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전환 추진’ 대구은행, 메기 아닌 미꾸라지?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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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전환 추진’ 대구은행, 메기 아닌 미꾸라지?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3.08.11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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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동의 없이 불법 계좌개설, 금감원 긴급 검사 착수… KB국민·경남은행 사고 이어 비난 봇물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지난달 6일 시중은행 전환 추진 계획을 설명하고 있는 황병우 DGB대구은행장. /사진=DGB대구은행
지난달 6일 시중은행 전환 추진 계획을 설명하고 있는 황병우 DGB대구은행장. /사진=DGB대구은행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반대한다~ 과연 자격이 있는지~ 대구지역을 위해 뭘 한 게 있는지~ 7월 2금융권의 인출사태가 벌어질 때 위험하다며 저거 은행으로 가져오라고 손님들에게 그따위로 홍보한 것~ 이게 말이 되냐~ 상도덕도 없는 자들이~ 시중은행으로 가면 더한 짓도 서슴지 않을 것이 아니냐~”

어제(10일), DGB대구은행이 직원들의 위법에 해당하는 사실을 알고도 금융감독 당국에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한 누리꾼의 반응입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구은행이 고객의 동의도 없이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추가 개설한 혐의로 지난 9일부터 금감원의 긴급 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앞서 대구은행은 2021년 8월부터 은행 입출금통장과 연계해 여러 증권회사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금감원이 지난 8일 외부 제보 등을 통해 인지하게 된 혐의 내용은 ‘대구은행 영업점에서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높일 목적으로 1개의 증권계좌를 개설한 고객을 대상으로 동의 없이 여타 증권계좌를 추가 개설’한 것입니다.

지난 10일치 ‘고객 몰래 1천여건 계좌개설… 금감원, 대구은행 긴급 검사(종합)’ 기사에 달린 댓글들. /출처=네이버 포털뉴스 갈무리
지난 10일치 ‘고객 몰래 1천여건 계좌개설… 금감원, 대구은행 긴급 검사(종합)’ 기사에 달린 댓글들. /출처=네이버 포털뉴스 갈무리

예를 들어 고객이 실제로 영업점에서 작성한 A 증권사 계좌 개설신청서를 복사한 뒤, 이를 수정해 B 증권사 계좌를 임의로 개설하는데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대구은행 직원들은 이 같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계좌개설 안내 문자(SMS)를 차단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렇게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높이기 위해 고객 문서를 위조한 사례는 1000건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에 대해 대구은행은 “금융소비자보호부에서 민원 처리 중 불건전영업행위 의심 사례를 발견했다”라며 “해당 내용을 검사부로 이첩했으며 즉시 검사부 자체 특별(테마)검사에 착수, 유사사례 전수조사를 통해 사실관계 확인과 직원별 소명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의도적 보고 지연과 은폐 등은 전혀 없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금감원은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즉시 검사를 개시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임의 개설이 의심되는 계좌 전건에 대해 철저히 검사하고, 검사 결과 드러난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조치할 예정”이라며 “대구은행이 사실을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신속히 보고하지 않은 경위를 살펴보고 문제가 있다면 이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KB국민은행에서 상장기업의 미공개정보를 이용, 120억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챙긴 직원들이 덜미를 잡혔다. /자료=금융감독원
KB국민은행에서 상장기업의 미공개정보를 이용, 120억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챙긴 직원들이 덜미를 잡혔다. /자료=금융감독원

한편 이보다 앞서 최근 BNK경남은행에서는 5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2007년부터 약 15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업무를 담당해온 직원이 562억원을 횡령·유용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중입니다. 해당 직원은 가족 계좌로 대출 상환금을 이체하거나 대출 서류를 위조했음에도, 경남은행 자체 내부통제 시스템에서 걸러내지 못한 것입니다.

또 KB국민은행에서는 상장기업의 미공개정보를 이용, 120억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챙긴 직원들이 덜미를 잡혔습니다. 증권대행 부서 소속 직원들은 2021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61개 상장사 무상증자 업무를 대행하는 과정에서 무상증자 규모 및 일정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취득한 뒤 본인과 가족 명의로 해당 종목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후 무상증자 공시로 주가가 뛰면 보유주식을 팔아치워 차익을 챙겼다. 직원 본인과 가족 명의 거래로 챙긴 이득이 66억, 정보를 받은 은행 다른 부서 동료와 친척, 지인들이 챙긴 이득도 61억원에 달했습니다. 대형 은행 직원들의 조직적인 미공개정보 이용이라는 불공정거래 혐의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는 대구은행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하자, 메기효과보다 금융시장의 미꾸라지가 되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DGB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는 대구은행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하자, 메기효과보다 금융시장의 미꾸라지가 되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DGB대구은행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대구은행, 경남은행, 국민은행뿐 아니라 다른 은행들도 싸잡아 그동안 잘못들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습니다.

“대박이네. 고객정보를 사전동의도 없이 타은행증권계좌개설 범죄은행이네” “은행원이 고객명의 도용 사기를 쳐? 압수 수색할 일 아닌가” “자체 조사?? 한편인데 뭘 자체 조사한단 거야 ~” “통합계좌관리 어플이나 일반은행 어플 들어가서 전체계좌 조회해봐” “대한민국 규모에 비하면 지금 시중은행도 많다. 3개면 된다. 일본 봐. 외국인들이 한국은 은행이 너무 많대. 시중은행 늘려 뭐하게~”.

“전수조사하면 100% 몇십 건에서 몇백 건은 더 나올 듯. 은행이 사채시장보다 허접한 줄 이번에 알았다. 돈이 비고, 실명이 아닌데. 이걸 시스템으로 확인을 못 하네” “은행직원들 저렇게도 돈을 버는군. 잔머리 굴리면 억대는 그냥 먹튀 가능하네. 성과급 받고 뒤로 돈 빼내고. 몇백(억) 빼내고 감방서 좀 썩고 나와서 그 돈 펑펑 쓰면서 살다가 투자회사 만들어서 돈 벌고. 참 쉽네”.

지난달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공식화하고 금융당국에 전환 인가를 신청한다는 방침이 전해지자, ‘메기효과’를 기대하는 여론이 많았습니다. “돈 잔치”로 대변되는 기존 5대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체제를 깨부술 신규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는 기대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금융시장의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 걱정을 하는 누리꾼이 많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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