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파트너는 소모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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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파트너는 소모품 아니다”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1.10.0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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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없는 스타벅스 직원, 창립 22년 만에 첫 단체행동
스타벅스파트너들이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사상 처음으로 단체행동에 나섰다. /사진=인터넷커뮤니티
스타벅스파트너들이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사상 처음으로 단체행동에 나섰다. /사진=인터넷커뮤니티

“스타벅스파트너는 일회용 소모품이 아닙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매장 직원(파트너)들이 7일부터 이틀간 초유의 ‘트럭시위’에 돌입했다. 스타벅스가 1999년 한국에 진출한 이후 22년 만에 처음이다. 노조가 없는 스타벅스에서 직원들이 단체행동에 나선 것 또한 이례적이다.

이날 스타벅스 매장 직원들로 구성된 ‘스타벅스코리아 트럭시위 총대’는 2대의 트럭을 이용해 각각 강남과 강북 지역 주요 매장들을 순회하며 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다.

트럭에는 ‘스타벅스코리아는 과도한 핀촉비용을 감축하고 인사비용 강화하여 인력난 개선하라’ ‘리유저블컵 이벤트, 대기음료 650잔에 파트너들은 눈물짓고 고객들은 등을 돌립니다’ ‘5평도 안되는 직원 휴게공간, 스타벅스파트너들은 매일 대걸레 옆에서 밥을 먹습니다’ 등 내용의 전광판을 걸었다. 그 하단에는 ‘스타벅스파트너는 일회용 소모품이 아닙니다’라는 해시테그를 달았다.

직원들의 단체행동과 관련해 스타벅스 관계자는 “파트너들이 힘든 상황을 인지하고 있고 근로 환경에 있어 미흡한 부분은 계속 파악해 보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스타벅스 직원들의 단체행동은 지난달 28일 스타벅스가 다회용(리유저블) 컵을 무료로 제공하는 행사에서 비롯됐다.

이날 다회용 컵을 무료로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하자 전국 매장에 소비자들이 몰려 대기시간이 1시간, 대기음료가 650잔에 이르는 등 또 한번 ‘대란’이 일어나자, 과도한 마케팅으로 인해 지친 직원들이 단체행동으로 하소연에 나선 것이다.

이날 행사 이후 직원들 사이에선 회사가 인력 충원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 없이 무리하게 행사를 강행하고 있다며 “우리를 쓰다 버릴 소모품으로 여긴다”는 토로가 이어졌다.

직원들은 스타벅스가 매출 2조원에 달하는 기업이지만 매장에선 인력이 부족해 연차가 15일 있어도 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직원 휴게공간이 5평 남짓에 불과해 직원들이 대걸레 앞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스타벅스 직원들의 처우와 관련된 글들이 여럿 올라왔다.

스타벅스 직원 A씨는 “어느 매장은 (대기음료가) 650잔에 달했다”며 “밀려드는 고객과 역대 최다 대기음료 잔수를 보고 울며 도망치고 싶어도 책임감 하나로 이 악물고 참고 버텼다”고 밝혔다.

급여에 대한 고충도 털어놨다. B씨는 “트럭시위 하게 되면서 급여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는데, 센터(본사)에서 돌아오는 답변은 ‘동종업계 1위 수준이다’라고 했다네요”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근데 그거 아세요? 1년 차 바리스타와 10년 차 바리스타의 월급이 같다”면서 “점장 직급도 1년 차와 10년 차의 급여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스타벅스에 입사한 지 5년이 넘은 점장이라고 소개한 B씨는 “점장 단 지 3년차이지만 월 200만원 중반 가까이 된다”면서 “저희 매장 바리스타들은 세금 떼고 180만원 받으면 많이 받는 수준이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저는 몇년 전 동종업계 다른 직영 카페에서는 월 200만원 받으면서 일했다”며 스타벅스의 열악한 처우와 비교했다.

또 “수퍼바이저(관리자)분들 세금 떼고 210 받으면 많이 받은 수준”이라며 “동종업계 1위는 누구 기준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또 다른 직원 C씨는 “저희 바리스타도 150만원 못 받는다”고 댓글을 달았다.

D씨는 “바리스타 기본 5시간 근무, 연장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30만원 정도 될 것”이라며 “수퍼바이저는 기본 7시간 근무에 보통 170만원, 부점장은 200만원 초, 점장은 의외로 300만원이 안 된다”고 폭로했다.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자 송호섭 스타벅스 대표는 5일 저녁 매장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송 대표는 “지난달 28일 리유저블컵 행사 중 미처 예상하지 못한 준비과정의 소홀함으로 파트너분들의 업무에 과중함과 큰 부담을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놓친 부분은 없는지 자성하고 파트너들의 의견을 경청해 이를 반영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본사 측도 이달 중으로 매장 직원들의 주요 개선 요구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스타벅스는 전국 매장이 모두 직영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총 1만8000여명 직원들이 직접 고용 형태로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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