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에 막힌 토스뱅크 대환대출, ‘두 번째 배신’일까 [사자경제]
상태바
신용카드사에 막힌 토스뱅크 대환대출, ‘두 번째 배신’일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7.08 14: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카드론 갈아타기’ 확대 앞두고 시범서비스도 잠정 중단… 정치권은 ‘대출비교’ 시행 촉구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지난해 12월 3일 토스뱅크는 2022년 1월 5일부터 1억원이 넘는 예치금에 대해서는 연 0.1%의 금리를 적용하겠다는 문자를 고객들에게 보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지난해 12월 3일 토스뱅크는 2022년 1월 5일부터 1억원이 넘는 예치금에 대해서는 연 0.1%의 금리를 적용하겠다는 문자를 고객들에게 보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어차피 많은 혜택과 1억 미만이라도 2% 받을 수 있으니 다른 은행보다 나은 게 사실이다.”

지난해 12월 3일, 온라인 기사 댓글 창에는 ‘배신’ 논란이 뜨겁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 셋째로 태어난 토스뱅크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연 2%를 약속한 예금금리를 조정한 것입니다. 1억원을 넘는 예금액에 대해서는 연 0.1% 이자만 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론은 비난만 쏟아내지 않았습니다. 시중은행에 대한 불신과 새로운 은행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입니다.

토스뱅크가 또 한 번 배신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지난달 야심 차게 내놓은 대환대출 서비스를 중단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번엔 자의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대환대출’이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뒤 이전의 대출금이나 연체금을 갚는 제도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보통 신용불량자 또는 신용카드 대금 연체자를 위해 밀린 연체금을 분할상환해주는 방식입니다.

8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토스뱅크가 지난달 초부터 시범 출시했던 삼성카드의 카드론 대환대출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습니다. 카드론을 은행 신용대출로 바꿔주는 서비스는, 이번 토스뱅크가 처음이었습니다. 당초 이번 달부터 다른 신용카드사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었지만, 이자 수익이 떨어질 것을 걱정한 카드사의 반발에 부닥쳤습니다.

신용카드 업계가 내세운 이유는 토스뱅크가 카드론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웹스크래핑’(web scraping)이 보안상 취약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말 그대로 긁어오는 기술을 뜻하는 스크래핑은, 플랫폼업체가 고객의 정보를 가지고 고객 대신 인증 절차를 ‘가져오는’ 기술입니다. 즉, 정보 전달 주체가 플랫폼업체입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앞줄 왼쪽 4번째)이 지난 5일 열린 14개 여신전문사 CEO와의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앞줄 왼쪽 4번째)이 지난 5일 열린 14개 여신전문사 CEO와의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토스뱅크는 공식적으로는 서비스의 고도화 작업을 위해 잠정 중단한 것일 뿐이라고 서비스 중단 이유를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고객 이탈에 따른 이자 수익 저하를 우려한 카드사들의 반발 때문이라는 해석이 우세합니다.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결제 부문 수익이 떨어지자, 카드론 등 대출을 통한 이자 이익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카드 업계의 우려는 지난 5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간담회에서도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이 원장은 “(토스뱅크의 카드론 대환대출과 관련해) 여전업계에서 의견을 냈고 그 의견과 규제 완화 등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과 관련해 여전업법(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태스크포스(TF)에서 함께 살펴보려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정치권에서는 지난해 논의가 중단됐던 금융권 대환대출 플랫폼 사업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5일 “금융당국이 국민의 편익을 위해 기존 대출 기관 방문 없이 신규 대출 기관에서 원스톱으로 대환대출을 실행하는 플랫폼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해 줄 것을 요청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원스톱 대출이동제’ 도입을 촉구했습니다. 윤관석 의원은 지난 6일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 및 대출 비교 플랫폼 연계를 재가동시켜 금리경쟁을 통한 대출 금리 인하를 유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대환대출 플랫폼 사업은 지난해 하반기 추진됐다가 은행권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사업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대환대출 플랫폼 개념도. /자료=금융위원회
대환대출 플랫폼 개념도. /자료=금융위원회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고객보다 이익이 우선인 신용카드사에 비난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아울러 금융감독 당국의 소비자를 위한 대처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역시 갑질 카드사 우리 호구를 건드리지 마라” “왜 반대하는데 우리한테 좋은 건데 니들이 왜 막아 카드업계들” “보안 취약이 원인이라. 지나가는 개도 안 웃을 얘기” “카드업계한테 밀리는구나. 대환대출해볼까 했는데. 역시 대한민국은 집단이기주의의 성지야” “토스가 답이다~ 은행들 카드사들 긴장해라~ 아님 빨리 줄 서든지~” “보안상 취약할 우려가 있기보다는 금리비교상 불리할 사실이 있겠지만. 뭐, 충분히 예상되는 반발이죠. 돈 놓고 돈 먹기 게임이니까요”.

“아니 소비자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어야지 소비자에게 유리한 것을 카드사에서 XX한다고 으름장 놓는 복현(금감원장)이는 대체 뭐냐?!” “이런 건 정부가 나서서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어쩔 수 없이 비싼 고금리 이자 쓰는 서민들한테 연체 이력이 없는 성실 채무자는 나라에서 중금리 말고 2~5프로대 저리로 빌려줘라” “고금리 삥 계속 뜯겠다는 카드사들 망해라. 정부는 공정경쟁 보장하라. 토스 응원합니다” “다시 시작해요. 쓰레기 카드사 눈치 보지 말고”.

지난달 28일 열린 토스뱅크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가 출범 이후 성과를 리뷰하고 하반기 주요 상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토스뱅크
지난달 28일 열린 토스뱅크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가 출범 이후 성과를 리뷰하고 하반기 주요 상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토스뱅크

한편 지난달 28일,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출범 9개월의 성과를 내놨습니다. 전날 기준 뱅킹서비스 가입 고객은 360만명을 넘었고, 대출잔액은 4조원을 돌파했습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36%로, 당초 약속(34.9%)을 지킨 것입니다. 지난해 시중은행의 텃세 속에 탄생한 토스뱅크의 구호처럼, 금융소비자는 새로운 은행을 찾고 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은행을 만날 순간입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