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 90% 탕감” 물러서지 않는 금융위, ‘새출발기금’ 강행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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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 90% 탕감” 물러서지 않는 금융위, ‘새출발기금’ 강행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8.0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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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소득·재산 충분하면 원금감면 안 돼”… 감면율 50% 이하로 축소는 불가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맨 오른쪽)은 지난달 27일 금융권 협회장과 간담회에서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차주에 대한 금융 민생대책 등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금융위원회
김주현 금융위원장(맨 오른쪽)은 지난달 27일 금융권 협회장과 간담회에서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차주에 대한 금융 민생대책 등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새출발기금에 대한 은행권 우려와 오해에 대해 설명드리며 새출발기금의 생산적 논의와 성공적 시행을 위해 보도에 신중을 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일요일인 어제(7일), 소상공인 대출 원금의 최대 90%를 감면해주는 ‘새출발기금’이 도덕적 해이를 낳고 있다는 기사가 쏟아지자 금융위원회가 부랴부랴 내놓은 보도설명자료 제목입니다. 8일 금융위는 새출발기금의 원금감면 비율 축소 주장에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원금감면’이란 은행 등에서 빌린 원래 대출금 일부를 줄여준다는 네 글자입니다.

금융위는 먼저 “새출발기금을 통한 원금감면은 매우 제한적인 경우 이뤄진다”라며 일부 은행권에서 제기한 감면율을 10~50%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해 부족에서 발생한 잘못된 지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소득·재산이 충분한 차주는 원금감면을 받을 수 없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금융위는 이어 “새출발기금은 현행 채무조정 프로그램과 동일하게 상환능력을 상실해 90일 이상 장기연체를 겪고 있는 금융채무불이행자(과거 ‘신용불량자’)에 해당하는 차주가 보유한 신용채무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이뤄진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담보채무라면 연체 90일이 넘어도 원금을 깎아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금융위는 또 “(새출발기금) 해당 차주들은 금융채무불이행자 등록으로 신규 대출, 신용카드 이용 등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는 등 7년의 장기간 정상 금융거래를 할 수 없음을 고려할 때, 상환능력이 있는 차주가 원금감면을 받기 위해 고의적인 연체를 통해 금융채무불이행자가 되고자 할 유인이 거의 없다고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소상공인 대출 원금의 최대 90%를 감면해주는 ‘새출발기금’이 도덕적 해이를 낳고 있다는 기사가 쏟아지자 금융위원회가 부랴부랴 내놓은 보도설명자료. /자료=금융위원회
소상공인 대출 원금의 최대 90%를 감면해주는 ‘새출발기금’이 도덕적 해이를 낳고 있다는 기사가 쏟아지자 금융위원회가 부랴부랴 내놓은 보도설명자료. /자료=금융위원회

아울러 ‘60~80% 수준의 원금감면’도 해당 차주가 보유한 재산을 초과한 과잉부채에 제한적으로 이뤄진다고도 강조했습니다. 과잉부채 대비 소득이 높을수록 낮은 감면율을 적용하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예컨대 부채는 1억원이지만 부동산 등 자산이 1억5000만원인 차주는 과잉부채가 0으로 계산돼 원금감면을 받을 수 없습니다.

또 현행 채무조정 프로그램의 원금감면 한도(신용회복위원회 0~70%, 법원 개인회생은 별도 제한 없음), 평균 감면율(신복위 44~61%, 법원 개인회생 60~66%)을 고려할 때 새출발기금의 원금 감면율이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정도로 지나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입니다.

더군다나 새출발기금 원금 감면율을 10~50%로 축소해야 한다는 은행권 일부 주장은 코로나19 피해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에 대해 기존 제도보다 원금감면을 축소하자는 뜻이어서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금융위는 다만 “열흘만 연체해도 채무조정 대상에 넣고 연체 이자 감면, 대출금리 3~5%로 인하 등 혜택을 준다는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라고 밝혔습니다.

새출발기금이 매입하는 부실 또는 부실 우려 차주의 채권가격이 원래 가격의 최대 35%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금융위는 금융권과 새출발기금 지원 대상 기준, 채무조정 방법 및 매입가격 등 세부사항을 조율하고 있다며 이번 달 안에 세부운영 방안을 발표하고 다음 달 하순 제도 시행까지 추가적인 의견수렴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연합뉴스와 주요 경제지 등은 전날(7일) 기사에서 ‘정부가 새출발기금을 통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채무조정 방안을 내놨지만, 은행권이 대출자의 도덕적 해이와 금융기관의 손실 부담 등을 들어 난색을 보이고 있다’라며 ‘은행권은 지나친 탕감이 부실 차주를 양산하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만큼 50% 정도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정부는 지난 5월 2차 추경을 통해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한 80조원 규모의 재무개선 프로그램을 내놨다. /자료=금융위원회
정부는 지난 5월 2차 추경을 통해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한 80조원 규모의 재무개선 프로그램을 내놨다. /자료=금융위원회

이처럼 새출발기금을 둘러싼 도덕적 해이 우려에 금융당국이 친절한 설명자료를 내놨지만, 누리꾼들의 원금감면 반대 목소리는 식지 않고 있습니다.

“아니 당연한 소리를 XX. 빚보다 재산이 많으면 탕감이 말이 되는 소리냐. XX 정부야 제발 정신 좀 챙기고 열심히 사는 사람 바보 만들지 말자. 원금탕감 절대 반대” “빚 갚지 말고 3개월 연체해야겠다. 이게 나라냐” “참 거지 같은 제도다. 어차피 상환능력 안 되는 사람들은 개인회생 또는 파산이라는 제도가 이미 만들어져 있거늘, 왜 탕감해주는 척 뒤에서 더러운 짓거릴 하는 건지? 열심히 상환하는 자들은 모든 채무의 금리를 1~3%대로 낮춰주던가, 빛을 20~30%를 탕감해주던가.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라. 정부 이 무능한 것들아” “채무조정은 원금을 은행이 부담하고 새출발기금은 손실을 세금이 부담한다. 개인빚 사채도 세금으로 전액 탕감하라”.

“부부가 재산은 한쪽으로 모으고 빚은 반대쪽으로 모아서 위장 이혼하면 재산은 재산대로 챙기고 빚은 빚대로 탕감받는 건가? 이번 기회에 저금리 시대만 경험한 2030과 허황된 한방을 노리던 파이어족들에게 빚의 무서움과 열심히 일한 땀의 가치를 알려줘야지. 이걸 결국 빚내서 투자하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ㅂㅅ 취급하던 빚투족들이 옳았고 열심히 일한 사람이 ㅂㅅ이었다는 걸 증명해주고 있네. 이제 이런 식으로 노동의 가치가 무너지고 투기꾼과 한탕주의가 만연해지면서 일본 꼴 나는 거다” “재산은 다른 사람 명의로 하면 되겠네. 참 어이없는 세금 낭비하고 XX졌네” “그냥 열심히 빚 갚고 있는 분들만 50% 미만으로 탕감해주세요”.

‘빚보다 재산 많으면 새출발기금 원금탕감 없다’ 기사에 달린 댓글들. /출처=네이버 포털뉴스 갈무리
‘빚보다 재산 많으면 새출발기금 원금탕감 없다’ 기사에 달린 댓글들. /출처=네이버 포털뉴스 갈무리

“차주의 자금 사정과 상황을 가장 잘 아는 금융회사인 만큼, 어려움을 겪는 고객에 대한 꼼꼼하고 세밀한 점검과 컨설팅을 통해 금융회사 스스로도 어려운 차주 지원에 관심을 가져달라”. 지난달 27일 금융업권 협회장단과 간담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당부였습니다. 다음은 당시 금융업권의 화답입니다. ‘일부’ 은행의 갈라치기에 국민감정이 농락당하고 있는 걸까요.

“125조원 규모의 금융민생대책이 현장에서 차질없이 전달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긴밀히 협조하고 금융권 스스로도 금융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차주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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