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코로나19’라는 시지프스의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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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코로나19’라는 시지프스의 돌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0.04.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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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출발해 2008년 리먼 브라더스 도산을 촉발하며 세계 경제를 나락에 빠뜨린 금융위기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것이어서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10여년 만에 코로나19로 반복되는 충격을 보며 필자는 알베르 카뮈가 그려낸 시지프스의 신화가 떠올랐다.

신의 노여움으로 정상을 향해 끊임없이 무거운 돌을 밀어 올려야 하는 시지프스는 경제적 위기 때마다 피해를 보고 또 그 복구를 위해 인생을 바쳐야 하는 대다수 사람, 중산층 이하 서민 대중을 닮았다. 카뮈는 시지프스의 운명을 해도 해도 답이 없는 인간 운명의 ‘부조리’ 철학으로 승화하기도 했다.

2008년 금융위기의 충격이 워낙 커서 사람들은 이 사건을 'Great Financial Crisis' 또는 'Great Recession'이라고 하며 'Great'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그만큼 큰 상처를 남겼다는 의미일 것이다. 금융위기는 기술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신뢰했던 선진 금융 시스템이 졸지에 무너진 것으로 사람들에게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

◆10여년 만에 다시 터진 '충격파'

금융위기 10주년이었던 2019년에는 많은 경제, 사회학자들이 금융위기 이후의 영향에 대해서 많은 분석 보고서를 쏟아냈고 그 결론은 금융위기 이후 세계에는 분명한 변화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10여년 만에 닥친 코로나19는 또 한 번 사람들이 기함하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코로나19 대유행병은 아직 진행 중이고 충격의 규모를 추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 확인 가능한 충격은 선진국 경제의 공중보건 시스템의 붕괴로 보인다. 선진국 스스로는 물론 제3국도 상상하지 않았던 의료체계의 부실과 관료들의 생명 경시가 드러난 것이다. 또한 금융위기는 재산상의 안전에만 직접 관련이 있었지만 코로나19 위기는 생명의 안전과 신뢰를 무너뜨리고 감염 공포는 사람들의 활동을 억제했다. 사람들 활동의 억제와 경제적 충격은 2020년 상반기를 넘어 하반기까지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이 전문가에게서 나오고 있다.

한편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는 선진국인 미국, 유럽에서 최고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코로나 확산 대응 과정에서 생명이냐 생계이냐 선택 문제 즉, 코로나19 방역과 경제활동 억제의 문제를 놓고 각국 정부는 어려운 정책적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시장은 4월 들어 투자자산 선호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고 대표적으로 뉴욕증시의 S&P500은 최저점에서 상당폭 반등했다. 그 원인은 전 세계적으로 사상 유례 없는 재정, 통화정책 지원의 영향인데 미국 행정부는 2.2조달러 재정정책 지원을, FED는 6.3조달러까지 보유자산을 확장하고 2.3조달러의 중소기업 직접 지원에 나서고 있다.

사실 종이화폐(fiat money)인 달러의 힘이 언제까지 지속할지 장담하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인데 미국을 따라 BOE, ECB, EU, IMF, 세계은행 등도 속속 경제지원을 발표하며 돈을 통한 경제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와 미국 행정부는 5월까지 경제활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특유의 호언장담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이전 뉴욕증시를 최고치로 밀어 올린 버블 심리와 금융시장이 급히 반등할 것이라는 저가매수 심리가 결합하며 세계 증시의 반등 분위기를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IB, 국제기구의 경제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의 상당한 경제적 충격을 경고하고 있다. 그들은 코로나 대유행의 결과 글로벌 경제는 'W' 또는 'L' 자 등 상당 기간 침체를 반영한 성장 회복 경로를 예상하고 세계 증시의 추가적인 동요도 함께 경고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의 확산 속도가 곧 정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코로나19 이후 세계의 사회, 경제적 변화에 대한 분석도 나온다.

2008년 금융위기처럼 코로나19 위기 이후에도 세계 경제는 근본적인 변화를 할 것이라는 학습효과에 따른 움직임이다. 최근 코로나19와 관련해서 트럼프와 자주 언론에 오르내리는 미국 알레르기 감염병 연구소장 앤서니 포치는 한 언론에서 코로나19 이후 악수의 관습도 지속할지 의문이라고 했는데 이는 앞으로 큰 사회 변화가 기다리고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큰 경제 위기는 경제 주체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다시 경제 성장의 경로를 바꾼다. 2019년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은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즉 금융위기로 인한 위험 인식 변화가 세계 경제의 저성장과 저금리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 분석에 따르면 금융위기의 첫 번째 영향은 일어날 확률이 희박한 꼬리 위험, 테일 리스크가 일어날 수 있다고 사람들이 인식하면서 위험에 더욱 민감해졌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위험 민감도가 증가하면서 투자 활동이 둔화하였고 경제 성장 속도가 둔화되었다. 구체적으로 1950~2007년 이전까지의 실질 GDP 성장 추세로부터 2008년 이후 2015년까지 추세는 12% 하향 이탈했다. 즉 세계 경제는 구조적인 저성장 시대에 들어갔다.

두 번째, 금융위기의 위험 민감도 증가로 안전 자산과 유동성 자산의 수요가 증가했다. 국채로 대표되는 안전자산 수요 증가로 안전자산의 수익률은 하락했다. 전 세계적인 저금리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심지어 안전자산 취급을 받는 일본, 독일 등의 국채는 마이너스 상태다. 이들 국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네거티브 정책금리도 실시하고 있다.

◆고난 시작된 '시지프스의 윤회'

한편 2008년 금융위기로 낮아진 성장과 금리 추세를 2020년 코로나19는 다른 방법으로 더욱 낮출 것으로 경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매킨지는 코로나19 이후 세계를 분석하면서 코로나19가 세계경제의 성장 둔화요인으로 정신건강 악화를 지적했다. 매킨지는 유행병의 행태 건강적 충격(behavioral health impact)을 주목하고 있다.

연초에 세계적인 경제 리더, 브레인들이 의견을 나누는 월드 이코노믹 포럼도 ‘2020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서 전 세계 인구의 사망 원인 질병으로 심장병 등 비감염성 질환과 함께 신경 불안 질환을 지적했었다. 매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에도 많은 국가에서 우울, 불안장애와 알코올, 약물 남용이 목격된다. 실업과 소득 불평등으로 2008년에만 46000명이 자살하는 등 자살률이 13% 증가했다.

코로나19는 단순히 경기 후퇴라는 경제에 대한 직접 충격을 넘어 감염과 사망으로 인한 총체적 비탄, 물리적 거리 두기 지속, 사회적 고립 등이 복합적으로 사람들의 정신 상태에 영향을 줄 것이다. 특히 가족, 친구 등 사랑하는 사람들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불확실성은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증가시킨다.

매킨지 설문조사 결과, 일자리에 영향을 받은 사람의 'covid-19 스트레스'가 더욱 큰 것을 확인했다. 불안, 우울을 느낀 사람은 전체 조사자의 63%, 실업 등 일자리 불안자는 74%였다. 우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약물 등 물질 의존자는 25%가 주 1회 이상 음주를 했으며, 20%는 의료목적이 아닌 약물을 남용했고 7분의1은 불법 약물을 복용한 경험이 있었다.

경제적 충격에 의한 경기후퇴, 대량해고, 실업기간 연장은 소득 불평등과 연관되고 이는 다시 건강 수명, 기대 수명을 단축시킨다. 매킨지 보고서는 소득이 불평등할수록 자살률이 증가하는 관계도 보여준다. 경제적 애로는 정신 장애, 약물 남용을 초래하고 생산성 저하, 보건비용 증가, 사망률 증가의 주요 요인이 된다.

한편 WHO는 우울, 불안 장애의 글로벌 경제 비용이 연 1조달러로 추정하고 있는데 매킨지의 미국 보험 데이터 분석 결과 전체 의료지출의 60%가 정신, 약물 장애를 가진 환자인 23%에서 발생했다. 즉 행동 건강 장애는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 한 사례로 행동 건강 장애를 가진 당뇨병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2만달러의 비용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다양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는 경제주체의 경제활동을 저하시키고 수요를 위축시키며 보건비용 증가를 수반할 것이다. 이 효과는 금융위기가 압박한 저성장, 저금리 추세를 더욱 하향 압박할 것이 틀림없다.

지구 경제의 코로나19의 충격을 간신히 버티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시 정신적 부담을 통한 생산성 저하라는 바위가 굴러 내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정상으로 돌을 굴려 올리기 한참 전부터 시지프스에게 고난을 예고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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