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가 쏘아 올린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기 [오인경의 그·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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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금지가 쏘아 올린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기 [오인경의 그·말·이]
  •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
  • 승인 2023.11.0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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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적’ 전면 금지 그 후, 이제 시작이다 (상)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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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주식시장이 하루아침에 폭등 장세로 돌변했다. 어제 기록한 코스피 상승 폭은 역대 1위였다. 그만큼 뜨겁게 달아올랐다. 수많은 투자자로부터 뿌리 깊은 불신과 지탄의 대상으로 전락한 공매도 제도가 내년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전면 금지된 덕분이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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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증시는 2021년 여름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불과 2년여 만에 1100포인트 가까이 폭락하는 등 기나긴 침체를 이어왔다. 이 기간 주가가 가파르게 하락한 이유는 주로 고물가를 억제하기 위한 미국 등 각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경기 침체에 따른 수출 경기 급랭, 기업 실적 악화, 고금리로 인한 증시 투자 자금 이탈 심화, 이스라엘 전쟁 등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 반드시 추가해야 할 또 다른 이유는 외국인이 주도해온 극성스러운 공매도다. 정부가 공매도 제도에 관한 기존의 스탠스에서 벗어나 전격적으로 ‘공매도 금지’를 발표하자 시장의 반응은 일반적인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드라마틱한 모습으로 표출됐다. 외국인 투자자가 주도하는 공매도가 그만큼 비정상적이었고, 불법 공매도로 인한 주가 왜곡 현상이 그만큼 극심했다는 반증이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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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개인투자자가 오래 전부터 증시가 급락할 때마다 불합리한 공매도 제도를 탓해 왔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여태껏 개선이 미뤄지고 불법적인 공매도가 극성을 부려왔던 까닭은 무엇인가? 전문가 대다수는 불법적인 공매도를 통해 거둬들이는 이익이 금융당국에 적발돼 부담하는 비용(벌금)보다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불법적인 무차입 공매도나 보고 지연 등 각종 규정 위반은 쉽게 적발되지도 않을 뿐더러, 설사 적발되더라도 과징금이나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낮은 게 사실이다. 금융 감독 당국에서 앵무새처럼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겠다고 외쳐봐야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시장 참여자가 있을 리 없었다.

최근에 와서야 비로소 외국계 대형 투자은행(IB)에서 장기간 저질러 온 대규모의 불법 공매도를 적발했을 뿐, 이전까지의 단속 실적이라고 해봐야 엄청난 규모의 공매도 거래대금에 비할 바가 못 될 정도로 초라했다. 바로 이런 이유로 불법적인 공매도는 끊임없이 재발했다. 이건 마치 주가조작 범죄가 오래도록 근절되지 않고 끊임없이 재발하는 현상과 닮았다. 불법을 저질러도 좋을 만큼 기대할 만한 이익은 크고 치러야 할 죗값은 터무니없이 가벼우니 당연한 현상이다. 일찍이 애덤 스미스도 지적한 바 있듯이, 노력은 언제나 필요에 비례하기 마련이다.

노력은 항상 그 필요성에 비례한다

​어떤 직업에서도 그 직업을 수행하는 사람들 대부분의 노력은 그 노력을 해야 할 필요성에 항상 비례한다. (중략) 어떤 특정 직업에서의 성공으로 달성할 수 있는 위대한 목표는 물론 특별한 의지(spirit)와 야심(ambition)을 가진 소수 사람들로 하여금 열심히 노력하도록 분발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최대의 노력을 끌어내는 데 반드시 위대한 목표가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비천한 직업에서도 경쟁과 대항 의식이 남보다 성적이 뛰어나는 것을 야심의 목표로 하여 최대의 노력을 경주하도록 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이에 반해, 목적이 위대하긴 하나 노력해야 할 필요성이 별로 절실하지 않은 경우에는 크게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애덤 스미스 <국부론> 중에서

최근에 외국계 초대형 금융회사들이 저질러 온 불법 공매도가 표면 위로 드러나면서 ‘한국형 공매도 제도’는 다시 한번 뭇매를 맞았다. 챗GPT 등 최첨단 인공지능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을 거듭하는 요즘까지도 ‘무차입 공매도’를 막지 못한 핵심적인 이유가 ‘전산 시스템’ 대신 ‘수기’로 잔고를 확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니 일반투자자들이 불법적인 공매도를 자행하는 외국계 금융기관뿐 아니라 금융 감독 당국과 정부까지 싸잡아 비판하는 것이다. 마침 정부 여당에서도 이 문제를 적극 해결하겠다고 나선 만큼 차제에 대한민국 자본시장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친다는 각오로 허점 투성이인 공매도 제도를 고쳐주길 바란다. 아래에서는 2021년 5월부터 재개된 이후 올해 11월 3일까지 2년 6개월 동안 이어져온 공매도 거래의 단편적인 모습을 개략적이나마 살펴봄으로써 공매도 거래가 국내 주식시장과 종목별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2021년 5월부터 재개된 공매도 거래대금이 증시 전체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2∼7% 수준이며, 추세적으로 큰 변화를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올해 들어 공매도 거래대금 규모는 예년에 비해 확연히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여름에 2차전지 관련주에 대한 투기 열풍이 일으킨 영향임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특히 코스닥에 상장된 2차전지 관련주를 중심으로 공매도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영향이 뚜렷이 드러난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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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거래대금이 급증했던 거래일은 대부분 지난 7~8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했음을 아래 차트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공매도 거래대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날에는 시장 전체 거래대금도 동반해서 급증하는 경향이 많았다. 시장 전체 거래대금에서 공매도 거래대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이유도 이런 경향 때문인 듯하다.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이 가장 크게 늘어난 거래일들을 살펴봐도 대부분 6% 중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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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처럼 ‘시장 전체에서 공매도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많고 적음에서 비롯되는 게 결코 아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공매도 거래가 집중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극성스러운 공매도가 집요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게 진짜 문제다. 지난 일주일 동안에 공매도 거래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종목들만 대충 살펴봐도 이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서 매일 집계하는 ‘공매도 상위 50개사’의 공매도 거래대금을 살펴보면 해당 종목 전체 거래대금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는 걸 금세 파악할 수 있다. 투자심리가 최근처럼 극도로 위축된 데다가 연일 신용 담보 부족 사태로 불가피하게 손절매하는 물량이 쏟아질 경우에는 공매도의 위력이 훨씬 배가된다. 해당 종목 거래대금 가운데 20% 혹은 25%에 육박하는 거래가 공매도 세력의 주도로 이뤄진다면 해당 종목의 주가는 공매도 세력이 원하는 흐름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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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특정일마다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이 최상위인 종목들만을 따로 살펴보면 공매도가 주식 시세에 끼치는 영향력이 얼마만큼 막강한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지난달 31일에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이 가장 높은 상위 20종목만 살펴봐도 그렇다. 하루 전체 거래대금의 30∼40%에 해당하는 엄청난 물량이 공매도를 주도하는 세력에 의해 거래될 경우, 대개의 투자자는 위축되기 마련이다. 공매도 물량이 난폭하게 쏟아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해당 종목이 고평가된 이유로 ‘공매도의 순기능’을 살려서 그 종목을 매도한다고 생각할 투자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대개의 투자자는 ‘공매도를 빙자한 시세조종 목적’으로 해당 종목의 주가를 고의로 떨어뜨린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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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에서는 최근 들어 공매도 대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2차 전지 테마주 가운데 몇몇 종목과 장기간에 걸친 공매도 누적으로 공매도 잔고가 특히 높은 종목들을 살펴볼 예정이다. 이러한 종목들이 불법적이면서도 악의적인 공매도 거래와 주가 하락과의 상관관계를 잘 드러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표된 공매도 금지 조치로 비정상적이고 불법적인 공매도 거래가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나면, 공매도 잔고가 비정상적으로 급증한 때문에 주가 하락이 지나치게 심화된 종목들을 중심으로 숏커버가 꾸준히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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