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가 한일 정상회담 가져온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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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러’가 한일 정상회담 가져온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2.07.27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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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investing.com
/자료=investing.com

달러 가치가 지난 6월 이후 급등세를 보이자 전 세계 경제가 시끄럽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상대가치를 기준으로 한 달러인덱스 선물은 이미 지난해 중반 이후 상승을 지속하고 있다. 외신에서는 이러한 달러 강세를 놓고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는데, 일반적인 자산 가격의 동향 분석과는 달리 달러의 국제적 지위에 대해 ‘king’, ‘strong’ 등의 수식어를 붙인다. 지난 5월 로이터 통신의 한 기사에 따르면 헤지펀드는 달러 자산을 ‘TINA’(There Is No Alternative)라고 표현하며, 대안 없는 투자처로서 달러에 이미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있었다고 전한다.

/자료=국제금융센터 '최근 아시아 통화가치 변화와 시사점'
/자료=국제금융센터 '최근 아시아 통화가치 변화와 시사점'

국제금융센터의 달러 동향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 등 극히 일부 통화를 제외한 전 세계 대부분 통화가 올해 중 달러 대비 약세를 보였다. 세계 경제는 급격한 인플레이션 추세 속에 미국 연준의 정책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도발 후 미국을 종주국으로 하는 서방세계와 이에 대항하는 러시아, 중국 등의 반서방 세계 간의 냉전이라는 광범위한 불확실성의 늪에 빠져있다. 이에 따라 발생한 에너지와 곡물 등 원자재가격 상승은 순수입국인 주요 아시아 국가의 교역조건을 악화시켰다. 환율 상승은 수출국의 수출 단가를 개선하지만, 반대로 원자재 등 수입단가의 급격한 상승이 이를 모두 상쇄하는 효과로 아시아 통화의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성장 둔화, 일본의 저물가로 선진국과는 반대로 이들 아시아 경제 대국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들 국가의 저성장, 저물가가 주변국에 통화 약세 압력으로 파급하고 있다. 이러한 달러 가치 고평가 상황은 과거 2011년 유럽 재정 위기, 2013년 ’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처럼 경제 펀더멘털 취약 국가의 신용 불안이 2022년 하반기 대두될 가능성을 유의해야 한다고 국제금융센터는 분석했다.

/자료=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보고서(6월)
/자료=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보고서(6월)

또한 한국금융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원/달러 환율도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 1300원대를 돌파했다. 달러 가치 강세에 따른 상대 통화의 약세는 상대 통화 표시 자산을 매도하고 달러로 환전한 후 금융자산의 이탈을 초래한다. 자산 이탈 규모가 크고 속도가 급격해지면 해당 국가의 외환 위기가 발생하므로,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위기를 호되게 겪으며 전 국민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우리 경제는 달러 강세에 긴장할 수밖에 없다.

/자료=한국금융연구원 금융포커스
/자료=한국금융연구원 금융포커스

달러 강세와 더불어 발생하는 외국 투자금 이탈은 그 자체가 원화 가치 하락을 가속한다. 그러나 환율의 급등(원화 가치 약세)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주식은 순매도했으나 채권은 순매수하며 외국인 투자자금의 급격한 유출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올해 상반기 원화 가치 하락 폭은 과거 위기 때와는 크게 달랐다. 즉 IMF 외환 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달리 올해 상반기 원/달러 환율과 달러인덱스는 각각 9% 내외의 유사한 상승 폭을 보였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의 물가 압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하반기 이후 금융시장이 전망하는 미국 연준의 추가적인 정책 금리 인상 폭은 점차 확대하고 있다. 달러의 금리가 지속 상승한다는 기대로 결국 달러 강세가 상당 기간 유지할 것이며 원화 환율 약세도 지속할 것으로 한국금융연구원은 분석했다.

/출처=국제금융센터 ‘한미 정책 금리 역전 가능성 및 자금 유출 영향’
/출처=국제금융센터 ‘한미 정책 금리 역전 가능성 및 자금 유출 영향’

원화 환율 약세는 수입 물가 상승을 통해 국내 물가 상황을 악화시킨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국내 물가를 잡기 위해서 정책 금리를 올려야 한다. 또한 이번 달에도 금리를 0.75~1%로 대폭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연준과 한국의 정책금리차는 다시 역전될 위험(2.25% vs 2.5%)이 있다. 한미 간 금리 역전은 외국인 투자금 이탈을 초래할 것이므로, 한은은 불가피하게 정책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원화 약세는 물가와 금리의 동시적인 상승을 동반하며 국민의 삶을 고통스럽게 할 것이다. 가뜩이나 지지율이 악화하고 있는 윤석열정부에게 막대한 정치적 부담을 가중하며 심각한 국내 정치적 불안도 예상된다.

/자료=일본 동경경제
/자료=일본 동경경제

이 같은 달러 강세는 한일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자료 2>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최근 일본의 통화 약세는 경제 취약국인 아르헨티나와 튀르키예보다 조금 나은 상태로 매우 심각하다. 문제는 이러한 엔화 약세가 장기·구조적(secular)이라는 점이다. 일본 히토쓰바시대학교의 노구치 유키오 교수는 이러한 심각성을 지적하는 글을 지난 24일 일본 경제 전문지 ‘동경경제’의 칼럼에 올렸다.

/자료=일본 동경경제
/자료=일본 동경경제

그에 따르면 2010년 100이었던 일본 엔화의 실질 실효 환율은 5월 말 61.77로 하락하며 1971년 수준에 머물렀다. 노구치 교수는 엔화 환율이 달러당 140엔으로 떨어지면 환율은 1960년 가치의 절반이 될 것이며, 지난 약 60년간 지속 하락한 엔화 환율은 일본 국민의 소득과 부를 잠식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자료=일본 동경경제
/자료=일본 동경경제

1인당 GDP는 국민의 풍요를 상징한다. 노구치 교수의 추산에 의하면 IMF 데이터를 기준으로 7월 중반 1달러당 1316.35원 기준의 한국 I인당 GDP는 3만1902달러다. 같은 시점 1달러당 139엔 환율 기준의 일본 1인당 GDP는 3만2010달러로 일본이 한국보다 소폭 우위를 보인다. 그러나 엔화가 달러당 140엔에 이르면 한일 간 1인당 GDP는 역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노구치 교수는 지적한다. 이 같은 1인당 GDP 역전은 가뜩이나 복잡한 한일 관계를 더욱 어렵게 할 전망이다. 한국에게 1인당 GDP를 역전당한다는 것은 일본 국민에게는 굴욕이고 충격이며, 아베 전 총리 서거 이후 정국을 가다듬어야 하는 기시다 내각에게는 용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은행은 이 같은 한일 국민 간 풍요의 역전이라는 정치적 상황 앞에 자국 통화 엔화 가치를 상승시키는 역환율 정책을 선택할지를 놓고 갈림길에 설 것이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그러나 저물가, 저성장 상황에서 정책 금리 인상은 일본 경제를 더 깊은 수렁으로 빠뜨릴 수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1985년 플라자 합의에서 미국이 일본에 요구한 엔화 강세 조치처럼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일 관계 정상화에 목매는 한국 정부는 기시다 정부에게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즉 기시다 정부는 한일 정상회담의 선결 조건으로 윤석열정부에 엔화 대비 원화의 약세를 유도하는 역환율 정책을 요구할 수도 있다. 파렴치하게 과거사 문제를 연계해 한국에 수출 통제를 가한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못 할 것은 없다. 이때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전가하는 거시경제의 선택 문제는 윤석열정권의 국민에 대한 가치관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한일 관계 정상화라는 윤석열정부의 정치적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국민의 부와 소득을 희생시키는 역환율 정책을 과연 채택할지, 또한 한일 정상회담을 선택한다면 국민에게 어떠한 변명을 할지 두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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