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양간 고쳤다는’ 사모펀드, 소는 돌아올까 [사자경제]
상태바
‘외양간 고쳤다는’ 사모펀드, 소는 돌아올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10.20 15: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사모펀드와 관련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나오자 누리꾼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사모펀드와 관련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나오자 누리꾼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노란 A4 종이에 빨간 바탕의 하얀 열쇠 로고를 넣고 작성해야 한다.”

2007년 3월 17일, 금융감독원 전홍렬 부원장은 다음 달 ‘이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힙니다. “불완전판매가 계속되고 있어 소비자들이 꼭 알아야만 하는 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보험과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펀드 등 복잡한 상품에도 이 제도를 적용합니다. 안전 투자로 가는 열쇠 ‘핵심설명서(Key Facts)’ 탄생기입니다.

금융당국은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로 소비자 피해가 이어지자 상품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2007년 4월부터 핵심설명서 제도를 도입했다. /자료=금융감독원
금융당국은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로 소비자 피해가 이어지자 상품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2007년 4월부터 핵심설명서 제도를 도입했다. /자료=금융감독원

‘핵심설명’. 사물의 가장 중심이 되는 부분을 상대방이 잘 알 수 있도록 밝혀 말함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금융상품의 주요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입한 ‘핵심설명’ 제도가 확대됩니다. 앞으로 일반투자자에게 사모펀드를 권유하거나 판매할 때도 핵심설명서를 제공해야 합니다. 제2의 라임·옵티머스펀드 사태를 막기 위한 법령 개정에 따른 조치입니다.

20일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개정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일반투자자(3억원 이상)에게 사모펀드를 권유 및 판매하는 경우에도 핵심설명서를 교부해야 합니다. 설명서에는 ▲펀드·운용사 명칭 ▲투자목적과 전략 ▲투자대상 자산 ▲운용위험 ▲환매 관련사항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합니다.

앞으로 일반투자자에게 사모펀드를 권유하거나 팔 때도 핵심상품 설명서를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 /자료=금융위원회
앞으로 일반투자자에게 사모펀드를 권유하거나 팔 때도 핵심상품 설명서를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 /자료=금융위원회

일반투자자에게 사모펀드를 파는 판매사는 운용사의 자산운용 보고서를 보고 사모펀드가 핵심설명서에 맞게 운용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사모펀드 수탁사는 운용지시가 법령·규약·설명서에 맞는지를 감시하며, 보관·관리하는 펀드에 대해 분기마다 자산대사(수탁사의 펀드 재산 내역과 운용사의 펀드 재산 명세 일치 여부 확인)를 진행해야 합니다.

사모펀드의 개인대출(대부·P2P업체와 연계한 대출 포함)과 일반 유흥주점업 등 사행성 업종에 대한 대출도 금지됩니다. 사모펀드가 영속적으로 기업을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경영 참여 목적의 투자에 대해서는 15년 안에 지분을 처분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경영 참여 목적의 투자는 다른 회사의 의결권 주식 10% 이상을 취득하거나, 최대주주가 되는 투자를 말합니다.

개정안은 또 기관전용 사모펀드의 업무집행사원 등록요건으로 투자운용전문인력을 신설했습니다. 기관전용 사모펀드 운용업무에 3년 이상 종사한 자 등입니다.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일반 사모펀드 운용방법을 따르도록 했습니다. 투자자 범위는 전문성과 위험관리 능력을 갖춘 기관투자가 등으로 제한됩니다. 이번 개정안과 관련 하위법규는 내일(21일)부터 시행됩니다.

바뀌는 사모펀드 제도. 누리꾼들은 기관전용펀드를 없애 일반투자자도 똑같이 보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료=금융위원회
바뀌는 사모펀드 제도. 누리꾼들은 기관전용펀드를 없애 일반투자자도 똑같이 보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료=금융위원회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라며, 라임과 옵티머스 등 펀드 환매중단 사태 피해자들에 대한 환불이 먼저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아울러 펀드 사태에 대한 수사도 부실이었다며, 펀드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일반투자자 규제는 풀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냐? 라임 옵티머스 사태 언제나 시원하게 밝혀지려나” “해 먹을 거 다 해 먹고 느그들은 하면 안되는!법” “피해자들한테 100% 환불부터 하고 강화해라!” “방지? 검찰들이 대놓고 직무유기를 한 이 사건들은 제대로 책임지는 X들이 아무도 없다. 사건을 알고도 수사하지도 않았고 모른 척 방기한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되어서 미연에 방지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던 두 사건에 대하여 언론들은 침묵하고 검찰은 모르쇠 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이런 라임 옵티머스 대장동 엘시티 이런 사건들의 배후에 누가 있을 것 같나?”.

“바보들 같구나. 지금의 부동산 지옥이 된 이유 중 한가지는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사모펀드 대출형 펀드가 인기가 식으면서, 자금이 부동산에서 펀드시장으로 가는 것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었음이다. 기관전용펀드를 없애서 일반인이 기관투자자 투자할 때 같이 투자하며, 보호를 받아야지, 일반투자자 규제 강화하면 부동산 꼴 되어 사모펀드는 계속 죽어가며, 돈이 펀드시장이 아니라 부동산에서만 도니 부동산 지옥은 계속되는 것이다”.

당국은 사모펀드 제도 개편을 마무리했다고 밝혔지만,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는 아직 진행 중이다. /자료=금융위원회
당국은 사모펀드 제도 개편을 마무리했다고 밝혔지만,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는 아직 진행 중이다. /자료=금융위원회

한편 5000명 이상의 투자자에게 2조원 이상의 피해를 안긴 라임, 옵티머스자산운용 관련 금융사들에 대한 징계가 아직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7일 윤창현 의원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주요 금융부실 사태에 대한 처리 결과>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과 부산은행 등을 제외한 펀드 운용사 및 판매사에 대한 징계가 진행 중입니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를 거쳐 최종 징계기관인 금융위로 올라갔지만 조치가 지연되고 있는 것입니다. 금감원은 주범이 미국으로 도주한 옵티머스자산운용에 대해서는 ‘검사 및 제재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라임펀드를 판매한 우리은행 등 10개사와 옵티머스펀드 판매 및 수탁사인 NH투자증권, 하나은행도 금융위에서 검사와 제재가 진행 중이라는 것입니다.

지난 6월 26일 신한금융투자 지회를 비롯한 사무금융서비스노조는 신한금융그룹 경영진을 상대로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규탄 대회를 열었다. 노조는 이날 “2017년 신한은행 출신 금융지주 부사장을 신한금융투자 CEO로 선임하면서 사모펀드 상품 판매에 집중해 회사를 창립 이래 최고의 위기로 몰아넣었다”라고 주장했다. /사진=전국사무금융노조
지난 6월 26일 신한금융투자 지회를 비롯한 사무금융서비스노조는 신한금융그룹 경영진을 상대로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규탄 대회를 열었다. 노조는 이날 “2017년 신한은행 출신 금융지주 부사장을 신한금융투자 CEO로 선임하면서 사모펀드 상품 판매에 집중해 회사를 창립 이래 최고의 위기로 몰아넣었다”라고 주장했다. /사진=전국사무금융노조

“대한민국 금융산업을 글로벌 플레이어로 육성하겠다”. 2007년 2월 13일, 윤증현 금융위원장 겸 금감원장은 ‘핵심설명서 도입’을 포함한 새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그로부터 12, 13년이 지나 라임과 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가 잇따라 터졌습니다. 아직 환매되거나 상환되지 못한 돈만 5조5000억원이 넘습니다. 우리나라 금융산업 현주소입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