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원의 한 모퉁이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시체 위에 초가을의 따사로운 햇볕이 떨어져 있을 때, 대체로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게다가 가을비는 쓸쓸히 내리는데 사랑하는 이의 발길은 끊어져 거의 한 주일이나 혼자 있게 될 때. -안톤 슈낙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중에서
속절없이 흘러내리는 요즘의 증시를 보노라면 불현듯 독일 작가 안톤 슈낙의 산문이 떠오른다. 앞서 짧게 인용한 문장 속에 담긴 ‘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은 금세 주식투자 손실 때문에 소리 없이 울고 있는 개인투자자들로 빠르게 치환된다. 독일 산문 속의 슬픈 계절도 이맘때 가을이다.
요즘 출퇴근길에 공원길이라도 지나칠 때면 하염없이 뚝뚝 떨어지는 낙엽들이 무거운 발길을 붙잡는다. 늦가을의 햇살이 땅 위에 수북이 쌓인 낙엽들을 따사롭게 비출 때, 대체로 단풍잎들은 계절과 자연의 순환을 느끼기보다는 속절없이 추락한 끝에 바닥에 널브러진 저마다의 불쌍한 주식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숱한 주식들이 가을이면 우수수 잎을 떨구고 마는 자연을 빼닮았다면 주식이라는 나뭇가지마다 무슨 단단한 결실이라도 조금씩은 남겨놓았을 게 틀림없다. 그러나 주식시장에 뜨거운 여름의 열기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뒤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결실이라고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빈 껍데기만 남는다. 한여름의 무성한 잎들이 다 떨어지고 나면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찬바람만 휑하게 지나갈 뿐인 것처럼. 지난 여름에 나뭇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렸던 과실들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올해 가을이 유난히 더 슬프게 느껴지는 까닭은 대한민국 증권시장의 부끄러운 민낯이 너무나 자주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건이 올해 4, 6, 10월에 잇따라 터져 나온 희대의 주가조작 사태다. 하루에도 수십조원씩 거래되는 자본시장은 한 나라의 경제를 추동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떠맡고 있다. 수많은 신생 기업이 증시에 끊임없이 문을 두드리는 이유도 기업 성장에 꼭 필요한 기술 개발과 설비 투자에 소요되는 막대한 자금을 자본시장에서 조달하기 위해서다. 수많은 투자자가 엄청난 가격 변동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주식시장에 기꺼이 동참하려는 이유 또한 촉망받는 유망 기업의 성장 과실을 그 기업들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서다.
증시 참여자들을 감당키 어려운 투자 손실로 내모는 주가조작 범죄는 어느 시대에나 늘 있던 자본시장의 고질적인 병폐 가운데 하나다. 지난 4월 느닷없이 터져 나온 SG증권발 주가조작 범죄, 이어 6월에 발각된 5개 종목 연속 하한가 사태, 지난달 뒤늦게 터져 나온 영풍제지 주가조작 범죄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증시가 얼마만큼 낙후된 시스템으로 자본시장을 관리·감독하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만든다. 세 가지 사건에서는 일찍이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주가조작이 장기간에 걸쳐 대담하고도 대규모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몹시도 충격적이었다. 그토록 오랫동안 조직적으로 주가를 부풀려왔음에도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이 조기에 주가조작 범죄를 적발해 내지 못한 건 주가 감시 시스템에 크나큰 결함이 있다는 반증이다. 주가조작 범죄에 대한 획기적인 처벌 강화뿐 아니라 피해가 확산하기 전에 범죄를 조기 적발할 수 있는 감시 시스템 확충과 획기적인 신고·포상 제도 개선도 필요해 보인다.
최근 국내의 많은 투자자가 점차 해외 주식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흐름도 한 번쯤 되살펴 볼 필요가 있다. 한국 증시가 선진 해외 증시에 비해 여전히 불공정하고 불투명하고 불합리하다고 여기는 것도 국내 증시를 외면하는 한 가지 이유다. 만연한 주가조작 범죄 말고도 국내 투자자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은 불법적이면서도 불공정한 공매도 거래 제도이다. 그동안 금융감독 당국에서 불법적인 공매도를 근절하기 위해 과연 얼마만큼의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였는지 묻고 싶다. 해마다 가을이면 국정감사에서 빠지지 않는 레퍼토리가 ‘불법적인 공매도에 대한 제도 개선 약속’이었다. 무차입 공매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본 장치인 ‘공매도 전산화’가 그토록 구축하기 힘든 과제인지, 수많은 개인투자자가 울분을 느끼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달라고 그토록 간청하는데도 한사코 불법적인 공매도를 일삼는 외국인 투자자의 입장만 살피면서 제도 개선에 미온적인 까닭이 무엇인가.
때마침 조직과 인원을 대폭 보강한 공매도 특별단속반을 금융감독원에 설치한다는 뉴스가 나왔지만, 근본적인 해법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개미투자자들은 주가조작 범죄와 불법적인 공매도 때문에 하루하루를 견디기 힘들다고 아우성인데, 금융감독 당국의 대처는 너무나 안이하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민생을 그토록 강조하는 정부라면 응당 투자자들보다 먼저 앞장서서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자본시장 거래 질서부터 바로잡아야 마땅할 텐데 말이다. 보다 못한 여당 국회의원들까지 나서서 허점투성이인 공매도 제도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나선 만큼 차제에 한국 자본시장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친다는 각오로 임해주기 바란다.
추악한 주가조작 범죄 때문에 지난달부터 연일 하한가 행진을 벌이는 주식이 11월이 되어도 하한가에서 풀려나지 못한 채 피멍 든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때, 영세 골목상권 침해다, 쪼개기 분할 상장이다, 고위 임원들의 스톡옵션 먹튀다, 엔터테인먼트 기업 인수 과정에서 불법적인 시세조종이다, 온갖 볼썽사나운 기업 운영 행태들 때문에 창업자가 금감원 조사를 받는 모습만으로도 기가 찰 노릇인데, 똑같은 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가 IPO를 앞두고 분식 회계 혐의로 또다시 금융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뉴스를 덧보탤 때, 대체로 이런 뉴스들은 뺨 맞아 울고 있는 투자자들을 더욱 슬프게 한다.
주가조작 연루 종목 대부분은 공매도 불가 -> 시장조성자는 전 종목 공매도가 가능합니다.
근데 왜 저 문제가 된 종목에 대하여 시장조성자는 공매도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았을까?
왜냐하면 주가 조작 세력과 시장조성자가 한통속이란 생각은 들지 않을까?
왜 문제의 초점을 엉뚱한 곳으로 방향을 돌리려 하는가?
근본적으로 한국에선 시장조성자는 전 종목 공매도가 현재도 가능(한번도 금지 된적 없음)합니다.
그렇기에 한국에서 공매도의 순기능을 이야기 하려면 왜 주가조작 종목에서의 공매도 순기능을 논의하려면 시장조성자는 왜 주가조작 종목에 공매도를 하지 않았을까란 것부터 논의하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