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경영권 승계 악용? 한화의 기막힌 ‘RS 활용법’ [마포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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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 경영권 승계 악용? 한화의 기막힌 ‘RS 활용법’ [마포나루]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3.10.06 13: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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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옵션과 달리 오너도 주식 받아 지배력 강화 수단 악용 우려
취지 맞게 임직원에게만 줄 수 있도록 법적 규제장치 마련 시급
한화 본사. /사진=한화
한화 본사. /사진=한화

국내 대기업 가운데 2020년 처음으로 RSU(Restricted Stock Units·양도제한조건부주식)를 도입한 한화가 제도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시키며 국회에서 홍보전을 펼치고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이유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올해 상반기 한화 16만6004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6만5002주, 한화솔루션 주식 4만8101주를 RSU로 받으면서 경영권 편법승계 수단이나 지배력 강화에 활용할 수 있다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물론 김 부회장이 받은 RSU의 현 시점 주식 가치는 130억여원에 달하지만, 실제 주식을 받는 시점은 10년 후인 2033년이어서 김 부회장이 장기적으로 회사 가치를 올리는데 집중하는 효과가 크다는 반론도 있다. RSU를 지급하는 경우 현금 성과급을 주지 않기 때문에 일정 조건 성취 후에 받는 조건부 성과급 개념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오너 일가 대주주가 RS(Restricted Stock) 제도를 활용, 주식을 부여받은 것 자체가 유능한 임직원 장기근속 유도라는 제도 도입 목적과 부합하는 것이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 /사진=한화
김동관 한화 부회장. /사진=한화

RS는 스톡옵션과 달리 규제가 상대적으로 까다롭지 않아 재벌총수 일가에게 주식 몰아주기가 가능한 허점이 있다. 스톡옵션의 경우 대주주에겐 주지 못하도록 되어 있고 발행 주식 수의 10% 이내로 제한돼 있지만, RS는 현재 법률 규정이 없어 특별한 제약이 없고 부여 수량에도 제한이 없다. 즉 기업 오너들에게도 이사회 의결을 통해 주식 몰아주기가 가능한 셈이다.

이 때문에 RS는 유능한 임직원들의 충성도를 높여 인재 이탈 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긍정적 측면과 함께, 재벌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새로운 묘수(?)로 악용될 수 있는 양면이 있다. 일각에서 핵심 인력 확보라는 명분을 내세워 기업들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편법으로 활용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 RS와 관련한 법적 규제장치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RS는 단기 성과에 집중하는 스톡옵션과 달리 장기적 성과를 이끌어내는 효과가 있어 미국에서 대안으로 등장, MS가 2003년 도입한 뒤 애플, 아마존 등으로 확산됐다.

국내에서도 한화가 2020년 대기업 중 처음으로 RS 제도를 도입하면서 이를 따라가는 기업이 늘고 있다. 두산그룹이 지난해 두산, 두산에너빌리티 등 주요 계열사에 도입한데 이어 포스코퓨처엠도 올해 4월 연구·생산 핵심인력에 RS를 지급했다.

박정원 두산 회장은 올 상반기, 2024년 2월 매도 조건으로 ㈜두산 주식 3만2266주를 RSU로 받았다. 한화그룹도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한화오션이 목표를 달성하면 2024년 2월 대우조선 직원들에게 현금과 RSU를 각각 150%(월 기본급 기준) 주기로 했다.

RS제도가 장점이 많은 건 사실이다. 한화처럼 장기적 프로젝트가 필수인 방산, 우주, 항공, 조선 산업에서 합당한 보상을 통해 핵심인력을 붙잡아 두는데 유용한 장치임엔 반론이 없다. 하지만 법적 규제장치가 미흡한 RSU의 허점을 이용해 오너 일가 대주주인 김 부회장이 엄청난 액수의 RSU를 챙긴 것은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몇 년치 성과급을 조건부로 받았다는 설명이 쉽게 납득될지 의문이다. 제도의 취지에 맞게 오너 일가는 RSU를 부여받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제한하는 등 규제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성수 한화그룹 사장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RSU 제도가 장기적으로 회사의 발전과 함께 할 수 있는 보상 패러다임으로 해외에서 검증되고 유의미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라며 “국회에서 법적 근거를 마련하면 그 테두리 안에서 잘 운영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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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4 2023-10-06 15:17:07
허걱. 이거 반칙 아닙니까? 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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