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한 파킨슨병 치료 어디까지 왔나?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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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한 파킨슨병 치료 어디까지 왔나?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2.07.0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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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40대 미국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 영화배우 마이클 J 폭스. 누구나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이 인물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각 분야에서 세계 정상에 있었던 인물임은 너무도 당연하지만, 질문의 답에는 비극적인 내러티브가 있다. 바로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이다. 1817년 영국 의사 제임스 파킨슨이 최초로 학계에 보고한 이병으로 그의 생일 4월 11일을 세계 파킨슨병의 날로 제정했다. 무하마드 알리는 40대에 파킨슨병이 발병했고, 1985년 개봉한 영화 <백투더퓨처>에서 소년 같은 외모로 유명해진 마이클 J 폭스는 더 이른 나이인 30대에 파킨슨병을 진단받았다. 마이클 J 폭스는 진단 확인 이후 영화배우 생활을 접고 자기 이름을 딴, 파킨슨병 연구를 지원하는 재단 MJFF를 설립해 활동 중이다.

/자료=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국민건강보험공단

미국 파킨슨재단(Parkinson’s Foundation)은 전 세계 파킨슨병 환자가 1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도 지난 4월 11일 국내 현황을 발표했는데, 국내 파킨슨병 진료 인원은 2020년 약 11만명으로 2016년 이후 15%, 연평균 3.6% 증가했다. 전체 파킨슨병 진료 인원은 여자가 남자보다 1.4배 많으나 증가율은 남자가 높다(특이한 것은 미국은 남자가 오히려 1.5배 많다). 파킨슨병은 인구 10만명당 3923명이 발병했고, 연령별로는 56%가 80대이며 50대부터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또한 드물지만 20대~30대 환자도 발생했다.

/자료=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국민건강보험공단

2020년 국내 파킨슨병 건강보험 총진료비는 5482억원이며, 1인당 진료비는 492만원으로 건보공단은 밝혔다.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의료 비용과 병간호 등 간접비용을 고려할 때, 파킨슨병의 사회적 총비용은 1조~2조원에 이르고 가정 파괴, 생산성 저하 등까지 참작하면 파킨슨병으로 치러야 하는 사회·경제적 피해는 엄청날 것이다. 바로 파킨슨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건보공단 현황 보고에 따르면 파킨슨병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하나로, 중뇌의 흑색질이라 불리는 부위의 도파민이 부족하여 운동증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다만, 파킨슨병의 원인은 아직 확실하게 알려진 것이 없다. 파킨슨병의 특징적인 주요 증상에는 떨림, 운동 완서(느려짐), 근육의 경직, 보행 장애, 자세 이상 및 자세 불안정 등이 있다. 파킨슨병 환자 중 약 70%에서 나타나는 양상인 떨림은 주로 안정 시 떨림으로, 가만히 앉아 있거나 특히 걸을 때 잘 보이는 떨림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파킨슨병에 대해서는 서울대학교 파킨슨 센터 등 다양한 곳에서 상세하게 증상, 진단, 치료에 대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파킨슨병을 진단받게 되면 먼저 약물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파킨슨병의 약물치료 목적은 완치가 아닌 일상생활을 잘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문제는 약물치료의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파킨슨병은 운동 신호를 조절하는 물질인 도파민을 생산, 저장하는 뇌의 신경세포가 급속히 줄어 발병하는데 이를 보충하기 위해 레보도파(levodopa)라는 약을 사용한다. 이 약은 우리 몸속에서 도파민으로 전환된다. 그러나 약물적 치료 시작 후 일정 기간(약 3~5년)이 지나면 ‘약효소진 현상’에 직면하며 환자의 고통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매년 파킨슨병 치료 연구 정보를 공유할 목적으로 세계 파킨슨병 회의(World Parkinson Congress)를 주관하는 세계 파킨슨병 연합(World Parkinson Coalition)은 홈페이지에서 ‘파킨슨병 치료법이 있나? 라는 질문에 현재는 치료법이 없다고 공식 답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파킨슨병 치료는 카보비도바(carbidoba)를 레보도파와 혼합 처방하는 것이 전부인데 약효소진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문제라고 그들은 지적한다.

세계적 유명인의 비극과 세계적인 환자 발병률 급증 때문인지 온라인에서 파킨슨을 키워드로 정보 검색을 해보면 파킨슨병에 관한 연구와 지원은 활발한 편이다. 최근 연구 성과를 보면, 지난해 산발적 파킨슨병(sporadic PD)이 뉴런에 생긴 미토콘드리아 고장이 원인이라는 사실을 덴마크 과학자들이 밝혔다. 국내에서는 2020년 한국과학기술원(KIST) 김광수연구팀이 환자 본인 줄기세포를 뇌에 이식하는 임상 시험에 성공했고, 올해 4월에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서 파킨슨 환자의 일몰 후 불안, 우울 치료 단서를 찾는 동물실험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파킨슨병이 인간의 복잡한 뇌의 활동과 관련되어서 그런지 아직 이렇다 할 만한 치료 약은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중순 미국 바이오 정보 전문지(biospace)와 파킨슨병 전문지(Parkinsonsnewstoday)에 눈에 띄는 기사가 올라왔다. 미국계 재생의학(Regenerative Medicine) 전문기업(Zhittya Genesis Medicine, ZGM)이 파킨슨 환자 대상 임상 연구에서 50%의 운동 개선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으며, 이 연구 결과를 지난달 23일(미국 시간) 웹 세미나를 통해 내놓았다는 것이다. 이 기업은 이미 올해 1월부터 파킨슨 환자에 대한 임상을 예고하였으나, 연구단계에 있는 소규모 프로젝트여서인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다음 날(6월 24일) 오전 7시에 ZGM이 공개 진행한 웨비나(webina)에는 직접 임상에 참여한 환자의 인터뷰를 포함한 다양한 정보가 담겨있었다. 이 기업은 파킨슨병 치료 목적으로 약물 FGF-1을 소형 펌프를 이용해 환자가 스스로 코로 흡입하는 방식을 임상 실험했다. ZGM은 약 23년 동안 FGF-1을 연구해왔고, 약 1.5억달러의 연구비를 투입했다고 주장했다. 바이오 관련 사전에 FGF-1은 ’섬유아세포성장인자‘(fibroblast growth factor 1)의 약어로 1975년 처음 정제한 단백질이며, 세포 생존, 분화, 혈관 재생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FGF-1 유전인자(gene)가 생성하는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번에 결과를 발표한 파킨슨 환자 대상 임상 연구는 5월 3일부터 5주간 8명을 대상으로 긴급 사용 승인(compassionate use trial)을 통해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서 실시했다. 이 연구를 주관한 잭 제이콥스 박사는 25년간 해당 분야 연구를 해왔다. 이번 임상 연구의 목적은 환자의 치료 고통을 줄이면서 직접 뇌에 FGF-1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새로운 방법인 ‘비강 흡입 투여’(intranasal dosing)의 부작용과 약효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자료=Zhittya Webina 영상 갈무리
/자료=Zhittya Webina 영상 갈무리

제이콥스 박사는 FGF-1은 2단계 과정을 거쳐 파킨슨병을 치료한다고 주장한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을 생산하는 뉴런이 손상돼 발생한다. 먼저 FGF-1이 뇌의 손상 부분에 새로운 혈관을 생성하고, 혈류를 공급하는 혈관 재생(Angiogenesis)을 촉발한다. 혈관 재생은 FGF-1이 손상된 뇌세포에 도달 후 몇 시간 이내 시작하고, 3~8주 동안 지속한다. 재생한 혈관은 혈류를 공급하고 손상 부위의 줄기세포를 활성화하여 뉴런 재생(Neurogenesis)이 시작되며, 파킨슨병으로 손상된 뇌를 치료한다. 이 과정은 2주 이내 시작하여 3~6개월 동안 지속한다. 이 치료 단계는 과거 FGF-1의 심장병 임상 적용 사례와 원숭이 임상 실험에서 확인한 데이터에 근거한다. 이 혈관 재생과 뉴런 재생이라는 2단계 치료는 현재의 도파민 대체 약물에 의한 치료와는 치료 방법에서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자료=Zhittya Webina 영상 갈무리
/자료=Zhittya Webina 영상 갈무리

제이콥스 박사는 지난달 1일 조사한 임상 실험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고 웨비나에서 발표했다. 투약 후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고, 특히 인터뷰를 허락한 임상 환자 2명은 운동 능력이 이전보다 50% 이상 개선됐다. 현재 치료법이 파킨슨병을 악화하지 않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면, 파킨슨병 증상을 개선하는 FGF-1 치료법은 아직 초기 임상 결과지만 환자에게 상당한 희망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자료=Zhittya Webina 영상 갈무리
/자료=Zhittya Webina 영상 갈무리

제이콥스 박사는 앞으로 12개월 동안 파킨슨병에 FGF-1 치료법을 정밀화하는 연구를 계속하는 한편, 다양한 뇌 기능 장애에 이 치료법을 적용할 계획이다. 또한 FGF-1 치료 임상 대상 질병을 근육위축증(ALS), 치매(dementia;alzheimer’s disease), 실어증(aphasia), 중풍(stroke disability), 다발성 경화(MS), 외상성 뇌손상(TBI),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들 뇌 기능 장애 환자는 전 세계 2억명에 이른다고 보고하고 있다.

ZGM은 이러한 소규모 임상 실험을 다음 달 중 8명에 대해 다시 실시하고, 임상 실험 지역도 바하마, 파나마, 알바니아, 모로코, 두바이, 케이맨아일랜드로 확대할 예정이다. ZGM은 올해 40명, 내년에 180명을 추가로 파킨슨 임상 실험을 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국 FDA에 신약 임상(IND)을 신청할 계획이다. 순조로울 경우 미국 FDA 최종 임상 3차 후 신약 승인까지 6~7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한다. 아쉽게도 FGF-1으로 일반 병원에서 치료받으려면 아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웨비나 영상에 담긴 임상 치료 참가자들은 이번 치료 후에 희망을 보았고, 파킨슨병으로 포기했던 일상생활 복귀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응답한 것으로 알려져 새로운 치료법의 출현을 기대해보면 좋을 듯하다. 지금처럼 암담한 파킨슨병 치료 환경에서 희망을 품는 것 자체가 환자에게는 훌륭한 약일 수 있기 때문이다. 파킨슨병으로 고생하는 분들에게 약간이나마 도움을 주는 정보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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