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차익 7억인데 세금은 0원”… ‘부자감세’ 썰전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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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차익 7억인데 세금은 0원”… ‘부자감세’ 썰전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10.2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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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종부세 개정안에 이어 세금 부담을 완화하는 쪽으로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양도세 개정안을 놓고 부자감세 공방이 뜨겁다. /이미지=픽사베이
종부세 개정안에 이어 세금 부담을 완화하는 쪽으로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양도세 개정안을 놓고 부자감세 공방이 뜨겁다. /이미지=픽사베이

“결국 돈 많은 부자들에 의해 상위 5%만 좋아지는구나.”

8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 여야는 모두 45건의 법안을 사이좋게 가결합니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안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법안이 있습니다. <종합부동산세 개정안>. 종부세를 내야 하는 기준값이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공시가격이 시세의 70~80%인 점을 감안하면 15억~16억원짜리 아파트에 사는 17만9000여 가구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됩니다.

‘부자감세’. 자산이 많거나 소득이 많은 이들에게 매기는 세금의 액수를 줄이거나 세율을 낮추는 일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종부세 개정안과 함께 부자감세 논란이 뜨거운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올리는 내용입니다. 이 법안이 통과할 경우, 집을 팔아 7억원을 남겨도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 변경 시 세액 비교. 장기보유특별공제는 5년 보유 및 거주로 가정, 기본공제(250만원) 외에 비용은 반영하지 않았으며 지방소득세는 제외한 금액. /자료=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 변경 시 세액 비교. 장기보유특별공제는 5년 보유 및 거주로 가정, 기본공제(250만원) 외에 비용은 반영하지 않았으며 지방소득세는 제외한 금액. /자료=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26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가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소득세법 개정안은 세수는 줄어들고 양도차익이 확대될수록 세금의 차이는 더욱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8월,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 금액을 시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조세재정개혁센터는 민주당 개정안대로 3억원에 취득한 주택을 10억원에 팔게 될 경우, 양도세는 ‘0원’으로 나온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해당 주택을 5년 동안 보유 및 거주한 것으로 가정하고, 기본공제(250만원) 외 비용 및 지방소득세는 제외한 수치입니다. 현재는 이 경우처럼 7억원의 양도차익이 발생했다면 484만원 가량의 세금을 내야 합니다.

1주택자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 비교. 종합소득세는 기본공제 150만원만 적용해 계산함. 양도소득세는 위의 표 결과를 준용. /자료=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1주택자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 비교. 종합소득세는 기본공제 150만원만 적용해 계산함. 양도소득세는 위의 표 결과를 준용. /자료=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세금 감면 혜택은 양도차익이 커질수록 확대됐습니다. 마찬가지로 3억원에 구입한 주택을 15억원에 되판다면 비과세 기준 변경으로 줄어드는 세금이 5446만원이었습니다. 같은 주택을 20억원에 양도한다면 지금보다 줄어드는 세금은 6237만원으로 800만원 가까이 늘어납니다. 이 같은 1주택자 양도세는 현행 기준으로도 선진국에 견줘 낮은 수준입니다.

5년 보유 및 거주했을 경우, 우리나라에서 3억원에 산 주택을 15억원에 판다면 약 8909만원의 세금을 부담해야 합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약 1억2500만원, 일본에서는 약 1억3275만원의 세금을 내야 합니다. 조세재정개혁센터는 “비과세 기준을 12억원으로 완화할 경우 세 부담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다른 세목에 비해 턱없이 실효세율이 낮다는 지적도 이어집니다. 실제 주택 매매를 통해 12억원의 양도차익을 거둘 때 실효세율은 7.42%인데, 투자나 사업 등으로 차익을 얻었을 때는 39.49%의 세율이 적용됐습니다. 이마저도 비과세 기준이 상향 조정되면 양도세 실효세율은 2.89%로 낮아지면서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됩니다.

똑같은 양도차익일 경우 1주택자 양도소득세액 국가 간 비교. 5년 보유 및 거주 기준. 미국은 연방소득세만, 일본은 소득세만 계산한 금액. 미국은 2년 거주 시 부부합산 기준 50만달러가 소득공제됨. 일본은 3000만엔 소득공제가 되며 5년 초과 시 15% 세율 적용. /자료=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똑같은 양도차익일 경우 1주택자 양도소득세액 국가 간 비교. 5년 보유 및 거주 기준. 미국은 연방소득세만, 일본은 소득세만 계산한 금액. 미국은 2년 거주 시 부부합산 기준 50만달러가 소득공제됨. 일본은 3000만엔 소득공제가 되며 5년 초과 시 15% 세율 적용. /자료=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나름의 논리로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1주택자는 비과세 혜택을 줘야 한다는 쪽과 집값만큼 세금을 내야 한다는 쪽으로 나뉩니다.

“1주택자는 금액에 상관없이 비과세가 맞지. 집 하나 달랑 있는데. 어차피 집 하나 있는 거 팔고 전월세 가는 사람 없다. 12억짜리 팔고 12억짜리 가는 게 이상하냐? 지금처럼 12억짜리 팔고 10억짜리 가는 게 이상한지” “1주택에게는 부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사 가야 하는 경우 매매 양도세, 취득세 내면 이사 갈 수가 없어요” “양도세만 보면 낮다 할 수 있지만 보유세 취득세를 포함하면 세계 최고 수준” “12억 비과세 발표 기다리는 1주택자들 많습니다” “1주택은 비과세가 맞고 2주택 이상은 세금 많이 내게 하는 게 맞다. 3주택은 더 많이 내면 좋고”.

“9억으로 내려야 하는데 부자감세 안 됩니다” “12억으로 하면 그나마 7~9억짜리 집값 또 오른다. 무조건 7억 이상 주택 양도세 부과시켜야 한다. 그게 집값 안정시킨다” “지방 집값 3억짜리 헌집 두채 갖고 있는 게 세금이 더 많다니” “차익 생겼으면 해당되는 세금 내야 한다. 1주택자도 예외 없다. 1주택자는 차익 엄청 남겨 먹고 세금 한푼도 안 내자는 심보냐? 날강도 심보다. 그러고, 1주택자는 집 팔면 바로 무주택자 되는 거잖아? 그러면 또 싸게 청약도 하고 싼 집 사서 되팔려는 속셈이니까. 1주택자도 예외 없이 집 팔아서 돈 벌면 해당되는 세금 내는 게 맞다” “1000원짜리 빵을 사도 세금을 내는데 10억짜리 팔아도 세금이 없으면 정부 세무 업무가 빵점이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양도세 부담 완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부동산 시장 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지 걱정스럽다는 입장이다. /자료사진=기획재정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양도세 부담 완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부동산 시장 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지 걱정스럽다는 입장이다. /자료사진=기획재정부

한편 양도소득세 부담을 완화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에 정부도 공감하고 있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0일 국정감사에서 “양도세 기준을 조정해야 하는 필요성이 있다고 보여진다”라고 밝혔습니다. 홍 부총리는 다만 “부동산 시장 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걱정이 크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국회의원들이 잇따라 내놓고 있는 소득세법 개정안에는 양도세 외에도 가상화폐에 대한 법안 발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세당국이 예정대로 내년부터 코인 소득에 세금을 매기겠다고 밝히자, 기간을 미루자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은퇴 세대는 가진 집 한 채에 세금은 안 된다며 “죽일 놈”을 외치지만, 한 채 갖기도 불투명한 세대는 세금 한 푼에 숨이 막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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