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굽다 2차전지? ‘무늬만 테마주’ 끝까지 추적한다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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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굽다 2차전지? ‘무늬만 테마주’ 끝까지 추적한다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4.01.19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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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사업 가장 불공정거래 7건, 검찰 고발 등 완료… 허위 공시 상당수 주가조작·기업사냥꾼 연루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2차전지 등 테마 사업에 진출한다고 발표한 뒤 투자자를 유인하고, 주가를 띄운 뒤 보유 주식을 고가에 매도하고 실제 사업은 추진하지 않는 불공정거래 사례가 적발됐다. /일러스트=이미지투데이
2차전지 등 테마 사업에 진출한다고 발표한 뒤 투자자를 유인하고, 주가를 띄운 뒤 보유 주식을 고가에 매도하고 실제 사업은 추진하지 않는 불공정거래 사례가 적발됐다. /일러스트=이미지투데이

“OO 발포제”(ajk5****) “△△△ 요새 그릴 안 팔리지”(dkst****) “이미 대가리(주범)가 총대 메고 판 깔고 아래 직원이며 퇴직한 인간들까지 친인척, 지인 다 끌어들여서 주가 띄워서 왕창 올랐을 때 다 팔고 빠졌지 뭐. 소문에, 꼬임에 넘어간 것들만 주식 붙들고 희망 고문당하는 중. 주식 올랐을 때 팔고 빠진 것들, 다 잡아다가 원금만 돌려주고 몰수해야 돼”(ssar****).

2차전지·로봇 등 요즘 뜨는 사업에 진출한다고 허위 공시한 기업들 상당수가 주가 조작꾼이나 기업 사냥꾼과 얽혀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 반응입니다. 특정 종목들을 거론하며 의심의 눈길과 함께 부당 이득은 반드시 추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인기 테마 사업에 나선다고 속여 불공정거래를 일삼은 기업들이 덜미가 잡혔습니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규사업을 가장한 불공정거래 집중 점검 결과, 모두 7건을 검찰에 알리거나 넘겼습니다. 또 13건은 현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금감원은 밝혔습니다. 이들 불공정거래 기업 대부분은 이미 영위하고 있는 사업과 연관성이 거의 없는 새로운 분야의 사업에 진출한다고 투자자를 속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신규사업을 가장한 불공정거래 사례를 보면, 2020년 이전 적발 건수의 66.7%는 바이오 분야, 코로나19 확산 시기인 2020~2021년에는 58.3%가 코로나 관련, 2022년과 지난해에는 62.5%가 2차전지 관련 사업이었다. /자료=금융감독원
신규사업을 가장한 불공정거래 사례를 보면, 2020년 이전 적발 건수의 66.7%는 바이오 분야, 코로나19 확산 시기인 2020~2021년에는 58.3%가 코로나 관련, 2022년과 지난해에는 62.5%가 2차전지 관련 사업이었다. /자료=금융감독원

신규사업 테마로는 2020년 이전에는 ‘바이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2021년에는 마스크나 치료제 등 관련, 2022년 이후에는 ‘2차전지’가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이 같은 신규사업을 가장한 불공정거래는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의 경영권 인수와 연관성이 매우 높았습니다. 검찰 고발 등 조치 완료 7건 중 3건이 기업 사냥꾼의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것입니다.

현재 조사 중인 13건 중 7건도 불공정거래 직전 최대주주가 바뀐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불공정거래 행위 과정에서 일반투자자 대상 수백억원대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등 횡령·배임 혐의가 함께 발견된 사례도 절반(42.9%) 가까이 됐습니다. 조사 대상 20건 가운데 9할인 18건은 코스닥 상장사에서 불공정거래 행위가 이뤄졌습니다.

특히 조사 대상의 절반(10건)은 상장 폐지되거나 매매가 정지돼 막대한 투자 손실을 초래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신규사업 추진을 위한 허위 자금 조달 계획을 발표한 뒤 계속 연기하거나 사채 자금을 이용해 자금조달에 성공한 것처럼 속이고, 신규사업과 무관한 용도로 조달 자금을 유용한 사례가 확인됐습니다.

금융감독 당국은 신규사업을 가장한 불공정거래를 집중 점검한 결과, 지난해 7건을 적발해 엄중 조치(검찰 고발 및 통보 5건, 패스트트랙 2건)하고 13건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자료=금융감독원
금융감독 당국은 신규사업을 가장한 불공정거래를 집중 점검한 결과, 지난해 7건을 적발해 엄중 조치(검찰 고발 및 통보 5건, 패스트트랙 2건)하고 13건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자료=금융감독원

전문가나 유명 인사를 사외이사 등으로 영입해 신규사업을 본격 추진하는 것처럼 속이고, 실제로는 이들의 경영 참여가 전무한 사례도 적발됐습니다. 법적 이행 의무가 없는 양해각서(MOU) 체결 사실을 남발하기도 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이 파악하기 어려운 해외법인이나 연구소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것처럼 발표하고, 실제 해당 기관은 껍데기인 경우도 다반사였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기보고서를 통해 신규사업 조달자금의 사용 내역을 꼼꼼히 확인하고 구체적 근거가 제시되지 않는 MOU 등 체결은 신규사업 진출을 보장하지 않는 점을 유념해 달라”며 “관련 전문가나 유명 인사가 경영진에 선임됐다고 반드시 해당 사업이 추진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투자자들의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금감원은 앞으로 조사 역량을 집중해 신규사업을 가장한 불공정거래 혐의를 철저하고 속도감 있게 조사하고 엄정 조치에 나설 방침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업 테마별로 중점 조사국을 지정해 집중 조사하고, 해외 금융당국 및 국내외 유관 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신규사업의 실체를 추적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금감원 적발 사례를 보면 신규사업을 가장해 자금을 조달한 뒤 유용하거나, 해외법인과 법적 이행 의무가 없는 상호 협력 수준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과장되게 홍보하는 경우도 많았다. /자료=금융감독원
금감원 적발 사례를 보면 신규사업을 가장해 자금을 조달한 뒤 유용하거나, 해외법인과 법적 이행 의무가 없는 상호 협력 수준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과장되게 홍보하는 경우도 많았다. /자료=금융감독원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불공정거래 상장기업의 실명을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아울러 제대로 된 상장 심사와 함께 법적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고기 굽다 2차전지 한다는 애들도 있는데 뭘”(emce****) “회사 이름을 알려줘야 사지 않을 거 아님?”(koyi****) “주식을 오래 하다 보면 삼성도 아닌 회사가 이 테마 저 테마 매번 엮이는 게 보이지”(ke00****) “애초에 상장 승인해 준 게 잘못. 실사는 나가 보니??”(swee****) “거 봐라. 조작이 이렇게 판을 치는데 공매도 전산화, 상환 기한 조정 안 한다고? 증권거래소, 관련 증권사들 다 조사하고 커넥션 있는 X들 다 집어넣어라”(sieg****) “이런 사례가 한두 개가 아닙니다. 미국주식 하세요. 적어도 미국은 저런 수작 부리면 사형이랑 비슷한 법 처벌, 벌금이 있어서 그나마 투명합니다”(r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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