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놀이 보도’ 미래에셋 박현주와 CEO의 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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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놀이 보도’ 미래에셋 박현주와 CEO의 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2.06.10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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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2018년 9월 CNN이 CEO 행태에 대한 흥미로운 기사를 냈다. 한 신경과학 실험에서 권력가그룹(CEO 또는 중간관리자)에게 자신의 이마에 영문자 ‘E’를 쓰라고 하면 자기 시야에서 ‘E’을 읽을 수 있도록 쓸 확률이 높다는 내용이었다. 반대로 권력이 없는 사람은 의도적으로 ‘E’를 거꾸로 서서 보는 사람이 정확하게 읽도록 배려한다는 것이었다. 이 기사의 제목은 ‘권력은 CEO의 뇌를 어떻게 바꿀까’(How power changes the CEO brain)였다.

기사에 따르면 권력자는 공감력이 약화하고 타인의 정서적 표현을 이해하는 데 자주 실패한다. 무엇보다 목표 달성을 위해 부하직원이나 관련 자원을 도구화하는 경향이 있고, 목표 달성의 잠재적 장애물이나 사회적 제약도 무시할 수 있다. 권력자는 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원대한 목표를 세워 조직을 몰아가며, 이 특징이 그들에게 남다른 경쟁력을 부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목표 추구 성향은 그들을 ‘얼간이’(jerk)로 만들며, 불법과 비도덕적이며 비윤리적인 일을 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한편 뉴로리더십연구소(Neuroleadership Institute)는 이러한 CEO의 특성이 많은 기업의 탐욕(corporate greed)과 성희롱 사건(sexual harassment)을 설명한다고 주장한다. 금융소비자는 금융회사가 금융소비자를 도구화할 위험은 없는지 CEO 행태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자료=공정거래위원회

한편 언론에 보도된 미래에셋그룹 관련 기사는 혐의 사실 여부와 관련 없이 금융소비자에게 신경과학적 연구 결과를 비교하게 한다. 첫째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제재 내용은 기업의 탐욕에 대한 의심을 불러오기 충분하다. 2020년 5월 배포한 공정위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미래에셋 기업집단은 계열사들의 일감을 특수관계인(대주주)에게 강제로 몰아주고 430억원에 이르는 부당거래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준 사실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한 고발로 지난 4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생명에 벌금 3000만원을 각각 선고했으나 미래에셋은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이 진행 중이다. 5월 31일 열린 첫 공판에서 미래에셋은 총수 일가가 부당 이득을 취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법적 판단과 상관없이 계열사 간 불공정한 거래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며, 금융소비자는 금융회사의 이러한 탈 규제행태에 주목해야 한다. 기업의 탐욕적 행태는 언제 금융소비자에게 어떠한 불이익으로 실현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출처=뉴스타파
/출처=뉴스타파

둘째는 탐사 저널리즘 전문 미디어 뉴스타파가 2018년 보도한 내용으로 2015년과 2016년 미래에셋증권이 개최한 여자 임직원 골프대회 관련이다. 뉴스타파 보도가 문제로 삼은 것은 골프대회 후 당시 박현주 회장이 대회 뒤풀이 자리에 참석한 부분이었다. 뒤풀이 자리가 새벽까지 이어지며 내부 직원 사이에서 ‘황제 놀이’를 벌였다는 구설수가 외부로 알려졌다. 이후 고용노동부와 미래에셋증권 노조가 진상 조사를 했고 결과는 인사상 불이익과 성희롱은 없었던 것으로 일단락했다.

이 행사가 열린 곳이 일감몰아주기 현장이었던 해당 골프장이었고 문제의 일감몰아주기 기간과 겹치면서 이를 곱지 않게 보는 직원들의 불만이 불씨였다. 특히 행사 시점은 2015년 KDB대우증권을 인수한 이후여서 피인수 직원들의 잠재된 불만도 누적해 있었을 것이다. 피인수 직원들을 회장이 직접 나서 적극적으로 독려한다는 목적이었겠지만 신속하게 화학적 결합과 지배를 완성하겠다는 CEO의 의욕이 부작용을 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어떻든지 신경과학의 연구 결과에서 지적하는 성희롱 문제가 세간에 불거진 것은 박현주 고문에게는 큰 타격일 것이다.

지난 칼럼에서 미래에셋그룹의 과거와 현재를 설명했지만, 국내 최대 규모 금융투자회사인 만큼 외형 중심으로 판단하는 금융소비자에게 재차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약 30년을 금융 일선에서 보낸 필자 생각에 CNN이 소개하는 신경과학 연구 결과는 금융소비자에게 시사점이 크다. 거래상대방 리스크로 금융회사 CEO가 보여주는 위험 신호는 아주 중요하다. 기업이 규모가 크다는 것만이 금융회사를 믿을 근거가 될 수 없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엔론 사태이다. 경영 전문 매거진 포천(Fortune)이 수년간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라고 극찬했고 일하기 좋은 100대 회사에 꼽혔던 엔론은 다단계 금융사기에 가까운 교묘한 회계 부정을 저지르고 2001년 파산했다. 엔론의 회계 감리를 맡았던 글로벌 컨설팅 회사, 아서 앤더슨도 문을 닫았다. 또한 언론사의 긍정 평가와 회계법인의 감리가 금융소비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교훈도 남겼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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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증권업계에 발을 들인 필자는 미래에셋 성장 역사를 경쟁사(?) 입장에서 고스란히 목격했다. 박현주 고문은 자서전 ‘돈은 아름다운 꽃입니다’에서 미래에셋 성공의 대부분은 자신의 탁월한 선택의 결과라고 설명했지만, 사실 모든 역사적 성공에서 보듯이 운칠기삼(運七技三)인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돌이켜 보면 미래에셋그룹은 현대증권 바이코리아의 펀드 열풍과 몰락, 펀드 산업 절대 강자였던 한국투자신탁, 대한투자신탁의 흥망과 신뢰 상실이 필요충분조건이었다. 그러나 15년 전의 박현주 고문 자서전에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신이 가득했다. 제이슨 츠바이크는 그의 저서 ‘투자의 비밀’(your money & your brain)에서 이러한 과신은 사람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하는데 바로 다음 해 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는 펀드 역사에 두고두고 회고되는 결정적 실패를 경험한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무엇보다 금융소비자가 미래에셋에서 주목할 것은 재벌 행태가 진행되는지 여부다.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의 저서 ‘부의 감각’(dollar and sense)에 따르면 인간은 소유하고 있는 것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라 했다. 가진 것이 많은 자일수록 지키기 위한 욕구를 강하게 보인다. 이미 미래에셋은 금융통합그룹으로 정부가 지정한 사실상 금융지주이다. 그러나 미래에셋은 다른 금융지주와는 달리 절대적 지분의 소유자를 가진 재벌형 금융지주며 이 때문에 소유자 위험(owner risk)이 금융소비자에게 거래상대방 위험으로 다가온다.

과거 엔론 사태 때 직원들은 퇴직금의 60%를 자사주에 투자했으며, 엔론 파산과 함께 2만명의 직원이 적어도 20억달러의 손실을 봤다. 제이슨 츠바이크는 이 현상은 자신과 관계가 있는 것을 신뢰하는 자국 편향(home bias)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금융소비자도 자기 재산을 맡긴 금융회사를 과도하게 믿는 경향이 있는데, 금융회사는 생각보다 불안정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경계해야 한다. 최대주주의 영향력이 크고 이상한 행태가 관찰되는 금융회사는 특히 경계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거래상대방 위험을 줄이기 위한 장치로 불이익 없이 금융회사 간에 계좌 및 금융상품 이전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이상하다는 느낌이 있으면 금융소비자는 바로 안전한 대체 금융회사를 찾아야 한다.

또한 금융회사는 법률상 의무에 안주하지 말고 금융소비자의 공정한(fair) 대우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인간에게는 불공정을 느낄 때 분노하는 행동 특성이 있다는 것을 댄 애리얼리는 지적한다. 즉, 불공정하다고 인식하면 자신에게 발생할 불이익도 감수하고 상대방에게 보복한다. 한때 코카콜라 CEO가 온도가 상승하면 가격을 올리는 자동판매기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으나 소비자의 고통을 이용한다는 불공정함에 소비자가 분노했고 결국 CEO는 사임해야 했다.

칼럼 서두에 얘기한 CNN 리포트는 권력의 영향은 권력의 양이 아니라 얼마나 강력하게 느끼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CEO의 인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회사 내부와 외부에 정직한 피드백을 해줄 견제장치도 필요하다. 오너 지배력이 막강한 재벌 회사는 특히 그렇다. 재벌 반열에 오른 미래에셋은 일거수일투족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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