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금리 인상만”… ‘2년 미만 예·적금’에 숨은 돈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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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금리 인상만”… ‘2년 미만 예·적금’에 숨은 돈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8.12 0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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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만 12조원 시중에 풀려… 만기 짧은 안전 금융상품으로 ‘역머니무브’ 가속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지난 2월 170만주가 넘는 의무보유 물량이 풀린 LG에너지솔루션도 역머니무브에 추진력을 보탰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지난 2월 170만주가 넘는 의무보유 물량이 풀린 LG에너지솔루션도 역머니무브에 추진력을 보탰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주식시장을 도망쳐 나온 돈이 은행으로 내달리고 있다.”

지난 2월 28일, 머니무브로 수혜를 본 증시에 빨간불이 요란합니다. 상장 한 달이 된 LG에너지솔루션의 의무보유 물량 175만471주가 풀렸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시가총액 상위 10종목의 19조7687억원이 연기로 사라진 뒤입니다. 반면 2월 들어 24일까지 5대 시중은행의 예·적금 잔액은 1조1475억원으로 불어났습니다. ‘역머니무브’의 꼬리에 불이 붙은 것입니다.

‘머니무브’(money move)란 증시나 부동산이 호황이거나 낮은 금리가 이어질 때 자금이 안전 자산인 은행 예금에서 부동산·주식채권 시장 등 고위험 고수익 자산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뜻하는 네 글자입니다. 반대로 불황일 경우에는 자금이 고위험 고수익 자산에서 안전 자산인 은행 예금으로 몰리는데, 이는 ‘역(逆)머니무브’라고 부릅니다.

증시와 부동산시장 부진에 수신금리까지 오르면서, 은행으로 돈이 몰리는 역머니무브가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시중에 풀린 돈은 광의통화(M2) 기준 3709조3000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달 새 12조원(0.3%) 불어난 것입니다. M2는 현금과 요구불 및 수시입출식 예금 등에 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 등을 포함합니다.

금융상품별로 보면 2년 미만 정기 예·적금이 22조5000억원 늘었습니다. 반면 시장금리 상승으로 MMF(머니마켓펀드)가 10조2000억원 줄었고,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도 2조7000억원 감소했습니다.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만기가 짧은 예·적금으로 자금이 옮겨가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6월 시중에 풀린 돈이 12조원 늘면서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기준금리 인상기 속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강해지면서 개인이 주식 등 위험자산을 매도해 예·적금에 넣는 역머니무브가 본격화하고 있다. /자료=한국은행
지난 6월 시중에 풀린 돈이 12조원 늘면서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기준금리 인상기 속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강해지면서 개인이 주식 등 위험자산을 매도해 예·적금에 넣는 역머니무브가 본격화하고 있다. /자료=한국은행

정진우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 팀장은 “시장금리 상승으로 MMF 수익률이 크게 감소하면서 여기에서 돈을 빼 기준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보고 만기가 짧은 정기 예·적금으로 넣어둔 영향으로 보인다”라며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당분간 위험자산에서 빼내 예금으로 돌리는 등 역머니무브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경제주체별로 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 통화량은 정기 예·적금을 중심으로 증가하면서 한 달 전보다 14조7000억원(0.8%) 늘어난 1823조원을 기록했습니다. 기업은 2조원(0.2%) 줄어든 1091조6000억원, 기타금융기관은 6조9000억원(2.8%) 감소한 585조8000억원이었습니다. 반면 기타부문은 6조4000억원(3.1%) 증가한 211조900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단기자금 지표인 M1은 1375조6000억원으로 한 달 새 1조7000억원(0.1%) 늘어 6개월 연속 증가했습니다. 다만 1년 전과 견주면 7.8% 늘어난 것으로, 지난해 2월(26.0%) 이후 16개월 연속 증가 폭이 축소됐습니다. ‘M1’은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해 높은 수익률을 따라 움직이기 쉬운 자금을 뜻합니다.

정 팀장은 “대출금리 상승으로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정체되고 있는 상황이고, 전년 동월 대비 M1과 M2 증가 폭도 한 자릿수로 둔화하는 등 뚜렷하게 감소하고 있어 조만간 통화량이 감소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라며 “다만 아직까지는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된다”라고 말했습니다.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당분간 위험자산에서 빼내 예금으로 돌리는 등 역머니무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당분간 위험자산에서 빼내 예금으로 돌리는 등 역머니무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주식 개인투자자의 역머니무브 행태로 ‘거꾸로 투자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개인과 반대로 하면 돈을 번다는 논리, 결국은 투자 무용론으로 귀결합니다.

“주식 코인 전부 바닥 찍으니 돈 다 빼고 저금하네. 얘네 적금 깰 때가 주식 코인 고점이다” “인정. 위기가 기회인데, 즉 1000원짜리 물건을 100원에 살 기회를 버리고 다른 곳에 눈 돌리고 2000원으로 오를 때 달려드는 불나방. 지금이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르는데” “돈을 못 버는 이유가 있네” “주식 예금 적금 보험, 모든 투자는 자주 갈아탈수록 돈이 늘지 않는다. 때로는 줄어든다” “맞아요. 그러나 서민들은 어쩔 수 없이 이동하는 철새 같은 삶을 살아야 하는 현실이라 참 슬픕니다” “주식 하지 마세요. 건강 잃고 손해 봅니다. 한국 주식시장은 희망이 없다”.

“시중 통화량이 줄어드는 건 뻔한 이야기지. 우리나라 가계대출 규모가 약 2000조로 은행 금리 작년 대비 약 2.7배 올랐고, 대출이자로 작년에 은행에 상환된 돈이 약 2.5조원이었으니까 2.7배면 6.75조로써 시중에 돌아야 하는 4조2500억원이라는 돈이 은행으로 상환되므로 시중 통화량이 당연히 줄어드는 건데. 뭐 이딴 걸 전망할 게 있냐? 뻔한 답인데” “이자율만 높으면 예금으로 가지요. 은행들은 예금금리 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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