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연의 그래픽저널] 마이너스 금리와 ‘경제 종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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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의 그래픽저널] 마이너스 금리와 ‘경제 종말론’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0.03.09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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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뉴밀레니얼에 들어선 이후 2020년까지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시간 동안, 우리는 요동치는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2011년 유럽위기 등은 20세기의 1,2차 세계대전 같은 전쟁없이도 21세기 세계경제에 큰 단층을 만들었다.

문제는 이들 사건 자체보다 사건의 수습을 위해 ‘헬리콥터 머니’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돈을 쏟아 부은 것에서 시작한다. 이때 쏟아진 돈뭉치가 세계경제 시스템을 전통적인 경제지식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암흑물질'(Dark Matter)과 같은 존재로 바꾸어 놓고 말았다.

지속되는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 자산가격버블, 부의 양극화 속에 빚어진 전통적인 경제학적 질서의 파괴가 이 미지(未知)의 암흑물질의 병리증상인데, 내로라하는 경제학자, 정책조정자들도 이 현상 앞에서 무기력한 상황이다. 인공지능(AI)을 포함한 4차기술 혁명의 미래전망에는 AI의 지식 수준과 정보처리 능력이 인간의 한계를 넘는 특이점이라는 시기가 있다. 필자는 경제질서에도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는 특이점이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두려움을 느낀다.

이 상황을 다른 시각으로 생각해보자. 인류의 생각의 틀을 바꾸는 인상적인 세계사의 사건들이 있었다. 그런데 2000년대 수많은 경제적 사건을 목격하면서 필자가 떠올린 역사적 사건은 엉뚱할 수 있겠지만 바로 음수(陰數,-)의 발견이다. 오늘날도 수학적으로 놀라운 재능을 보이는 인도 사람들은 빈자리를 표시한 0을 하나의 숫자, 영(零)의 개념으로 인식했고 이어서 상거래 상의 부채의 개념에서 음수를 활용했다고 한다.

◆인간 통제 벗어난 '특이점' 오나

그러나 음수의 수학적인 개념이 정립된 것은 한참 후인데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로 우리에게 알려진 합리주의 대표 철학자 데카르트가 좌표(座標)라는 것을 생각하고 나서이다. 학창시절을 돌이켜 보면 X, Y축이 그려진 2차원 평면이 보일 것이다. 이 좌표 평면에서 양수(陽數)가 표시된 축의 반대 편에 음수 영역을 표시함으로서 인류는 음수라는 개념을 명확히 볼 수 있었다. 이때가 17C 초다. 즉 인류가 음수를 인식한 것은 지금부터 고작 350년 남짓인 것이다.

이때부터 음수의 개념이 정리되면서 인류는 작은 수에서 큰 수를 뺄 수 있었다. 이전에는 수학자들은 방정식의 답이 음수가 나오면 무시하거나 틀린 것으로 취급했다고 한다. 인류, 특히 지성이라는 사람들일수록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 – 이후, 음수가 가능한 세계에서 수학적 사고의 자유를 얻으면서 인류의 지성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인도에서 음수의 발견과 인식이 채권과 대별되는 채무의 개념 즉, 재무관리 측면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은 전 단락에서 잠깐 언급했다. 그러나 경제학이 시작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는 1776년 아담스미스의 국부론이 발간된 이후 현재까지 250년이 경과했지만 경제학에서는 여전히 음수를 그들 사고(思考)의 영역에 들여놓지 않고 있다.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 이론의 다수가 수학의 방법론을 차용해서 업적을 만들어 왔다. 그러나 경제학의 답에는 음수의 자리는 마련되지 않았다. 이런 면에서 17세기 이전 사고를 하는 경제학이 세계경제의 운전대를 위험하게 잡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는 음수를 부정하는 수학자 같은 입장일 지도 모른다. 독자들은 언론에서 노출되는 경제 기사도 알쏭달쏭 골치 아프다 하겠지만 현대경제학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 수학을 신봉하는가를 알면 정말 기겁하고 놀랄 것이다.

이렇게 수학을 깊이 활용하는 과학적 학문으로 자부하지만, 필자가 아는 한 경제학에서는 음수에 대해서는 인색하다. 경제학이 현실을 설명하는 대표적 무기들인 수요공급 곡선, IS-LM, 화폐수요-공급 공급선, 무차별곡선, 생산함수, 필립스곡선, 자본시장선 등등 모두 X, Y 축이 양의 실수만 사용하는 1사분면만 사용한다. 필자가 확인하기에 음의 영역을 활용하는 것은 행동경제학의 프로스펙트 이론에서 주장하는 가치함수 정도다. 이것은 전통 미시경제학의 효용함수를 대체해 인간심리의 불합리성을 기반으로 경제현상을 설명하는 것으로 경제학에서는 아직 비주류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음수가 이미 경제를 상당부분 잠식하고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 이은 2011년 유럽발 금융위기의 과정을 거치면서 2015년부터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은 마이너스 정책 금리(정식용어는 Negative Interest Rate Policy;NIRP)를 시행하고 있다. 아직도 이들은 NIRP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들 국가의 국채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영향을 받아 세계채권시장의 마이너스 금리 채권 규모는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변화가 있지만 최근에는 중국의 지난해 GDP 규모인 14조 달러이고, 글로벌 채권시장의 25%정도 채권이 마이너스 금리로 거래가 되고 있다. 경제학에서 금리(또는 수익률)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불과 5년 전 만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통화정책 교과서에도 영(零)의 금리에 근접하도록 금리를 너무 낮추면 ‘유동성 함정’이라는 현상이 발생해 통화정책은 힘을 잃는다고 가르쳐왔다. 그러나 현실은 거꾸로 통화정책이 더욱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즉, 전통 경제 교과서에는 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리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언급이 없다. 이런 이유로 유럽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했을 때에도 일시적인 실험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세계기축통화인 달러와 그 다음 세계경제를 지지하는 통화인 유로, 엔화가 무제한에 가까운 통화를 공급하며 전통적 경제학에 근거한 경제질서는 실질적으로 패권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DLF 참사'는 빙산의 일각일 수도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한 지 어느덧 5년이 지나고 있고 유럽과 일본에서 마이너스 금리는 이제 고착(?)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 완고한 입장이었던 미국 연방준비은행 FED에서도 2020년 2월에 일종의 금융교육 자료인 Economics Synopses에 NIRP를 해설하는 자료를 내놓고 있어서 FED도 NIRP를 현실로 받아 들이는 분위기로 상황이 바뀌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미국 국채금리가 0%대로 급락하면서 달러의 마이너스 금리도 곧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것이 무슨 문제인데 장광설을 늘어놓느냐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설명이 복잡하고 이론적 근거도 미완이므로 설명은 생략하겠다. 그러나 설명하고 싶은 것은 마이너스 금리가 의미하는 미래다. 2008년 금융위기를 해외보고서에서는 Great Recession이라고 표현한다. 역사상 가장 큰 충격을 준 금융위기였다는 뜻이다. 그 이후 세계경제는 외상후증후군PTSD 증상을 보이며 이전의 경제성장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전통 경제학의 금리이론인 피셔방정식에 의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금리는 결국 실질금리를 통해 경제성장률을 반영하는 것이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원인을 놓고는 여러가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마이너스 금리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 그것은 전 인류의 경제성장을 크게 후퇴시키고 삶의 혼란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3월 들어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국채금리가 폭락하는 것도 글로벌경제의 미래 성장률이 망가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즉 전통 경제학 바이블에 따르면 마이너스금리는 세계경제의 아포칼립스 예언이 숨겨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인기몰이를 위해 음모론을 제조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의 의도는 독자들이 마이너스 금리가 확산되는 상황을 강 건너 불 보듯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마이너스 금리의 효과를 다소 증폭시킨 것이므로(이것도 경제학의 방법론이다) 독자들의 양해를 구한다.

어느 때나 마찬가지로 큰 변고가 생기면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으로 열세 입장에 있는 서민들이 크게 다치는 것을 볼 수 있다. 세계경제가 통제 불가능한 전인미답의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전조(前兆)가 마이너스 금리, 음수 경제의 확산임을 기억하고 독자 여러분의 경제, 금융, 투자 계획에 조금이나마 유념하기를 바랄 뿐이다. 전면적인 마이너스 금리 경제가 가져올 충격에 비하면 최근까지 시끄러운 독일 국채 금리 DLF의 참사는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 물론 필자가 걱정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고 음모론으로 끝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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