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 유커들이 돌아왔잖아… ‘다친 독수리’를 찾아라 [오인경의 그·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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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 유커들이 돌아왔잖아… ‘다친 독수리’를 찾아라 [오인경의 그·말·이]
  •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
  • 승인 2023.10.2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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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소비 관련주, 언제쯤 회복할까 (하)

중국 소비 관련주들이 대체로 2015∼2017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장기간에 걸쳐 극심한 침체에 빠진 까닭은 사드 보복에 따른 방한 중국인의 감소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한 여행 수요 급감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물론 이 밖에도 한중 관계의 악화 및 혐한 분위기의 장기 지속에 따른 한국 상품 배척 분위기, 중국 경기의 침체, 국내 관광 인프라의 부족(항공노선 축소 등), 중국인 관광객들의 여행 패턴 변화(젊은이들 중심의 핫플레이스 개별 관광 위주), 고금리 및 고물가 환경 등에 따른 씀씀이 축소 등 매우 다양한 요소들을 추가로 내세울 수도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그런데, 중국 소비 관련주들의 향후 실적 개선과 주가 회복을 가로막는 이러한 장애 요인들은 대부분 미래 예측이 쉽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어느덧 9년째 방한을 미루고 있는 시진핑 주석의 '방한 문제'만 보더라도 그렇다. 한때는 시진핑 방한에 관한 뉴스만 뜨더라도 중국 소비 관련주들이 일제히 급등하는 모습을 연출하던 때도 있었다. '시진핑 방한' 혹은 '중국인 단체관광 허용' 관련 뉴스는 너무 자주 등장하는 바람에 가짜 뉴스의 대명사로 취급될 정도였다. 이들 두 가지 이슈는 그만큼 성사 가능성도 예측하기 어렵고, 기대가 실망으로 뒤바뀐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다. 중국인들의 혐한 분위기가 언제쯤 누그러질지도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 중국 경제가 과연 언제쯤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 예측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극심한 장기 침체를 지속 중인 중국 소비 관련주들로서는 어쨌든 지난 8월 10일에 느닷없이 터져 나온 '중국인 단체 관광 허용' 소식이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대부분의 중국 소비 관련주들은 '방한 중국인 숫자'와 해당 기업의 실적이 직결되는 사업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방한 외국인 가운데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2015년 이후 올해 8월까지 누계로 살펴보면 중국인의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사실을 극명하게 알 수 있다. 해당 기간 전체 방한 외국인 가운데 중국인은 무려 35.2%를 차지했다. 두 번째로 한국을 많이 찾는 일본인의 비중은 16.7%였다. 일본인 100명이 방한할 때 중국인은 211명 방한한 꼴이다.

/ 그래픽=오인경
/ 그래픽=오인경

연도별 방한 중국인을 살펴보면 더욱 놀랍다. 사드 보복 이전만 하더라도 한 해에 무려 800만명 이상이 한국을 방문했다. 서울 시내 거리마다 온통 중국인들로 철철 넘쳐나던 시기가 바로 이 무렵이었다. 사드 배치 문제로 단체 관광이 금지되고 한한령이 작동하는 와중에도 중국인들의 방한 규모는 2019년에 이르러 600만명 이상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14억이 넘는 대국의 인구수에 비하면 사실 한 해 600만명이라는 숫자는 결코 대단한 규모가 아닐 수도 있지만, 중국인들의 방한 규모와 직결된 업종에서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특수를 누렸던 환경이었음이 틀림없다.

/ 그래픽=오인경
/ 그래픽=오인경

올해 들어 8월까지 방한한 중국인은 103만명 수준인데, 코로나 발생 직전이었던 2019년 8월까지의 방한 중국인(389만9730명)에 비하면 고작 26.4%에 불과하다. 중국인을 제외한 방한 외국인 숫자가 올해 8월까지 552만1260명이고, 2019년 8월까지의 방한 외국인(중국인 제외) 수치 757만3850명의 72.9%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인의 방한이 다른 외국인에 비해 현저히 더디게 회복 중임을 알 수 있다.

/ 그래픽=오인경
/ 그래픽=오인경

중국인을 포함한 방한 외국인 전체를 살펴보면 중국인의 비중이 다소 줄어든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올해 8월까지의 방한 외국인은 655만명에 달하는데, 중국인은 103만명(전체의 15.7%)에 불과하다. 중국인을 제외한 여타 국가에서 한국을 찾는 사람들이 예상 밖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음을 엿볼 수 있다. 향후 중국인 방한 숫자가 탄력적으로 회복된다면 전체 방한 외국인 숫자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 그래픽=오인경
/ 그래픽=오인경

방한 외국인 가운데 중국인을 제외한 수치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사드 보복과 한한령 때문에 중국인들이 한국을 찾는 숫자가 일시적으로 감소한 영향보다는 코로나 팬데믹 사태에 따른 방한 외국인의 급격한 감소가 '중국 소비 관련주'의 실적 악화와 주가 침체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쳤음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 그래픽=오인경
/ 그래픽=오인경

중국 소비 관련주들의 주가는 이제껏 살펴본 것처럼 사드 보복과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인해 급격한 실적 악화와 주가 부진을 겪었다. 롯데쇼핑, 아모레G, 신세계, CJ 등 내수경기를 떠받치는 주요 기업들이 대부분 고점 대비 80% 이상 주가가 하락했다. 이토록 극심한 주가 침체를 겪은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중국인 단체관광 허용' 뉴스 하나로 '좋았던 옛 시절'로 재빨리 되돌아갈 수는 없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사드 보복과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인해 망가지고 훼손된 '관광 인프라'부터 먼저 복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빠른 속도로 회복 중인 한중 사이의 항공 노선, 중국인들의 여행 패턴 변화에 부응하는 K-콘텐츠 중심의 매력적인 관광 상품 개발, 통역 등 관광업계의 부족한 인적 자원 확충 등이 뒷받침될 경우 중국인을 포함한 전체 방한 외국인 숫자도 빠른 속도로 회복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 그래픽=오인경
/ 그래픽=오인경

워런 버핏의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은 <증권분석> 초판에 다음과 같은 멋진 시구절을 인용해 놓았다. 오래전에 추락한 끝에 장기간 바닥을 헤매는 중국 소비 관련주들 가운데 ‘다친 독수리’와 같은 종목은 없는지 한 번쯤 유심히 살펴볼 일이다.​

“지금 추락한 것들은 언젠가 다시 제자리를 찾을 것이고, 지금 황금기를 구가하는 것들은 언젠가 추락할 것이다.” -로마 시인 호레이스의 <아르스 포에티카>(Ars Poetica)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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