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금지 끝나면 또? 여전히 불안한 ‘공매도 먹잇감’ [오인경의 그·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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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금지 끝나면 또? 여전히 불안한 ‘공매도 먹잇감’ [오인경의 그·말·이]
  •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
  • 승인 2023.11.1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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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적’ 전면 금지 그 후, 이제 시작이다 (중)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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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금지가 발표된 후 일주일이 지났다. 공매도가 금지된 첫 거래일 만큼은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격렬한 반응이 나타났다. 시장은 언제나 침소봉대를 좋아하기 마련이지만, 오랫동안 공매도에 휘둘렸던 개인투자자들의 울분까지도 폭등 장세에 가세한 느낌을 떨치기 어려웠다. 안타깝게도 뜨거운 매수 열기는 불과 하루 만에 차갑게 식어버렸다. 공매도 금지에도 불구하고 ‘금지 첫날’ 시장조성자의 공매도가 급증한 데다가 공매도 잔고 금액 자체가 하루 만에 폭증한 때문이었다. 전체적으로 공매도 잔고 주식수는 감소했더라도 공매도 잔고 평가액은 11월 6일 하루 만에 급증했기 때문에 나타난 불가피한 현상인데도, 개인투자자들은 또다시 ‘공매도 전면 금지 시위’에 나설 정도로 분노했다. 그만큼 공매도 제도 운용에 관한 금융 감독 당국의 대처가 미흡했고 부실했다는 방증이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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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점투성이 공매도 제도에 관한 논란은 금융감독 당국의 안일한 대처가 문제를 키워왔다고도 볼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그토록 호소했는데도 뭣 하나 제대로 뜯어고쳤다는 얘기조차 듣기 어려웠다. 선진 각국에서 운용 중인 공매도 제도와 비교해 놓은 자료들을 살펴보더라도 한국형 공매도 제도가 개인투자자들에게 유독 불리한 구석이 적지 않았음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제도 개선 문제를 소홀히 한 때문에 그걸 뜯어고치느라고 공매도 제도 자체를 한시적으로 금지한 건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이 때문에 국내 자본시장의 신뢰가 훼손되고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증시 편입이 자꾸만 늦춰지는 상황은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금융감독 당국의 미온적인 대응이 도리어 시장에 혼란만 가중한 셈이다.​

이번 글에서는 최근에 와서 유난히 기승을 부린 공매도 거래가 과연 어떤 종목들에 집중되었는지, 공매도 거래가 해당 종목의 주가 흐름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쳤는지를 개략적으로나마 살펴보고자 한다. 비록 공매도 제도가 한시적으로나마 금지되었다고는 하지만, 향후 공매도 잔고의 숏커버 가능성이나 장차 공매도가 재개될 경우, 또다시 공매도 세력의 먹잇감이 될 가능성 등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일까지 공매도 거래가 가능한 종목은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을 구성하는 350 종목이 주된 거래 대상이었다. 이들 종목 전부를 대상으로 공매도 거래를 일일이 분석하기는 힘든 만큼, 공매도 잔고 금액과 잔고 비율 기준으로 상위 10개씩, 공매도 거래대금과 거래대금 비율 기준으로 상위 10개씩 모두 40개사로 범위를 좁혀 분석했다. 일부 중복되는 종목들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27개사로 분석 대상이 줄어들었다.

우선 공매도 잔고 금액 상위 10개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들 10개사의 공매도 잔고는 7조3712억원으로 시장 전체 공매도 잔고 17조8123억원의 41.4%에 달한다. 이들 10개 종목은 공매도 잔고 금액뿐 아니라 하루 공매도 거래대금 순위에서도 톱10 안에 다수 포함된다. 이들 ‘공매도 잔고 금액 상위 10개사’ 가운데 무려 6개 종목이 2차 전지 관련주인데, 특정 테마 종목들을 중심으로 급등 장세가 나타나면 대체로 공매도 잔고도 급증한다는 사실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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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잔고(금액) 톱10에 포함되는 2차 전지 관련주들의 공매도 잔고 추이와 주가 추이를 함께 살펴보면 이들의 상관 관계를 보다 자세히 알 수 있다. 2차 전지 관련주들은 주가 변동이 극심했던 만큼 공매도 잔고도 급격한 변화를 보여왔다. 공매도 금지 첫날의 주가 급등과 그 이후의 주가 하락은 실망스러운 실적 변화뿐만 아니라 공매도 포지션을 둘러싼 시장 참여자들의 엇갈린 이해를 반영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2차 전지 관련주 가운데 이들 6개 종목의 사례만 살펴보더라도 공매도 잔고가 얼마만큼 주가 변동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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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전지 관련주들의 공매도 잔고는 바닥권에서 최고점에 다다를 때까지 극심한 변동을 겪어왔다. 2차 전지 관련주들의 주가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폭등세를 거듭하는 동안 너무 일찍 공매도 포지션을 구축한 투자자들이 엄청난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여러 차례 숏스퀴즈를 당했기 때문이다. 비록 일시적으로나마 공매도 청산이 이뤄졌다고는 하지만 2차 전지 관련주들의 공매도 잔고는 대체로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편이다. 현재 수준의 공매도 잔고 규모만 살펴보더라도 향우 2차 전지 관련주들의 주가 변동성은 여전히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들 6개 종목을 제외한 여타 종목들의 경우와는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공매도 잔고 금액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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