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서울로 보내라” 동의하십니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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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서울로 보내라” 동의하십니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10.25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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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MZ세대의 투자 열기에 금융당국이 실용금융 교육 지원에 소매를 걷고 나섰다. 사진은 최초의 근대식 학교인 '원산학사' 수업 장면.
MZ세대의 투자 열기에 금융당국이 실용금융 교육 지원에 소매를 걷고 나섰다. 사진은 최초의 근대식 학교인 '원산학사' 수업 장면.

“1개월차 주린이(초보 주식투자자)입니다. 연기금이 나쁜 X이란 걸 이해하게 됐습니다.”

지난 3월 29일, 우리나라가 OECD 평균보다 높은 통계가 나오자 반응은 다양합니다. <2020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통계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금융지식이 68점으로, OECD 평균 65.9점보다 높았습니다. 다만 ‘저축보다 소비를 선호하는’ 청년이 늘면서 금융태도는 뒷걸음쳤습니다. 한 누리꾼은 이렇게 풀이합니다. “학교에서 진짜 배워야 할 것을 못 배워옴”.

우리나라 성인들의 금융이해력이 OECD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재무목표를 따지는 금융태도는 뒷걸음쳤다. /자료=한국은행
우리나라 성인들의 금융이해력이 OECD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재무목표를 따지는 금융태도는 뒷걸음쳤다. /자료=한국은행

‘실용금융’, 학문적 이론만이 아닌 실제 생활에 쓸모가 있는 금융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영끌’(영혼을 끌어 모아)과 ‘빚투’(빚을 내어 투자)로 대변되는 MZ세대의 투자 열기에 금융당국이 실용금융 교육 지원에 소매를 걷고 나섰습니다. 특히 기본적인 주거권마저 불안한, 서울에서 거주하는 청년들의 경우 실용금융 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내년도 1학기 ‘대학 실용금융’ 강좌 신청 접수를 오늘(25일)부터 올해 말까지 받는다고 밝혔습니다. 금감원은 2016년부터 해당 강좌 개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올해 2학기에는 전국 339개 대학의 26.3%에 달하는 89개 학교가 신청, 모두 7000여명이 강좌를 배우고 있습니다.

실용금융 교육 지원 내용. /자료=금융감독원
실용금융 교육 지원 내용. /자료=금융감독원

수업 내용은 대학생이 정규 교육과정에서 실생활에 필요한 금융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금융시장과 상품에 대한 이해 ▲금융투자 ▲신용관리 ▲생애 금융설계 등까지 다양하게 구성했습니다. 내년 1학기 강좌 개설 신청은 금감원 금융교육센터 홈페이지에서 진행합니다.

강좌 개설 대학에는 교수 및 교재, 온라인강의 영상 등이 희망에 따라 무료로 지원됩니다. 또 교재인 <대학생을 위한 실용금융> 기본서는 신청유형과 관계없이 수강생 전원에 무료로 나눠줍니다. 특히 온라인 과정으로 강좌 개설을 희망하는 경우, 대학 원격교육시스템에 탑재할 수 있는 13주차 강의 영상과 교재 및 워크북 파일을 제공합니다.

서울에 살고 있는 청년들은 결혼이나 출산보다 내 집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서울연구원
서울에 살고 있는 청년들은 결혼이나 출산보다 내 집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서울연구원

한편 서울에 살고 있는 청년들은 결혼이나 출산보다 내 집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다른 지역보다 높은 집값으로 주거 관련 비용을 부모가 부담하는 비중이 절반가량 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실용금융 교육이 어느 곳보다도 필요한 이유입니다.

서울연구원이 지난 1일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서울 청년에게 집의 의미는 ‘휴식의 공간’(29.8%)이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반면 전국의 청년은 집은 ‘가족과 함께하는 공간’으로서의 의미(26.7%)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집이 ‘자산증식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라고 꼽은 서울 청년(4.1%)이 전국(3.7%)보다 많은 것과도 흐름을 같이 합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서울연구원이 만 18∼34세 청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구방문조사 결과입니다. 전국 응답자 3520명 가운데 서울 청년은 676명입니다. 조사 결과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의 내 집 마련 욕구는 73.9%로 전국(68.6%)보다 높았습니다. 또 서울 청년은 ‘자산증식과 보전’(30.3%), ‘임대료 상승 부담’(28.0%) 등의 이유로 집을 산다고 응답했습니다.

반면 전국 청년층은 ‘이사 안 하고 살 수 있어서’(27.5%), ‘자산증식과 보전’(26.1%) 등을 중요한 이유로 꼽았습니다. 집에 대한 욕구는 높지만 집을 소유한 청년은 소수였습니다. 서울 청년 중 자가 비중은 4.5%로 전국 7.8%보다 낮았습니다. 내 집 마련을 포기한 비중은 서울이 15.4%로 전국(10.9%)보다 높았습니다. 높은 서울 집값이 가장 큰 원인으로 풀이됩니다.

이처럼 주거비용이 높은 까닭에 서울 청년 절반 이상(53.0%)은 ‘부모님 도움 없이 내 집 마련은 불가능하다’라고 응답했습니다. 이 같은 주거비용 부담은 결혼과 출산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녀는 꼭 낳아야 한다’와 ‘결혼은 꼭 해야 한다’라는 응답률은 서울이 각각 38.2, 38.4%로 전국 41.8, 42.0%보다 낮게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처럼 서울 집중화 현상은 마침표가 없다. /사진=픽사베이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처럼 서울 집중화 현상은 마침표가 없다. /사진=픽사베이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 제주도에도 사람이 몰리면서 틀린 속담이라는 이들도 있지만 사람을 서울로 보내는 현상은 마침표가 없습니다. 올해 부산과 대구의 국립대학교는 입학 포기율이 80%를 넘었습니다. 대전과 광주, 강원의 국립대는 100% 추가 합격자로 채워졌습니다. 음악학과는 ‘실용’이 붙어야 살아남습니다.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 동의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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