소득층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으며 정치, 사회적 혼란도 가중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인간의 기대수명이 100세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코로나19 위기의 영향으로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고민해야 할 것은 경제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주체인 인간의 전 생애에 걸친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사람의 인생을 분석하는 것이 거시경제학의 유명한 소비이론인 라이프사이클 가설이다.

생애 설계 등 자산관리 분석에서도 많이 적용되는 라이프사이클 가설은 생애 중 경제활동기에 벌어들인 소득을 인생의 각 단계에 따라 소비한다는 것이다. 이 라이프사이클 가설에서 강조한 것은 아니지만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경제활동기에 벌어들이는 소득의 질과 형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소득의 분포와 편차, 즉 소득이 발생하는 위험에 따라 사람들 인생의 질은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것을 좀더 자세히 분석하기 위해 투자 교과서에 지혜를 빌려본다. 즉 라이프사이클의 소득 형태를 분석해 보면 사람에게 발생하는 경제적 수익 흐름(cash flow), 또는 소득 측면에서 위험자산형과 안전자산형으로 구분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경제학의 효용이론에서 위험선호형과 위험회피형으로 크게 구분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먼저 위험자산은 ‘주식’이 대표적이고 주식의 분석에 사용되는 가장 쉬운 모형은 배당성장모형이다. 자주 투자교과서에 등장하는 배당성장모형은 위험자산의 적정한 가치는 위험자산에 대한 요구수익률에서 수익의 기대 성장률을 차감한 것으로 다음 기발생 예상 배당(소득)을 할인한 것과 같다는 것이다. 금융에서 할인이란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로 당기는 과정이며 현재가치화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러한 위험자산의 특성은 매 기간의 수익 흐름이 변화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당성장모형에 비춰 볼 때 위험자산형 인간의 현재 가치는 앞으로 벌어들일 수익 또는 소득이 가장 큰 영향 요인이며 미래 수익 흐름에 영향을 주는 기대 성장률이 높아지면 현재 평가되는 생애 가치가 더욱 증가할 것이다. 코로나19 위기 이후의 앞으로 세계는 이런 위험 발생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자연히 요구 수익률이 증가하면서 위험자산의 현재가치는 크게 하락할 것이다.

주식형 라이프사이클의 인간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더욱 공격적으로 살아야 한다. 자연히 실패의 위험도 커질 것이다. 위험을 감수하며 한 방을 바라는 인생에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는 아주 불리하고 견디기 힘든 상황이 될 것이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한편 위험자산의 반대편에 있는 안전자산의 대표는 바로 채권이다. 물론 채권도 국채, 우량 채권부터 정크 본드라 불리는 투기등급 채권까지 다양하지만 여기는 채무상환 불이행, 즉 디폴트 위험이 없는 우량채권을 대상으로 한다. 이러한 채권의 가격모형은 매기 고정적인 이자가 발생하고 이를 시장 이자율로 현재가치화한 총합이 채권의 현재가치다.

◆ 라이프 사이클 ‘이렇게’ 바꿔라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의 특징은 분모의 고정적인 수익 흐름이다. 안전자산의 가치는 분자의 고정이자에 정비례하고 분모의 할인율에 반비례하며 이 두 가지 요소가 적정 가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고정이자의 기준 이자율 즉 발행이율은 안전자산의 발행자가 정하는 것이고 분모의 할인율은 시장이자율로 안전자산 주인이 좌지우지할 수 없는 외부적 요인, 즉 위험 발생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위험자산보다 안전자산은 고정수익을 약속한 곳이 안전하다면 꼬리위험에 대한 충격은 적다. 이 거래상대방 위험이 전문용어로는 신용 위험인데 이미 얘기한 채무 불이행 위험이다. 신용 위험 때문에 세계 경제가 흔들릴 때마다 미국 국채로 자금이 몰린다. 앞으로 꼬리위험이 커지는 세상에 다가갈수록 라이프 사이클의 소득모델은 미국채처럼 우량 안전자산형으로 가꾸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안전자산도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장 이자율이 변동하며 현재가치가 변할 위험이 그것인데 특히 안전자산은 만기가 길어질수록 시장 이자율 즉 할인율 변동에 따른 가치 변동이 커진다는 독특한 성질을 가진다는 점(오늘 칼럼의 핵심)을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특성을 채권가격 정리라고 한다.

이런 구조를 반영하면 안전자산형 라이프사이클 소득의 총 가치는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위험이 증가한다. 이는 100세 시대 생애 자산관리에 시사하는 것이 크다. 채권가격 모형은 할인율 변동에 대한 채권 가격의 변동을 추정하기 위해 듀레이션이라는 측정기구를 사용하는데(복잡한 수식은 채권 교실이 아니니 생략) 통상 가중평균 만기라고도 하며, 일반인은 들으면 무슨 뜻인지 어리둥절하다.

이것은 채권가격을 이자율로 미분한 개념이며 이자율이 변화할 때 채권 가격이 변화하는 정도, 탄성치로 이해하면 가장 쉽다. 듀레이션에 이자율 변동분을 곱하면 채권가격 예상 변동치가 계산되는 방식이다. 이 듀레이션의 산술적 개념에 따르면 만기가 길어지고 고정이자가 줄면 듀레이션이 커지며 결국 채권가격의 변동위험은 커진다. 그러나 만기가 길어지더라도 고정이자를 일찍 키우면 듀레이션은 작아지며 채권가격의 변동 위험은 줄어든다.

사람마다 생활 방식이 다르므로 라이프 사이클 특징을 반영해 고유의 듀레이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마치 우주를 물리학자가 수학으로 표현하는 것처럼 각각 사람들도 듀레이션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이 듀레이션은 당신 인생의 위험도를 결정한다. 앞으로 기대 수명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수록 라이프사이클은 위험에 노출된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당신의 듀레이션을 관리해야 한다.

특히 젊어서 안정적인 소득을 발생시키고 이 소득을 잘 관리해야 유리한 듀레이션을 확보할 수 있음을 청년들은 알아야 한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또 다른 꼬리 위험이 언제 다시 닥칠지 모른다. 다음 꼬리 위험은 기후변화 위험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많다. 당신의 라이프 사이클을 안전 자산형으로 바꾸고 듀레이션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코로나19 위기가 주는 교훈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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