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상표권 사용료’는 계열사 배임? 이젠 공정위가 답할 때! [마포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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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상표권 사용료’는 계열사 배임? 이젠 공정위가 답할 때! [마포나루]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3.06.2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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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일가 매년 1000억원 이상 배당금 챙기기 ‘안심 창구’ 역할
경제개혁연대 “계열사 손해 보며 특수관계인에 부당 이익 제공”
정기선 경영승계 자금으로 활용 위해 고배당·상표권 독점 의심도
HD현대 사옥 전경. /사진=HD현대
HD현대 사옥 전경. /사진=HD현대

지난해 현대중공업 인적분할을 통해 HD현대그룹의 지주사로 새롭게 출범한 HD현대가 당시 안팎에서 제기됐던 오너 3세 경영승계 꼼수 의혹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연초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HD현대가 계열사 5곳에서 사용하는 상표권 사용료로 챙기는 수익이 올해 255억, 2025년까지 3년간 813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계열사 지분 배당금과 임대료, 상표권 사용료가 수익구조인 지주회사의 특성상 상표권 사용료가 늘어나면 그만큼 배당금도 늘어나면서 오너일가의 수입도 착착 증가하게 됩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왼쪽)과 정기선 HD현대 사장. /사진=HD현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왼쪽)과 정기선 HD현대 사장. /사진=HD현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아들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HD현대의 지분을 각각 26.6, 5.26% 보유하고 있습니다. HD현대는 지난해 3251억원, 2021년 3922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했으니 31.82%를 보유한 최대주주 오너일가가 해마다 1000억원이 훌쩍 넘는 배당금을 챙기고 있는 것입니다. 정 사장 몫만 따져도 매년 171억~200여억원에 달합니다. 특히 HD현대는 지난해 매출액 3472억원에 당기순이익이 2193억원이었는데도 3251억원을 주주에게 배당하는 정책을 견지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HD현대가 계열사로부터 받는 상표권 사용료를 두고 기존 상표권 소유회사(계열사)들이 특수관계인 회사에 그룹CI의 일부를 단독으로 출원하도록 묵인하고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하는 게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이므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경제개혁연대가 HD현대 등 몇몇 지주회사의 상표권 사용료 수취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하고 나선 것입니다.

HD현대의 새 CI. 
HD현대의 새 CI. 

 

 

 

 

 

 

 

 

 

HD현대는 지난해 현대중공업그룹을 인적분할해 그룹 지주사가 되면서 새로운 CI를 출원·등록해 올해 초부터 적용하고 있습니다. 기존엔 HD현대그룹의 상표권은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HD현대중공업이 공동 보유하고 있었고 HD현대오일뱅크는 자체 CI를 사용하면서 각각 다른 계열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신규 CI는 HD현대가 새로 출원한 CI(심볼 부분)와 기존 CI(현대)가 혼합된 형태입니다. 기존 CI 소유자는 신규 CI 가운데 상호 부분에 대해서만 계속 그 권리를 가지기 때문에 상표권 사용료율은 기존 0.2%에서 0.14%로 조정됐습니다. HD현대는 신규 CI 중 심볼 부분에 대한 0.05%의 사용료율을 적용해 받음으로써 계열사들 입장에선 상표권 사용료 수익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기존에 부담하지 않던 심볼 부분에 대한 상표권 사용료를 내게 된 것입니다. 매출액이 많은 주력 계열사들의 경우, 받는 것보다 줘야 할 사용료가 더 많아질 수 있습니다.

HD현대는 CI 변경으로 상표권 수익이 지난해 51억원에서 올해 최소 255억원으로 5배나 급증(내부거래 공시 기준)하게 되고, 늘어난 상표권 수익의 대부분을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기존 상표권 소유회사들이 부담하게 됩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를 두고 “기존 상표권 소유회사들이 그룹 CI의 일부를 특수관계인 회사 HD현대가 단독으로 출원하도록 묵인하고 상표사용료 지급을 결정한 것은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이라고 주장합니다. 주력 계열사들이 손해를 보면서 특수관계인 소유회사에 부당한 이익(사업 기회 등)을 제공한 것으로 업무상 배임이 의심된다는 것입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의2(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를 위반하면서 오너 일가의 주머니를 불려주는 ‘사익편취 규제 적용 대상’이 아니냐는 의심입니다. 기존 상표권 소유 계열사 가운데 정몽준 이사장과 정기선 사장이 지분 1% 이상(2022년 5월 1일 기준)을 가진 회사가 한 곳도 없는데도 말입니다.

올해 1월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화면. 
올해 1월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화면. 

경제개혁연대는 “주력 사업자회사가 직접 또는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를 통해 수행할 경우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집중된 HD현대에 제공함으로써,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또 상표권 사용료가 발생하려면 단순 상표의 개발·출원만으로는 부족하고 상표의 관리나 이미지 제고를 위한 노력과 비용을 부담하거나 상표의 가치 향상에 기여가 있어야 가능한데 HD현대의 경우 이런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꼬집었습니다.

한편 HD현대 출범과 새로운 CI 공개 이후 상표권 사용료 수익이 오너 일가의 경영 승계 발판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HD현대 출범 이전 지주사 보유주식이 1주도 없었던 정기선 사장은 2018년 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5% 이상 지분을 확보해 매년 200억원 가까운 배당금을 받고 있습니다.

배당금으로 정 사장은 장내 매수를 통해 HD현대 지분을 늘릴 수도 있고, 부친인 정몽준 이사장의 지분을 승계하기 위한 자금으로 쓸 수도 있습니다. 정 이사장의 지분 26.6%를 상속받으려면 정 사장이 내야 할 상속세 규모가 8000억여원에 달하지만 5년간 매년 1600억원씩 분할 납부가 가능합니다.

HD현대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배당금을 크게 늘리는 정책을 실행하고 있어 오너 일가가 챙겨가는 배당금도 급증, 결국 오너 일가가 최대 수혜자가 됩니다. 매년 별 노력 없이도 날름날름 챙길수 있는 상표권 사용료 수익이 경영승계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한 것입니다. 거기에 계열사 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한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한 배를 탄 경영진이 일조하고 있는 셈입니다.

법 위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고 위반사실이 확인되면 엄중 제재해야 한다는 경제개혁연대의 요청에 공정위가 조속히 답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을 계획 중인 기업이 상표권을 특수관계인의 소유물처럼 인식하지 못하도록 경각심을 심어줘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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