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연의 그래픽저널] 봄바람 왈츠와 ‘변동성 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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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의 그래픽저널] 봄바람 왈츠와 ‘변동성 거리두기’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0.03.26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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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달력도 4월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올해는 3월 꽃샘추위를 느껴볼 틈도 없었다. 이때쯤이면 어느 가수의 귀에 익은 노랫소리가 들리고는 했던 것 같다. “봄바람에 휘날리며♪흩날리는 벚꽃 잎이♬...”.

금융시장은 봄 노래처럼 금융자산의 가격들이 일정한 규칙에 따라 예측 가능하게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고 투자자들은 거기에 박자를 맞추기를 원한다. 그러나 2020년 3월 금융시장은 더는 봄 노래를 읊조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세계금융시장에 봄바람 대신 겨울 동장군 캠프에 숨어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 봄노래 사라진 미국과 유럽

중국에서 첫 발병 뉴스가 전해질 때만 해도 미국과 유럽은 자기들은 봄바람 속에 봄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3월 들어서며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미국과 유럽은 코로나19의 위세에 맥없이 무너졌다. 이들은 전 세계 펀드매니저들이 추종하는 대표적 인덱스를 만드는 곳인 MSCI(모건스텐리 캐피털 인덱스)에서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국가들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들이 속한 지수의 이름은 ‘WORLD’라고 붙여졌다. 아마 선진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인식일 것이다. 그렇게 믿은 ‘WORLD’가 중국을 조롱하다가 코로나19에 함께 무너지면서 세계 투자자들의 세계 경제 시스템에 대한 신뢰감은 심하게 다쳤을 것이다.

외신 속 경제전문가들의 인터뷰를 보면 코로나19의 가장 심각한 영향은 사람들의 경제활동 의욕과 센티먼트(sentiment)를 망가뜨린 것이다. 코로나19의 감염 공포로 바깥 활동을 억제하면서 경제주체들의 소비·투자심리가 악화하면 경제의 수요가 위축되고 이것 때문에 경제 성장은 크게 둔화한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이렇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경제 성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장기 국채 금리를 비롯한 안전자산에 이상 현상을 만들고 심하게 국제 유가를 떨어뜨렸다. 그 파급효과는 결국 증시를 뒤흔들었다. 이런 악영향 고리를 만드는 센티먼트의 악화를 차단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전례없이 두 번씩이나 긴급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일본, 유럽 주요 선진국의 중앙은행도 2008년의 학습효과를 되살리며 다시 한번 돈을 쏟아붓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나 경제전문가들은 중앙은행들의 시장 살리기에 반색하다가 점차 그 효과에 의문을 보이기 시작했다. 2008년 금융위기는 금융이 말썽이었지만 이번 코로나19가 만든 위기 의식은 공장과 시장에 사람이 없어진다는 것이어서 근본적으로 원인이 다른 것이다.

이 때문에 뉴욕증시는 3월 들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하락 기록을 연속 갈아치웠고 하락 다음날은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규모로 반등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에 없던 뉴욕증시의 큰 폭의 하락과 큰 폭의 상승, 이것을 변동성이라고 한다.

◆ ‘왈츠박자’ 발맞출 변동성은 언제쯤…

변동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방법은 VIX라는 지표를 확인하는 것이다. VIX는 Volatility Index의 약자로 옵션의 가격을 계산하는 공식에서 산출하는데 현실가격에서 역으로 산출한 변동성, 즉 내재 변동성이라는 개념이 원천이다. 즉 현실 옵션가격이 결정될 때 시장 참여자들이 시장의 변동성을 계산했다는 것이다.

이 변동성은 수학적으로 분산 또는 표준편차이고 이것은 평균값에서 가격이 내려가는 정도를 의미한다. 금융시장에서는 이 변동성을 공포로 인식한다. 요즘처럼 사람들이 시장에 대한 공포가 심각한 상황에서는 샀다 팔았다 쏠림 현상도 심해지고 가격의 상한과 하한 폭도 커진다. 즉 분산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해 최근의 뉴욕시장의 변동성 VIX는 연초 20선 이하에서 80선 내외로 급등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치이고 단기적인 변동 속도로는 금융위기보다도 심각하다는 평가도 있다.

이제 봄비 한 번이면 겨울은 물러갈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만들어 낸 변동성의 한파는 무서운 기세를 높이며 끝날 기약이 없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몇몇 글로벌 투자은행은 1분기, 2분기까지 코로나19 영향으로 글로벌 경제가 단기적 충격이 있겠지만 회복되기 시작하면 V자 반등을 기대한다고 한다.

이들 투자은행은 금융시장에 생존 기반이 있으니 자기만족적 예언을 할 가능성도 크지만, 봄바람에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이면서 불규칙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수그러들고 투자자들이 즐거워하는 왈츠 박자의 변동성으로 바뀌기를 고대해본다. 그때까지는 투자자들이나 경제적인 활동 계획을 세운 독자들은 코로나19 만큼이나 금융시장 변동성과도 사회적 거리를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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