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시대, 미래에셋 박현주 재등판 앞당길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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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 시대, 미래에셋 박현주 재등판 앞당길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2.06.07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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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2021년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됐다. 금융소비자에게는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으나, 금융소비자가 법의 내용을 이해하고 보호를 받을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어쩌면 이 법은 금융당국자와 금융산업 이해관계자의 현학적 금융 지식을 뽐낸 결과에 불과하다. 금융소비자는 당연히 법 앞에 낮잠을 잘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해외 DLF, 라임, 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 등 금융산업이 지난 몇 년간 보여준 모습은 금융소비자가 자기방어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이를 위해 금융시장에서 금융소비자는 중요한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데 보통 먼저 떠올리는 것이 금융상품이다. 그러나 금융상품을 제안하고 계약 후 관리하는 것은 금융회사다. 사모펀드 사태는 금융회사가 자기 이익을 위해 부당하게 상품을 판매해 빚어졌고, 보험회사의 즉시연금 소송사태는 계약 후 발생하는 문제다.

◆ 금융회사 체크리스트가 필요하다

필자의 30년 금융 현장 경험에 비추어 올바른 금융회사의 선정은 장기적 재산관리를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 금융 거래에서 금융회사가 가져오는 위험을 ‘거래상대방 위험’(counterpart risk)이라고 하는데, 보통 일반인은 넥타이 매고 희멀건 얼굴의 금융회사 직원을 보면 별 위협을 인식하지 않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고객을 상대하는 직원은 금융회사의 영업 정책에 충성하는 대리인에 불과하다는 것을 금융소비자는 명심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금융 거래 위험 대부분의 원천인 금융회사에 대한 정보를 금융소비자가 제대로 얻기는 쉽지 않다. 증권 투자 분석가의 매수 권유 리포트나 금융회사의 홍보자료에 기반한 언론 기사에는 편향된 금융회사 정보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에서 본 칼럼에서는 금융소비자에게 필요한 금융회사 점검 리포트를 처음으로 시도한다. 시중에서 확인 가능한 공시자료, 주가 분석 보고서, 언론 기사 등을 종합하고 고객 관리 경험과 금융 지식을 통해 판단한다.

금융소비자가 장기적인 저축, 투자 및 자산관리를 위임할 금융회사를 선택할 때는 증권회사 보고서처럼 정밀한 경제, 산업, 종목 분석보다 우선 금융회사의 신뢰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즉, 재무적 관점에서 파산 가능성과 경영·지배구조 관점에서 금융소비자의 안전을 지키려는 의지가 중요하다. 금융회사의 파산 가능성은 법으로 허가 또는 승인받은 금융회사라면 금융감독원이 검사를 통해 관리하므로 무허가나 유사 사설 금융업소가 아니면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따라서 금융소비자는 터무니없는 수익을 욕심 내며 사설 금융업소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 파산 가능성을 제외하면 금융소비자가 신경 써야 할 것은 금융회사가 금융소비자를 이용하거나 우롱할 가능성 등 정성적인 부분이다. 본 칼럼은 이를 중심으로 의견을 제시하려 한다.

◆ 증권산업의 공룡, 미래에셋에 대한 의문

/자료=미래에셋
/자료=미래에셋

이러한 관점에서 은행 금융지주인 하나금융, 신한금융, KB금융, 우리금융은 이미 지난 칼럼에서 점검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이번 칼럼에는 금융투자회사 중에서 미래에셋을 선정했다. 금융감독원이 공시하는 2021년 말 기준 미래에셋은 증권과 자산운용이 각각 자기자본 9.6조원, 2.2조원으로 금융투자업계 정상을 차지하는 초대형 금융그룹이며, 2020년 제정한 금융감독그룹법 대상이다. 미래에셋 소개자료에 의하면 고객 예탁자산 425.5조원, 펀드 AUM 280조원, 보험자산 46.2조원 등 그룹고객 자산은 772조원에 이르며 해외 15개 지역에서 34개 법인과 사무소를 경영하고 있으니 재무와 고객, 영업 기반은 의심의 여지 없이 탄탄하다. 언론에서 매년 정기적으로 용비어천가에 가까운 미래에셋 칭찬 특집이 줄을 잇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PBR 비교. /출처=교보증권
PBR 비교. /출처=교보증권

그러나 미래에셋이 보여주는 어마어마하고 화려한 사양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평가는 의아스럽다. 미래에셋 브랜드로는 스팩(SPAC), 리츠(ReiTz) 외에 증권회사와 생명보험이 상장되어 있으며, 역시 대표 브랜드는 미래에셋증권인데 이 회사 주가를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면이 있다. 교보증권의 증권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1999년 설립 이후 박현주 펀드 2호 실패와 함께 2001년에서 2005년 1차 하락했다가, 다시 3만5000원대까지 상승했으나 2008년 금융위기 및 인사이트 펀드 실패 후 20015년 대우증권 인수 성공에도 현재까지 장기적으로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비해 경쟁상대 한국금융지주는 금융위기 충격으로 8만원 근처 고점에서 1만원 수준까지 하락했지만, 주가는 최근까지 상승 추세를 유지하고 있고, 후발 주자인 키움증권 역시 미래에셋증권과는 달리 상승 추세를 보였다.

미래에셋증권은 삼성증권처럼 금융위기 이후 충격을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미래에셋증권은 10조원의 자기자본을 만들었지만, 주당장부가액(PBR)을 보면 금융시장은 자기자본의 30% 이상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기업의 주가는 과거와 미래의 경제, 산업, 기업 정보에 대한 탁월한 분석력을 가진 기관투자가가 방향을 주도하고 개인투자자가 재차 인정하고 동조하는 흐름을 가진다. 금융시장의 기업 평가는 대강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더더욱이나 미래에셋증권 정도 규모 기업이면 주가 평가는 몇몇 투기꾼에 의해 허투루 다뤄지지 않는다. 왜 시장은 미래에셋의 빛나는 외형 성장을 인정하지 않을까?

◆ 돈은 미래에셋의 꽃이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미래에셋그룹을 세운 주역은 박현주라는 전설적 인물이다. 박현주는 2018년 미래에셋증권 회장에서 물러나 글로벌 경영전략 고문, 홍콩법인 회장을 맡았다. 미래에셋증권 회장은 박현주 고문의 떼려야 뗄 수 없는 측근 최현만이 맡고 있다. 박현주 고문은 2007년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라는 자서전을 냈다. 이 책은 금융위기 직전, 미래에셋증권 주가가 최고가를 찍기 직전까지의 박 고문의 행적과 철학을 고스란히 담았다. 우리 나이 50세에 접어들며 본인이 받은 ‘지천명’(知天命)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박현주 고문은 1986년 동양증권에서 증권인 생활을 시작했다. 약 10년이 지난 ’97년 미래에셋캐피탈을 필두로 자산운용과 증권으로 이어지는 미래에셋 신화가 태동했고, 다시 10년 후 성공했다 싶었는지 이 자서전을 출간했다. 1988년 증권시장에 발들인 필자는 그가 성공했다고 기록한 인생역정을 15년 지난 시점에 흥미롭게 지켜본다.

박현주 고문의 ‘돈은 꽃이다’라는 정의를 들으면, 마치 돈에 환장한 자본주의의 화신으로 그를 오해하기 쉽다.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는 그 문장 앞에 ‘바르게 벌어서 바르게 쓸 때’라고 전제 조건을 명확하게 달았다. 자서전에서 박현주는 성공 신화 서막인 뮤추얼 펀드 ‘박현주 1호’를 선택한 이유로 금융의 ‘투명성’을 들었다. 그는 97년 대우채 사태로 공모 펀드가 몰락한 것에 착안했다. 그는 소수자의 시각이라는 역발상을 강조한다. 그 후 2000년 닷컴 버블이 꺼지며 박현주 2호가 실패한 후에도 글로벌 분산 투자와 적립식 펀드라는 아이템을 발굴하며, 본격적인 '박현주 신화'의 시동을 걸었다.

돌이켜 보면 박현주만큼 명확한 투자 가치관을 가지고 대외에 천명한 CEO는 없다. 펀드 이름에 자신의 이름을 붙인 것이나, 50대에 자서전을 낸 것 모두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확신의 결과였을 것이다. 그는 투자는 미래 불확실성을 고려해야 하므로 모르는 것에 투자하는 것을 피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해야 하며, 또한 기업은 투명성과 정직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모든 가치 판단 기준은 ‘고객을 위해서’라고 항상 임직원에게 말했다고 자서전에 기록하고 있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그러나 현실은 생각과 다르기 마련이다. 공교롭게 자서전 출간 시점인 2007년 7월 전후 베어스턴스 헤지펀드 파산 등 미국 시장에서는 금융위기의 전조가 시작되고 있었다. 지점장을 맡고 있던 필자는 불안했다. 그런데 투자의 기본을 강조하는 미래에셋은 몰랐을까? 그런데도 2007년 10월 투자는 모두 미래에셋이 알아서 한다는 인사이트 펀드를 출시하며 일주일 만에 4조원을 판매했다. 기존 증권사 고객이 이탈하며 발칵 뒤집혔다. 대우채 사태 이후 신뢰가 추락한 투신 펀드 고객은 그 어떤 만류에도 효과가 없이 묻지 마 펀드로 몰려갔다. 그러나 금융위기 본격화와 미래에셋의 중국 투자 실패로 1년 후인 2008년 11월 수익률이 마이너스 61%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인사이트 펀드는 중국 투자 비중을 2009년 6월 오히려 80%까지 늘려 많은 논란을 남겼다. 박현주 2호 펀드 실패의 교훈인 ‘글로벌 분산 투자’에서 ‘분산 투자’를 잊고 ‘글로벌 집중 투자’를 한 것이다.

당시 인사이트 펀드 운용 실패로 투자자가 금감원 분쟁 조정을 제기했으나 몰빵, 묻지마 투자도 펀드 고유 권한이라며 금융 당국은 금융소비자의 분쟁 조정 신청을 각하했다. 십여 년이 지난 뒤 인사이트 펀드가 효자라는 언론 기사가 등장할 만큼 펀드 수익률은 회복했다고 한다. 그러나 2007년 인사이트 가입 후 낭패를 본 젊은이가 중년이 된 지금 이 펀드를 효자라고 생각할지는 의문이다. 자산관리에서 초기의 큰 손실은 전체 포트폴리오의 장기적 결과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인사이트 펀드는 초장기 투자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임이 틀림없다.

◆ 재벌 증후군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박현주 고문은 자서전에서 투명성과 정직성을 강조했지만, 이후 몇몇 행보와 사건은 다른 평가를 하게 한다. 2018년 그는 미래에셋 회장직을 최측근 최현만에게 넘기며 전문 경영인 시대를 열고 자신은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박현주는 해외, 최현만은 국내로 경영을 2분화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현만은 박현주 고문이 첫 지점장 시절 대리로 같이 근무했던 부하 직원이었고, 거의 운명 공동체에 가까운 파트너인 만큼 전문 경영인 도입이라고 주장하기에는 어색한 부분도 있다.

재벌 개혁을 앞세우며 2017년 출범한 문재인정부의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는 미래에셋의 일감 몰아주기를 공식적으로 문제 삼았고 2020년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이 때문에 자신에게 뾰쪽해진 국내 정치적 상황을 피하고, 미래에셋증권의 숙원 사업인 발행어음 업무 승인을 위해 박현주 고문이 몸을 낮췄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일감 몰아주기는 필자가 재직 당시에도 미래에셋 직원의 골프장 블루마운틴과 포시즌 호텔 이용 할당이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기에 문제가 된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 칼럼은 법적 공방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금융시장과 금융당국은 박현주 고문 가족회사인 미래에셋 컨설팅에서 시작하는 미래에셋의 지배구조가 복잡하고 불투명하며, 한국 경제 디스카운트 요인인 재벌이라는 시각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 정황이 자서전에 담긴 의지와는 달리 미래에셋그룹에 오너 리스크가 재벌 리스크로 확장하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재벌 리스크가 한국 경제의 할인 요인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미래에셋 컨설팅은 가상자산 수탁전문회사 설립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기관투자가의 가상자산 편입 확대 추세를 참작할 때 가족회사와 그룹 주력 금융회사와의 거래 확장 의지는 확실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일감 몰아주기 외에도 권영세 통일부 장관 형제와의 합의금 지급, 여수 경도 특혜 개발 의혹 등에도 미래에셋 이름이 자주 거론되는 점도 시장 평가에 할인 요인일 것이다. 특히 이들 거래 과정에서 자주 등장하는 수많은 사모펀드는 경영 투명성을 흐리는 중요한 요인일 수 있다.

◆ 박현주의 복귀?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자서전에서 박현주 고문은 이헌재, 윤증현, 김석동 등 대표적인 모피아들을 언급했다. 이들 모피아의 영향력은 항상 주목받고 있는데, 신정부에서 실세 모피아 추경호 경제부총리의 등장이 박현주 고문의 행보를 바꿀지 관심사다. 공시된 이력에 따르면 추 부총리와 박현주 고문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83년 같은 해 졸업했으며, 추 부총리가 2011~2013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재임 당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긴밀한 관계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윤석열 정부의 친재벌 정책이 점쳐지면서 운신의 폭을 좁힌 지 4년 만에 미래에셋그룹 관점에서 박현주 고문의 역할 확대가 필요할 수 있다. 아울러 박현주 고문의 경영 일선 등장을 조심스럽게 예견해보는 것은 당연한 순서다.

이럴 때 오너의 긍정적인 영향력이 커질 수 있으나, 다만 미래에셋은 장기적으로 ‘재벌’ 이미지가 금융시장에서 강화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역사적으로 오너의 확신이 몇 번의 실패로 이어진 경험도 반드시 복기해야 할 것이다. 기업은 영속적이고 정권은 유한하며 언제나 기업의 가격 매기기(pricing)는 금융시장과 금융소비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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