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가 흘린 ‘김치·와인 강매사건’, 태광그룹 이호진 ‘수상한 냄새’ [이슈&웰스]
상태바
2인자가 흘린 ‘김치·와인 강매사건’, 태광그룹 이호진 ‘수상한 냄새’ [이슈&웰스]
  • 최석영 탐사기획에디터
  • 승인 2024.02.28 08: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유 전 실장 ‘이호진 전 회장이 해당사건에 관여했다’ 진술번복 의사
복권 6개월 만에 경찰의 횡령·배임 수사 이어 검찰도 이 전 회장 정조준
/그래픽=뉴스웰, 사진출처=태광산업
/그래픽=뉴스웰, 사진출처=태광산업

태광그룹에 ‘오너리스크’ 먹구름이 다시 몰려오고 있다. 이호진 전 회장이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로 복권된 지 6개월 만에 ‘김치·와인 강매 사건’의 ‘진짜 지시자’로 당국의 재수사 선상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2인자로 불리던 김기유 전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장이 그룹 내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로 이 전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며 그룹 내부의 각종 의혹을 부풀리고, 수사당국도 이를 주목하고 있어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4~2016년 태광그룹이 이 전 회장의 배우자와 자녀가 소유한 업체인 휘슬링락CC(티시스)와 메르뱅에서 생산한 김치와 와인을 계열사 19곳에 강매한 사실을 적발했다. 공정위는 총수에 대한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며 태광 계열사와 이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과징금 21억8000만원과 시정명령을 결정했다. 

당시 공정위의 태광그룹 고발 결정서에 따르면 계열사들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김치 총 512톤을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2~3배 높게 계열사에 팔았다. 모두 96억5000만원 규모였다. 또 같은 기간 메르뱅이 사들인 와인만 46억원어치였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이 전 회장은 검찰의 칼끝을 피했다. 검찰이 강매를 직접 지시했다고 조사된 김기유 실장만 재판에 넘기고 이 전 회장은 불기소 처분한 덕분이다. 이 전 회장이 김치·와인 거래와 관련한 재무 상황을 보고받거나 범행을 지시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이 전 회장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나온 직후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명령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고등법원까지 가서 승소했다. 그러나 이 재판과 관련, 지난해 3월 내려진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이 회장이 태광에 대한 지배력 강화 등을 목적으로 강매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원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이 전 회장은 태광의 의사결정 과정에 지배적 역할을 하는 자로, 김치와 와인 거래가 티시스와 메르뱅에 안정적 이익을 제공해 변칙적 부의 이전, 지배력 강화, 자녀에 대한 경영권 승계에 기여했다”라는 게 판결 요지다. 이 전 회장은 티시스와 메르뱅의 이익과 수익 구조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고, 그 영향력을 이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간접적인 관여를 했다고 본 것이다.

이어 최근에는 김기유 전 실장이 검찰에 김치·와인 강매사건에 ‘이호진 전 회장의 관여가 있었다’라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할 의사를 밝혔다는 <법률신문>의 보도도 나왔다.

김 전 실장은 지난해 8월 그룹 내 감사에서 비위가 드러나 해임되고 검찰에 고발된 바 있다. 때문에 더 이상 이 회장을 감쌀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이와 함께 경찰도 이 전 회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 전 회장의 횡령·배임 의혹을 들여다 보고 있다. 이 전 회장이 2015~2018년 그룹 임원 계좌에 허위·중복 급여를 입금한 뒤 이를 빼돌리는 수법으로 비자금 수십억원을 만들었다는 혐의다. 그룹 소유 골프장인 태광CC를 통해 다른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이 전 회장의 자택과 개인 계좌 및 휴대전화,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사무실과 계열사 등을 수차례 압수수색했다. 최근에는 자금흐름 파악과 참고인 조사를 마무리하고 이 전 회장 소환조사를 예고했다.

지난해 대통령실의 이 전 회장 사면·복권의 명분은 경제 회복이었다. 태광그룹은 2022년 12월 16일, 창사 이래 처음으로 중장기 대규모 투자계획을 공개했다. 향후 10년간 석유화학, 섬유, 금융사업 부문에서 총 12조원을 투자하고, 전 계열사에 걸쳐 신규 인력 7000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물론 업계에서도 태광그룹의 투자계획은 그룹 총수의 사면용이며, 자금조달 계획마저 빠졌다면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 전 회장은 복권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경영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같은 시기 사면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명예회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등이 경영 일선에 나서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이 전 회장이 복귀해야 하지만 아직 날짜도 정해지지 않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내외 여건이 어려운 시점이어서 그룹 내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지만, 사법리스크가 이호진 전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