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공매도 적발 땐 ‘시장참여 제한’ 적극 도입하자 [오인경의 그·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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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공매도 적발 땐 ‘시장참여 제한’ 적극 도입하자 [오인경의 그·말·이]
  •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
  • 승인 2023.11.1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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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적’ 전면 금지 그 후, 이제 시작이다 (하)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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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는 공매도 잔고가 급증했던 2차전지 대표주들을 중심으로 공매도 잔고 변화와 주가 변화를 함께 살펴봤다. 이번에 살펴볼 분석 대상 범주는 공매도 잔고 비율 상위 10개사다. 이들 종목은 시가총액에 비해 지나치리만큼 공매도 잔고 비율이 높기 때문에 특히 일반투자자들의 불만이 오래도록 쌓여온 경우가 많다. 이들 잔고 비율 상위 10개 종목의 공매도 잔고 금액은 2조3138억원에 이르는데, 이들 종목의 합산 시가총액 34조3461억원 대비 6.7%에 이르는 규모다. 이들 종목은 대체로 주가가 지나치게 급등했기 때문에 공매도의 급증을 불러온 게 아니라, 기업 실적 부진 등 주가에 부정적인 몇몇 요인들을 지나치게 부풀린 공매도 세력의 매도 공세 때문에 주가가 적정한 수준 이상으로 침체를 겪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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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살펴볼 범주는 공매도 거래대금 상위 종목들이다. 이들 거래대금 톱10 종목은 앞서 살펴봤던 공매도 잔고 금액 상위 10개사와도 상당히 겹친다. 하루 공매도 거래대금이 가장 많은 종목인 만큼 공매도의 영향이 주가에도 크게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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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살펴볼 영역은 공매도 거래대금이 해당 종목의 하루 총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종목들이다. 최근에 공매도가 가장 활발했던 10월 31일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공매도 거래대금이 하루 전체 거래대금의 30∼40%를 차지하는 종목이 매일 쏟아지고 있다는 건 상식적으로 판단해 보더라도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이들 종목이 대부분 공매도 거래에 크게 휘둘려온 모습은 개별 종목들의 주가 추이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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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는 한때 공매도 잔고 금액이 6000억원에 육박한 적도 있었다. 공매도 잔고가 가장 많았던 때에 비해 6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지금도 하루 전체 거래대금의 40%가 공매도 거래로 이뤄지고 있다. 물론 공매도 세력이 실적 악화에 따른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공매도를 크게 늘렸을 가능성도 있다.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정상적인 공매도가 규정대로 이뤄진다면 그걸 탓할 시장 참여자들은 아무도 없다. 해당 종목 일일 거래량의 30∼40%가 공매도로 이뤄지는데도 공매도 과열에 따른 경고 신호가 시장에 충분히 제공되는지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 주가가 몇몇 소수 계좌에서 집중적으로 관여하면서 급등할 경우와 별반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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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엘리베이터는 최근 들어 공매도 잔고가 꾸준히 증가하는데도 불구하고 주가가 좀처럼 공매도 세력의 바람대로 움직이지 않는 듯하다. 향후 기업의 실적이 더욱 좋아지고 추가적인 주가 상승이 이뤄질 경우, 공매도 세력의 숏커버가 일어날 가능성도 충분히 엿보인다. 내년 6월 말까지는 공매도가 한시적으로 금지된 상태이므로 더 늘리기 어려운 공매도 잔고가 감소세로 반전될 경우,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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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에 전격적으로 시행된 ‘한시적인 공매도 금지’를 계기로 한국형 공매도 제도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지니고 있음이 드러났다. 오랜 기간 불법적인 무차입 공매도가 광범위한 규모로 만연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때 적발하지도 못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되어 온 제도였음에도 불구하고 외국계 금융기관들의 대규모 불법 공매도를 적발하고 나서도 금융감독 당국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처해온 측면도 크다. 벌금형이든 형사처벌이든 처벌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불법 공매도가 적발될 경우, 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방안도 적극 도입해 볼 필요가 있다. 공매도 제도는 투기적인 주가 상승을 억제하는 한편 주가를 적정한 수준으로 형성되도록 돕는 기능이 핵심이다. 대규모의 롱숏펀드를 운용하는 헤지펀드로서는 급작스러운 공매도 금지 조치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원활한 ETF 거래를 위해 필수적인 시장조성자들의 공매도까지 제한하는 건 자본시장의 기본적인 기능마저 제약할 수 있으므로 자제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등을 위해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는 불공정한 공매도 제도를 마냥 끌고 갈 수도 없다. 수많은 문제점을 떠안고 있는 한국형 공매도 제도가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수긍할 만큼 투명하고도 공정한 제도로 재탄생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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