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영업 토스뱅크, ‘2% 통장’은 살아남을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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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영업 토스뱅크, ‘2% 통장’은 살아남을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10.15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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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가 파격적인 예금 및 대출 금리 조건을 내세우며 지난 5일 공식 출범을 알렸다. /사진=토스뱅크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가 파격적인 예금 및 대출 금리 조건을 내세우며 지난 5일 공식 출범을 알렸다. /사진=토스뱅크

“완전히 새로운 은행을 만날 순간입니다.”

지난 5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연 2%’의 예·적금 이자를 준다는 은행이 문을 엽니다. 신용대출 금리도 금융권에서 가장 낮은 연 2.76%를 앞세웁니다. 그로부터 아흐레 뒤, 은행은 누리집에 알림을 띄웁니다. “일시적으로 대출 서비스를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세 번째 인터넷 전문은행 ‘토스뱅크’ 이야기입니다.

‘총량관리’. 전체 분량을 알맞게 조절하고 감독하는 것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6%’라는 가계대출 총량관리 벽에 막혀 영업개시 9일 만에 대출을 중단한 토스뱅크가 증액마저 무산되었습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토스뱅크의 대출 한도 증액 요청에 대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토스뱅크는 지난 14일 누리집 공지사항을 통해 약 석 달간 대출 서비스 중단을 알렸다.
토스뱅크는 지난 14일 누리집 공지사항을 통해 약 석 달간 대출 서비스 중단을 알렸다.

앞서 토스뱅크는 가계대출 한도를 50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늘려달라는 입장을 당국에 전달했습니다. 출범 이전부터 사전 신청자가 몰렸고, 영업 시작 며칠 만에 올해 대출 총량(5000억원)에 육박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국의 불가 방침에 따라 토스뱅크는 신규 대출뿐만 아니라 정책금융 상품인 사잇돌 대출과 비상금 대출 서비스까지 일시 중단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연말까지 대출상품 판매를 할 수 없게 된 토스뱅크이지만 예금 신청자들은 받아야 합니다. 은행이 대출상품을 팔지 못하면서 예금만 팔면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증자를 앞둔 신생 은행으로서는 ‘건전성’ 논란으로 이어지는 것도 부담입니다. 토스뱅크가 이미 제시한 연 2%라는 금리의 조정이 불가피한 이유입니다.

토스뱅크는 소비자의 불만이 들끓자 모든 고객에게 예금상품을 오픈하기로 결정했습니다. 170만명에 달하는 사전 신청자 전원은 전날(14일)부터 대출을 제외한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조치했습니다. 아울러 18일부터는 사전 신청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고객이 토스뱅크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토스뱅크 대출한도 증액 불가 소식이 전해지자 ‘빚 폭탄’ 때문에라도 돈줄을 잠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사진=픽사베이
토스뱅크 대출한도 증액 불가 소식이 전해지자 ‘빚 폭탄’ 때문에라도 돈줄을 잠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사진=픽사베이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당국의 대출 규제를 놓고 갑론을박을 펼칩니다. 하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빚 폭탄’ 때문에라도 돈줄을 잠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본인이 대출받아서 능력껏 갚는다는데 왜 정부가 전부 대출 규제를 하냐??? 이해가 안 가네. 이제 물건 사는 것도 정부에 허락 맡고 사야 할 상황이냐??” “선거 앞둔 시점에서 정부가 돈을 풀지 않고 오히려 잠그는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그만큼 위험한 상황이라는 거다. 세계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주가 부동산 급락… 지금 매우 위험”.

“요즘 내 돈으로 사는 사람이 어디 있냐는 둥 내 집은 현관까지라는 둥 빚내는 걸 당연시하는 이런 문화가 철퇴를 한 번 맞아야지 착실히 저축하고 사는 사람들은 바보 되는 세상” “좋구나. 너도나도 돈 빌려서 부동산 풍년일세” “온 나라가 빚으로 살아가니 언제 터질지” “미친 집값 잡는데 협조해라. 금리 대폭 인상해라” “저거 안 막으면 나중에 자살하는 사람 개많아져요. 빚이 빚을 낳고”.

토스뱅크 지분을 보유한 관련주들은 15일 오후 1시 31분 기준 대출 중단 사태와는 관계없이 오르고 있다.
토스뱅크 지분을 보유한 관련주들은 15일 오후 1시 31분 기준 대출 중단 사태와는 관계없이 오르고 있다.

한편 출범 열흘을 맞은 토스뱅크의 상장과 토스뱅크 관련주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토스뱅크는 아직 구체적인 상장 움직임이 없습니다. 홍민택 대표도 출범 당시 “이제 첫발을 내딛는 단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상장 계획은 없다”라면서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고, 고객들의 선택을 받은 이후 지속적으로 편익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토스뱅크의 지분 34%를 보유하고 있는 비바리퍼블리카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꾸준히 나옵니다. 토스뱅크 관련주로는 투자에 참여해 지분을 소유한 11곳 가운데 상장한 4곳입니다. 각각 10%의 지분을 가진 하나금융지주(KEB하나은행), 한화투자증권, 이월드(이랜드월드)와 4% 지분의 한국전자인증입니다.

토스뱅크가 대출 서비스를 잠정 중단한 다음 날, 이들 토스뱅크 관련주는 모두 오르고 있습니다. 이날 오후 1시 31분 기준 하나금융지주(086790), 한화투자증권(003530), 한국전자인증(041460), 이월드(084680)는 전 거래일보다 각각 0.91, 7.13, 3.35, 1.83% 상승한 채 거래되고 있습니다. 토스뱅크 대출 중단과는 관계없는 주가 흐름입니다.

토스뱅크 출범 당일인 지난 5일 8.40% 급락한 카카오뱅크 주가는 15일 오후 1시 31분 기준 6만2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열흘 동안 주당 200원 오르는데 그쳤다.
토스뱅크 출범 당일인 지난 5일 8.40% 급락한 카카오뱅크 주가는 15일 오후 1시 31분 기준 6만2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열흘 동안 주당 200원 오르는데 그쳤다.

토스뱅크보다 앞서 영업을 시작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주가도 이날 상승세입니다. 같은 시각 유가증권시장에서 카카오뱅크(323410)는 전 거래일보다 2.03% 오른 6만200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만 토스뱅크 출범일인 지난 5일 8.40% 급락한 주가를 만회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열흘 동안 주당 200원 올랐기 때문입니다.

“내년 1월 초 서비스를 다시 열 예정입니다”. 토스뱅크는 지난 14일 대출 일시 중단을 알리며 석 달 뒤를 기약했습니다. 그러면서 “더 좋은 제품을 준비해 대출이 필요한 분들이 편하고 든든한 금융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새끼손가락을 내밀었습니다. 싼 이자로 급전이 필요한 이들에게 3개월은 너무 길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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