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지속가능성 보고서(인권헌장)’는 전시용이라는 로이터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상태바
‘현대차 지속가능성 보고서(인권헌장)’는 전시용이라는 로이터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2.07.25 09: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다국적 기업에 대한 세계적인 투자기준으로 ‘ESG’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기관투자가의 투자 대상인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환경(Environment)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Society), 그리고 투명 경영(Governance)에 대한 국제적 눈높이의 실천 계획을 기업이 설정하고, 글로벌 펀드, 국부 펀드 등 기관투자가는 기업의 ESG 실천 수준을 평가한 뒤, 이 기업의 주주로서 참여할지를 결정하므로 이 보고서의 내용과 이행 준수는 아주 중요하다. 글로벌 통신사인 로이터가 현대자동차의 지속가능성 준수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현대자동차가 ESG 이행 기업으로 중대한 시험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자료=현대자동차
/자료=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홈페이지에 공시하고 있는 <2022년 지속가능성보고서(Road to Sustainability)>의 ‘3. Social’ 항목의 3.1.4 인권경영 확산에는 인권헌장 준수를 명시하고 있다.

/자료=현대자동차
/자료=현대자동차

인권 헌장 제5조는 ‘강제노동 및 아동노동 금지’에 대한 것이다. 이 조문에서 ‘현대자동차는 아동노동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며, 연소자에 대해서는 근로자로 인하여 교육 기회가 제한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다’라고 명문화했다.

/출처=로이터 누리집
/출처=로이터 누리집

로이터는 지난 23일 ‘현대 자회사가 앨라배마 공장에서 아동노동을 이용해왔다’(Exclusive : Hyundai subsidiary has used child labor at Alabama factory)라는 제목의 단독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 내용은 다소 충격적이며 현대자동차의 미국 현지 기업이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에 있는 HMMA 유한책임회사. /자료=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에 있는 HMMA 유한책임회사. /자료=현대자동차

로이터가 지목한 기업은 HMMA(Hyundai Motor Manufacturing Alabama)로, 현대자동차는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에 자동차 생산 공장인 HMMA 유한책임회사를 2005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다. HMMA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엘란트라 세단, 산타페, 투싼을 생산하고 있고, 생산능력은 연 39만9500대다. 18억달러를 투자한 HMMA는 약 3000명이 고용되어 있고 산하 공급업체까지 앨라배마주에 1만4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 앨라배마 현대자동차 공장의 연간 경제적 효과는 48억달러에 이른다고 HMMA는 홍보하고 있다. 앨라배마 지역 경제의 기여도가 상당함을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일까? 로이터의 취재 내용은 이러한 기여도에 커다란 흠집을 내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기사에 따르면 문제의 발단은 코로나19가 가져온 미국의 노동 부족과 공급망이었다. 이 시기에 아동, 특히 미등록 미성년 이민자는 불법적이고 위험한 일자리에 노출될 수 있다고 노동전문가는 지적하고 있는데, 우려처럼 몽고메리시 인근에 자리한 현대자동차의 부품공급 자회사 SMART Alabama LLC의 금속 스탬핑 작업에 미성년 노동자가 고용된 사실이 있다고 로이터는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2월 과테말라 이주민 가정의 아동이 실종되었는데, 얼마 후 현대 소유 공급업체에서 미성년 피고용자로 있었다고 확인됐다. 올해 14세인 소녀는, 그녀의 고용과 관련한 내용을 잘 아는 사람에 따르면 학교에 가지 않고 그곳에서 종일 노동을 했다고 한다. 앨라배마주 엔터프라이즈에 정착 중인 페드로 치(Pedro Tzi) 가족은 실종 신고한 딸을 경찰이 찾고 보니 SMART에서 일하고 있었다. 실종 수색 중이던 엔터프라이즈 경찰은 공장 소재지가 45마일 떨어진 사법 관할 지역 밖이어서 노동법위반 혐의 수사를 직접 하지 못하고 주 정부 법무부에 통보했다. 그러나 주 법무부 대변인은 로이터에 사실 확인을 거부했다. 다만 앨라배마 노동부가 연방 노동부 등과 조사하기 위해 공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현직 공장 근로자와 근로자 모집인에 따르면 이 공장은 과거 수년간 미성년자를 고용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로이터는 세계적인 기업 현대자동차 공급망에서 아동노동이 있었다는 폭로는 소비자 반발과 규제, 그리고 기업의 브랜드 평판에 충격을 촉발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조지아주 서배너 인근에 전기자동차 공장 신설을 포함한 5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인 현대자동차로서는, 이번 보도가 사실로 확인되면 큰 타격이 예상된다. 앨라배마주와 연방법은 SMART의 작업과 같은 금속 스탬핑과 프레싱 공정을 18세 미만 미성년자가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앨라배마주에서는 17세 이하 미성년자는 학교에 가야 한다. 이 두 가지 사항을 모두 위반한 것이다.

조지워싱턴대학교의 한 교수(David Michaels)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2017년 직업안전보건국(OSHA ;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Administration)을 떠날 때까지 미국 현대자동차 공급업체의 안전사고 재발 위험은 계속됐고, 이보다 앞서 2015년 한국을 방문해 현대자동차 경영진에 ‘적기공급’(Just In Time) 방식의 납품 압박이 안전 약화 문제를 초래한다고 경고했다고 한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소비자들은 분노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그동안 SMART는 반복적인 OSHA의 처벌을 받아왔으며, 로이터에 따르면 벌금은 2013년 이후 적어도 4만8515달러에 이른다고 추정한다. 특히 이 공장은 약 40만대 물량의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면서 인력난에 시달렸는데, 최근 멕시코 주재 미국 영사에게 멕시코 노동자의 비자를 촉구하면서 ‘노동 부족이 심각하며 현대자동차는 이런 노동자 부족 문제를 용인하지 않는다’라고 편지를 썼다고 로이터는 밝혔다. 현재 SMART와 인력 파견회사를 상대로 멕시코 노동자 약 40명의 집단행동이 진행 중인데, 내용은 기술자로 고용된 인력을 단순 잡부 일을 하도록 했다는 혐의다.

기사에 따르면 로이터의 보도와 인터뷰 요청에 현대자동차 측은 어떤 현대 사업장에서도 불법적 고용은 용인하지 않고 있으며 지역과 연방법에 상응한 유효한 정책과 절차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으나, 로이터 취재에 대한 세부적 질문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SMART도 별도의 입장문에서 고의로 부적합한 근로자를 채용했다는 어떠한 주장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임시 노동자 채용과 관리 업무를 맡은 외주 대행사도 법을 준수하고 있으리라고 기대한다고 로이터에 답변했다.

지난 주말 마무리한 대우조선해양 문제는 원청 기업의 경영정책이 하청 회사 노동자의 삶을 비극으로 몰아넣은 사건이다. 로이터가 보도한 현대자동차 자회사 SMART는 현대자동차가 과반 지분을 가진 자회사이지만 사건의 본질적 구조는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 비즈니스의 수직 계열화가 말단 노동자에게 다양한 인권 문제를 초래하는 것이다. 로이터 보도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사실로 최종 확인된다면 국내 기업 경영진의 고양한 노동 문제 처리 방식이 미국 땅까지 수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씁쓸하다. 문화, 예술의 한류 수출에 이어 불편한 노동 문제까지는 수출하지 않기를 바란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