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세이렌’이 유혹하는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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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세이렌’이 유혹하는 4월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0.04.06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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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머의 오디세이는 그리스로마신화와 함께 서양철학에 많은 영향을 준 고전이다. 최근 금융시장 상황을 보면 오디세이에 담긴 유명한 신화가 떠오른다. 바로 바다에 사는 마녀 '세이렌'의 얘기다. 최근 미국 드라마에서 피해자로 바뀌어 등장하기도 한 세이렌은 꽃으로 둘러싸인 지중해의 섬 안테모사에 산다.

세이렌은 님프의 종족인데 치명적인 매력의 외모를 갖고 암초에 앉아 노래로 선원들을 유혹한다. 유혹에 넘어간 선원들은 난파를 당하고 죽어간다. 세이렌은 왜 선원을 타깃으로 했을까? 선원이란 직업은 세계사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인물들로 모험심에 가득한 벤처 상인이었다. 마젤란, 콜럼버스 등등을 기억해보면 될 것이다. 모험심의 다른 말, 탐욕(Greed)이 그들을 지배하기 때문에 사이렌은 유혹하기 쉬웠을 것이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찾은 동기는 순수한 개척 정신이 아니라 금과 향신료를 찾기 위한 욕심이었다. 순도 100%의 탐욕이 세계사를 바꾼 것이다. 탐욕은 인간을 물불 안 가리도록 바꾼다. 세이렌이 선원을 유혹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마케팅 관점에서는 너무나 당연하다. 한편 율리시스는 오랜 전쟁 끝에 귀가하던 중 마녀 키르케를 만나고 꿈 같은 밀월을 즐긴 후 다시 귀향길에 오른다.

이별하며 키르케는 바다에서 세이렌을 만나면 절대로 노래를 듣지 말 것을 조언하는데, 율리시스는 선원들의 귀는 막고 자신은 노래를 듣고 싶은 충동으로 스스로 돛대에 결박했다. 이 장면은 영국 화가 허버트 제임스 드레이퍼의 ‘Ulysses and the Sirens’를 찾아보면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세이렌을 목격한 율리시스의 표정이 정말 압권이다. 결국 율리시스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 금융시장의 ‘율리시스’는 어디에?

2020년 1분기 세계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주식시장이 폭락하자 저가매수(Buy the Dips)를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과 권유가 쏟아지고 있다. 코스피는 1월 고점에서 3월 저점까지 약 36%가 하락했으니 많이도 빠졌다. 이후 지난 금요일까지 코스피는 18% 반등하며 하락폭을 일부 줄였다. 이런 가운데 지금이 급반등 길목이니 저가 매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아진 것이다. 이것은 비단 한국 증시의 현상은 아니고 뉴욕 증시(정확하게는 한국 증시가 뉴욕 증시를 따라간 것이 팩트)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뉴욕증시발 외신에 ‘Buy the Dips!’ 기사가 넘쳐난다. ‘Dip’은 일시적 하락을 얘기한다. 과연 일시적 하락일까? 금융시장의 투자자는 선원과 크게 다르지 않고 언제든지 탐욕에 휘둘려 투기자가 되기 쉽다. 오죽하면 CNN이 발표하는 시장 심리 지표의 이름이 ‘Fear & Greed’일까? 투자자는 세이렌의 노래를 경고할 율리시스와 같은 안내자가 필요하다.

필자는 30년간 금융투자회사에 있었다. 대리부터 지점장까지 지내며 고객 자산관리와 관련해 많은 경험을 했고 금융산업의 생리를 좀 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지금처럼 심각한 시장 상황에서는 금융투자자를 위한 노파심으로 가득하다. 율리시스만 한 능력은 없겠지만 이 노파심을 핑계로 칼럼을 빌려 가끔 시장과 투자에 대해 얘기를 하려고 한다.

먼저 펀드 투자는 주식이나 외환 같은 단기 변동성 투자와는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펀드의 장점은 위험을 낮추는 분산투자다. 분산투자의 방법은 흔히 종목의 분산을 얘기하지만, 필자의 경험에 더 중요한 것은 시간의 분산이다. 포트폴리오의 시간을 현재로부터 미래로 분산하면 현재 시각에 존재하는 많은 위험이 제거된다. 장기투자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또한, 장기투자는 우리의 삶에 크게 영향을 주는 변화들과 함께하는 것이 좋다. 우리가 알기 쉽고 피부로 느끼는 경제 트렌드에 투자하는 것을 메가 트렌드(Mega-Trend) 투자라 한다. 모르는 것은 빼고 아는 세상에 펀드를 이용해 투자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이를 위한 투자법으로 최근에는 ETF를 활용한 포트폴리오 투자(EMP)를 조언하고 소개하는 금융회사가 늘고 있다.

지금처럼 복잡한 시기에 메가 트렌드 투자를 위해서는 돌아가는 경제 상황을 알아야 한다. 2020년 1분기가 지나면서 세계 경제에 대한 코로나19의 영향을 확인하고 앞으로 대처를 고민하고 결정할 시점이다. 펀드 투자자의 가장 큰 관심사는 금융시장의 동요가 언제까지 지속할 것인지 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일 것이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3월 말까지 세계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해보자. 2020년 1분기 세계증시는 급등과 급락 끝에 -20% 넘게 하락하며 베어 마켓에 진입했다. 상대적으로 중국과 미국 성장주인 FAANG은 약 -10~14%를 넘어서는 조정장을 연출하며 조금은 선방했다. 그러나 1분기 중 치명적인 영향을 받은 것은 국제유가로 브렌트유는 약 -60%를 기록했다. 유가와 함께 글로벌 산업 전망을 보여주는 구릿값도 큰 폭 하락했고 안전자산 선호를 반영하며 미국 국채와 금값, 달러는 상승했다.

이러한 세계시장 동향이 펀드 동향에 반영되며 주식형, ETF, 재간접 펀드 등 위험이 높은 공격적인 펀드들의 수익률은 크게 하락했다. 2월 연수익률 64%를 기록하면서 수위를 차지했던 해외펀드는 3월 말 수익률이 -16%p나 하락했다. 당연히 투자자는 펀드의 관리에 비상이다. 한편 해외 채권, 금 등 안전자산 관련 펀드들은 수익률이 상승했다.

혼합형 펀드 수익률 1위는 글로벌 기업에 투자하는 연금형 펀드가 차지했는데 1년 수익률이 20%를 넘었고 3년 평균 수익률도 30%를 넘는 기록을 보였다. 최근 확인 가능한 연금자료에 따르면 2011~2018년 퇴직연금의 평균 연수익률은 2.5%를 넘지 못하고 있고(자본시장연구원), 금융감독원이 이달 3일 발표한 연금저축현황에서 2019년 금융산업 전체 수익률은 연 3% 수준(펀드는 10%)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이 기록과 비교하면 위에서 얘기한 혼합형 연금펀드 수익률은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 ‘시장의 동요’에 꿋꿋하라

또한 펀드 구분을 무시하고 수익률 상위 100위 펀드를 보면 전체 수익률 평균은 15%, 표준편차는 8.4%로 분석된다. 이에 비해 주식형 펀드는 수익률 평균이 21.9%, 표준편차가 5.6%로 위험 대비 수익률은 수익률 100개 펀드보다 비교 우위를 보였다. 펀드 투자에서 펀드 선택을 잘하면 수익률을 높이고 위험을 낮추는 최적 조합을 만들 수 있다는 교훈으로 분석된다.

3월 중 눈길을 끈 펀드로는 먼저 글로벌 청정에너지에 투자하는 펀드가 금융시장의 동요에도 꾸준히 수익률을 누적하며 수익률 상위 10위권에 진입했다. 3월 신상품 중에는 ‘구독경제’에 투자하는 펀드가 등장했다. ‘구독경제’란 넷플릭스처럼 특정 고객기반의 니즈를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지속적인 가치를 제공하며 일정 기간마다 구독료를 대가로 받는 비즈니스다.

4월에도 코로나19의 영향은 지속할 전망이다. 글로벌IB와 IMF 등 국제기구는 세계 경제의 급격한 위축이 2분기까지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경기회복의 모양이 3월 초 V자형 반등에서 U자형 또는 W자형 반등으로 침체 기간이 길어진다는 의견이 다수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실러 교수는 코로나19의 감염 공포에 추가로 전염병 유행에 의한 경제 붕괴 공포가 더해졌기 때문에 코로나19의 위력은 무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재정정책 2.2조달러, FED 유동성 지원 5조달러를 비롯해 EU, 중국, 일본과 월드뱅크 등 주요 국제기구까지 세계 경제 살리기 공조에 나서면서 지난주 세계금융시장은 만만치 않은 반등세를 보였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세를 지속하며 최종 경제적 충격의 추정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여기에 세계적으로 통화정책 완화와 확장적 재정정책이 지속하였고 돈에 의한 정책효과의 한계점이 있다는 것과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가 과다부채 상황임을 대부분 투자자, 경제주체가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의 글로벌 무제한 통화공급과 전례 없는 재정지원의 효과가 의심받고, 천문학적인 빚의 증가가 결국 부채의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 세계금융시장은 심각한 신뢰 상실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금융위기의 충격 후 주식시장 동향분석에 따르면 최근의 주가 급락에 따른 반등 후 추가적인 급락의 가능성도 시장에서는 논란 중이다.

현재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여기에 로버트 실러 교수가 지적하는 코로나19의 정서적 휴리스틱(Affect Huristic)과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휴리스틱은 행동경제학에서 주장하는 불합리한 인간의 경제적 행동으로 이유 없는 공포, 막연한 반등 기대심리 등이 원인인 행동이다. 지금은 시장의 방향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단기적인 뇌동매매를 회피해야 한다.

한편 장기적인 관점에서 펀드를 활용한 메가트렌드 투자의 테마로 ESG, 기후변화, 4차산업 등을 추천한다. 구독경제와 클린에너지 관련 펀드는 이 추천의 범주에 해당한다. 앞으로 금융시장이 더 동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그때마다 저가매수(Buy the dips)하라는 세이렌의 노래가 유혹의 강도를 높일 것이다. 코로나19는 물론이고 세이렌의 유혹도 조심하는 4월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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