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 ‘신평사’ 설립, “신용점수보다 더 중요한 것”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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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3사 ‘신평사’ 설립, “신용점수보다 더 중요한 것”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3.03.0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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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비금융 신용평가 합작사 승인… 통신사 이익 추구 활용 우려, “요금 인하” 목소리 커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6일 공정거래위원회가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통신정보를 이용한 개인신용평가 합작회사 설립을 승인했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
6일 공정거래위원회가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통신정보를 이용한 개인신용평가 합작회사 설립을 승인했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

“고객 길들이기 하게?” “대기업 밀어주기 세상으로 바꾸는 거냐” “고객 신용평가보다 니들(이동통신업체) 자체 신용평가를 우선해야 하는 게 아닌지?”

이동통신사들이 뭉쳐 개인신용평가 회사를 세우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마뜩잖은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소비자보다 기업 우위의 시장이 더욱 단단해질 것이라는 걱정입니다. 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와 코리아크레딧뷰로(KCB)·서울보증보험(SGI)의 통신정보를 이용한 개인신용평가 합작회사 설립을 승인했습니다.

개인신용평가 합작사의 지분구조는 통신 3사가 각 26%, KCB와 SGI가 각 11%를 차지합니다. 공정위는 이번 승인에 대해 “금융정보 위주의 독과점 체제인 개인신용평가 시장에 통신정보에 특화된 전문 개인신용평가사가 등장하면 신용정보업 전반에 새로운 경쟁이 촉진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라고 밝혔습니다.

통신정보를 이용한 개인신용평가 합작회사의 지분구조는 SK텔레콤 등 통신 3사가 각 26%, KCB와 SGI가 각 11%를 차지한다. /사진=인터넷커뮤니티
통신정보를 이용한 개인신용평가 합작회사의 지분구조는 SK텔레콤 등 통신 3사가 각 26%, KCB와 SGI가 각 11%를 차지한다. /사진=인터넷커뮤니티

앞서 개인신용평가업은 금융정보를 중심으로, NICE평가정보와 KCB가 각 70, 27%의 점유율로 장기간 과점 체제를 이어왔습니다. 이에 국회가 2020년 <신용정보의이용및보호에관한법률>(신용정보법)을 개정하면서, 금융기관이 아니더라도 ‘비금융 정보’에 특화된 전문 개인신용평가업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진입 규제가 완화되었습니다.

통신 3사는 이번 승인으로 “통합된 통신정보를 합작사에 제공해 개인 신용평가시장에서 통신정보 활용성과 시장가치를 증대시키겠다”라며 “금융 이력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이나 주부, 노년층 등 금융 서비스 이용 내역이 없어 불리한 평가를 받는 이들에게 개선된 금융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비금융 개인신용평가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사회 초년생, 주부, 노년층 등 금융 이력이 부족한 ‘신파일러’(Thin Filer)의 대출 금리 산정이 나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통신 요금을 꼬박꼬박 잘 내는 것도 신용도로 평가받기 때문입니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기준 신파일러로 분류된 이들은 전체 신용등급 대상자의 27.1%에 해당하는 1280만7275명이었습니다.

공정위는 “비금융 개인신용평가 시장이 태동기인 만큼 금융정보를 보완할 통신·쇼핑·모빌리티 등 다양한 정보 사이에 경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앞으로 합작사는 금융위원회의 전문 개인신용평가업(비금융 전문 CB) 허가를 받은 뒤, 통신정보와 연계한 비금융 개인신용평가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2021년 상반기 기준 우리나라 국민 4명 가운데 1명은 ‘신파일러’(Thin Filer)로 나타났다. 신파일러는 금융거래 정보가 거의 없어 신용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로, ‘금융이력 부족자’로도 부른다. /자료=민형배 의원실(나이스평가정보 제공)
2021년 상반기 기준 우리나라 국민 4명 가운데 1명은 ‘신파일러’(Thin Filer)로 나타났다. 신파일러는 금융거래 정보가 거의 없어 신용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로, ‘금융이력 부족자’로도 부른다. /자료=민형배 의원실(나이스평가정보 제공)

이 같은 통신사들의 신용평가업 진출 소식에 누리꾼들은 시장 경쟁보다 통신사들의 이익 추구에 활용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전관 취업 창구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으니 통신 요금이나 내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저게 우수 고객님들 신용점수 좋아지라고 만드는 거 같냐? 요금 회수 안 되니깐 압박용으로 쓸려고 만드는 거지” “요새 통신비 미납건 많은가보다” “합작이고 나발이고 통신비나 내려. 투자도 안 하면서 왜 이렇게 통신비만 계속 쳐올리나” “퇴직하고 통신사 이사직 재취업 확정. 이 나라 고위 공무원들 죄다 저딴 식으로 재취업” “그러면 통신 신용 좋은 사람은 요금을 깎아주는 것도 해라” “아니 딴것보다 5G 요금제나 내리라고요. 대체 4G와 다른 점이 뭡니까?” “신용점수도 돈 벌어 먹는 방법이지. 문제없이 완납하면 이자 보상해 주든가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대부분 신용카드로 납부하니 신용도 유지에 도움은 될 듯한데” “그러면 뭐해 은행이 반영을 안 하는데” “신용점수 떨어뜨리는 건 순식간, 올리는 건 몇십 년” “10년 잘 내면 신용 1 오르려나요?” “그리고 신용점수 1등급이면 뭐 하는데? 그게 밥을 먹여줘 떡을 줘, 아니면 뭐 금융권에서 선물이라도 하나 주는 줄 앎? 1등급인데 대출 신청하니 재산하고 소득 없다고 그냥 꺼지라던데?” “통신비 못 내거나 밀려내는 취약계층 신용도까지 훨씬 더 빨리 깎아내리겠군. 통신사 입장에서는 연체 확률 줄어들고 손해 볼 거 없지. 통신사 요금 좀 내려라. 이 핑계 저 핑계 대지 말고”.

통신사들의 신용평가업 진출 소식에 누리꾼들은 5G 요금제 등 비싼 통신료나 내리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사진=픽사베이
통신사들의 신용평가업 진출 소식에 누리꾼들은 5G 요금제 등 비싼 통신료나 내리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사진=픽사베이

한편 공정위는 이날 더비즈온과 신한은행·SGI의 전사적 자원관리(ERP) 기업정보를 바탕으로 한 기업신용조회 합작사 설립도 승인했습니다. 지분구조는 더존비즈온이 46, 신한은행 45, SGI 9%입니다. 합작사는 중소기업 관련 여신을 활성화하고 매출채권 팩토링 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ERP 정보를 활용한 새로운 기업신용조회 시장이 열리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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