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동원, CJ 이선호, SPC 허희수… 슬그머니 경영 복귀한 ‘재벌 마약사범’ [마포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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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동원, CJ 이선호, SPC 허희수… 슬그머니 경영 복귀한 ‘재벌 마약사범’ [마포나루]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3.05.12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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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2, 3세 마약범죄 줄줄이 집행유예로 실형 면해 ‘공분’
자숙 기간 없이 은근슬쩍 경영 복귀하자 일반 시민은 ‘허탈’
CJ家 장남 이선호 경영리더, 정직 1년 만에 복귀 ‘승계수업’
SPC그룹 허희수 ‘경영 영구배제’ 약속 어기고 편법 경영참여
“이미지 먹칠 오너 리스크로 주주가치 훼손 막아야” 대책 촉구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8일 대검찰청에서 '전국 18대 지검 마약전담 부장검사·과장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검찰청 홈페이지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8일 대검찰청에서 '전국 18대 지검 마약전담 부장검사·과장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검찰청 홈페이지

최근 학원가에서 청소년을 상대로 마약 성분이 담긴 음료를 건네고 이를 통해 학부모를 협박해 금품을 갈취하려 한 ‘마약 피싱’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마약 범죄의 심각성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이에 정부가 마약 범죄수사뿐 아니라 공판 단계에서도 엄정 대응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검찰, 경찰, 관세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련 기관 840여명으로 매머드급 특별수사본부를 띄웠다.

하지만 마약류 상습 투약·거래 혐의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재벌가 2·3세들은 재판에 넘겨진 후 줄줄이 집행유예로 실형을 면해 ‘솜방망이 처벌’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2019년 변종 대마를 상습 투약한 혐의로 구속됐던 SK 가문 최영근씨와 현대 가문 정현선씨, CJ 가문 이선호씨가 집행유예로 석방됐고, 지난달엔 대마 거래 및 흡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범효성가 3세 조모씨, JB금융지주 전 회장의 사위 임모씨와 고려제강 창업주 홍종열 회장의 손자도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선호 CJ제일제당 실장. /사진=CJ
이선호 CJ제일제당 실장. /사진=CJ

재벌가 2·3세들은 구속될 당시에 쏟아졌던 사회적 공분만 피하고 나면 ‘양형 형평성’을 맞추듯 거의 모두가 집행유예로 실형을 피했다. 그리고 자숙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경영 승계작업을 진행하거나 물러났다가도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은근슬쩍 경영에 복귀한다. 집행유예라는 자숙기간이 아무 의미도 구속력도 없으니 달리 막을 방법과 장치도 없다. 하지만 범죄에 연루됨으로써 기업이미지를 실추시킨 장본인들이 경영 핵심에 복귀하는 것은 주주 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어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씨는 2019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지 1년4개월 만인 2021년 1월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 담당 부장으로 복귀하고 그해 말 임원으로 급속 승진했다. 부장으로 복귀한 지 1년도 안돼 임원이 되면서 말이 많았다. 2013년에 입사해 6년 만에 부장에 오르고, 1년 만에 임원으로 초고속 승진한 것이다. 마약 혐의 선고 직후 징계위원회에서 정직 처분을 내린 그룹 차원의 인사조치가 무색했다.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도 2014년 2월 대마 혐의로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자숙기간 없이 그해 5월 한화L&C(현 한화첨단소재)에 매니저로 입사해 경영기획실 근무를 시작했다. 2016년 한화생명 전사혁신실 상무를 거쳐 2020년 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고 이듬해 7월 부사장을 거쳐 올해 2월 사장에 올랐다.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사진=한화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사진=한화

2018년 액상 대마를 밀수하고 투약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업무에서 영구 배제됐던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 허희수 전 부사장도 슬그머니 경영에 복귀했다. 영구히 경영에서 배제하겠다던 SPC그룹의 약속이 있었던 터라 반향이 더 컸다.

허영인 회장이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며 다짐했던 약속이 거짓이었기 때문이다. 허 회장은 마약 사건이 알려지자 “허희수 부사장을 그룹 내 모든 보직에서 즉시 물러나도록 하고, 향후 경영에서 영구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허 부사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그런데 집행유예 기간도 종료되지 않은 2021년 11월 허 부사장이 SPC그룹 IT 관련 계열사 섹타나인을 통해 3년 만에 경영에 복귀해 허 회장의 ‘경영 배제 약속’이 무색하게 됐다.

그에 앞서 허 부사장은 복귀 1년 7개월 전부터 사실상 경영에 계속 참여해 왔다는 사실이 전파를 타면서 공분을 샀다. 2020년 3월 KBS가 제보로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허 전 부사장은 1주일에 두 번 SPC 건물을 찾아 회의를 진행하며 매출현황, 신사업 진행사항 등에 대해 보고받고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편법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었다.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 /사진=SPC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 /사진=SPC

당시 SPC 측은 KBS 취재진에게 “허 전 부사장이 SPC 건물에 빵을 사러 간 것이 맞다. 경영 참여는 아니고 보수 없이 조언은 하고 있다”고 해명하며 “경영 영구 배제 약속에 대해서는 영구라는 말이 꼭 ‘영원히’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해 사실상 허 전 부사장이 계속 경영에 참여했음을 인정했다.

잊을 만하면 2~3년 주기로 터져나오는 ‘재벌가 후세들의 마약스캔들’을 바라보는 시민의 마음은 착잡하다. 돈과 권력, 뒷배가 없는 일반인과 달리 재벌가 마약류 사건에 대한 판결은 자숙이라는 이름으로 집행유예가 일반화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경영에 복귀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유전무죄’를 통탄한다는 얘기가 터져나온다. 사회 지도층, 오피니언 리더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그의 범죄는 더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맞다. 그래야 법이 바로 선다. 그리고 강력범죄를 저지른 총수 일가가 다시 경영에 나서는 것을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검찰총장까지 나서 “충무공 정신으로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외치고 있다. 그 각오와 다짐이 한낱 구호에 그치진 않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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