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하나 없이 ‘코오롱 4세 승계’ 비법은 쪼개기? [마포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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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하나 없이 ‘코오롱 4세 승계’ 비법은 쪼개기? [마포나루]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3.06.14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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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모빌리티 물적분할 ‘코오롱모터스’ 분사
이규호, 지주사 대표 맡아 6개 자회사 컨트롤
경영권 승계 명분 위해 능력 입증할지 주목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올해 1월 과천 코오롱타워에서 공식 출범식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각자대표 이규호 사장, 전철원 사장이 사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코오롱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올해 1월 과천 코오롱타워에서 공식 출범식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각자대표 이규호 사장, 전철원 사장이 사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코오롱

코오롱그룹 오너 4세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대표의 경영권 승계 명분쌓기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코오롱그룹은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BMW본부를 물적분할 방식을 통해 분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 9일 공시를 통해 BMW 및 MINI 브랜드 사업부문을 분할해 9월 1일자로 ‘코오롱모터스’를 설립하기로 한 것입니다.

코오롱모빌리티가 올해 1월 코오롱글로벌의 수입차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출범한 지 9개월 만에 분사를 단행하는 것입니다. 분사가 완료되면 코오롱모빌리티는 ▲BMW 딜러사 ‘코오롱모터스’ ▲아우디 딜러사 ‘코오롱아우토’ ▲볼보자동차 딜러사 ‘코오롱오토모티브’ ▲지프 딜러사 ‘코오롱제이모빌리티’ ▲전기차 폴스타와 전기 바이크 케이크의 판매사 ‘코오롱라이프스타일컴퍼니’ ▲신규 파트너십을 맺은 영국 스포츠카 브랜드 로터스의 판매사 ‘로터스카스코리아’까지 총 6개의 브랜드 별 자회사를 산하에 두게 됩니다.

코오롱모빌리티는 출범 당시 3개였던 자회사를 파트너십, 물적분할 방식 등을 통해 6개로 늘리며 이규호 대표의 후계 입지를 단단히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경영 전면에 나서도록 하는 모양새입니다. 이 대표는 최근 보폭을 넓히고 있는 ‘80년대생 후계자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나 정기선 HD현대 사장과 비슷한 또래이지만, 승계 행보로 보자면 한참 느린 편입니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 대표는 ㈜코오롱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지분이 전혀 없습니다. 게다가 이웅열 명예회장이 2018년 돌연 은퇴를 선언하면서 코오롱그룹은 수년째 총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대표 입장에선 경영권 승계 명분을 축적하기 위해 능력을 발휘하고 입증할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코오롱모빌리티는 이번 분사를 두고 사업구조의 재편과 효율화를 통한 종합 모빌리티 사업자로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게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재계에선 결국 그룹차원의 승계 문제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시각입니다. 이 대표가 지분 하나 없이도 6개 자회사를 거느리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됐기 때문입니다.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사장. /사진=코오롱모빌리티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사장. /사진=코오롱모빌리티

1984년생인 이규호 대표는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차장으로 입사해 그룹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3년 만인 2015년 상무보로 승진하며 100대 기업 최연소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고 2017년 상무, 2018년 전무로 초고속 승진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또한 2020년 코오롱글로벌로 옮기면서 수입차 부문을 맡게 됐고, 2022년 사장으로 승진하며 수입차 부문을 통합해 설립한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대표로 선임됐습니다. 입사 10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한 셈입니다.

오너 4세의 거듭되는 초고속 승진에 대해 세간의 뒷말이 잇따르자 이웅열 명예회장은 예전에 승계 문제와 관련해 “능력이 있다고 판단돼야 가능할 것”이라며 능력 입증이란 명분없이 무조건적인 승계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제 이 대표가 코오롱모빌리티그룹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승계 행보의 속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그룹 매출의 대부분을 이끌던 BMW와 MINI를 자회사로 떼어낸 상황에서 새 먹거리를 찾아내야 하는데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몇 년 새 국내 수입차 시장이 급성장을 계속해 이제 예전처럼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과연 이 대표가 분사 이후 어떤 묘수와 경영 능력을 선보일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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