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상장철회, 간 보다 ‘간오뱅’ 오명 쓴 현대오일뱅크 [사자경제]
상태바
세 번째 상장철회, 간 보다 ‘간오뱅’ 오명 쓴 현대오일뱅크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7.21 16: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증시 상황 악화” 2012·2018년 이어 기업공개 또 보류… 하반기 IPO시장 급랭 우려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최근 부진한 증시 상황을 고려한 듯 현대오일뱅크가 또 기업공개(IPO) 계획을 철회했다. /사진=뉴스웰DB
최근 부진한 증시 상황을 고려한 듯 현대오일뱅크가 또 기업공개(IPO) 계획을 철회했다. /사진=뉴스웰DB

‘1분 만에 싹쓸이… 부자들은 채권을 산다’

‘나오자마자 27분 완판… 오픈런 등 올 6조 폭풍 투자 뭐길래’

‘증시 한파에 지친 개미… 채권 시장으로 피란’

어제(20일)에 이어 오늘도 경제신문들은 채권시장으로 ‘피란’하는 개인투자자들의 행렬을 전하고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9일까지 개인투자자는 장외 채권시장에서 6조7259억원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 1년 전 같은 기간(2조9750억원)의 2배, 2020년과 견주면 3배가 넘습니다. 채권금리도 올랐지만, 무엇보다 주식시장이 부진한 탓입니다.

이러한 증시 상황을 고려한 듯 현대오일뱅크가 또 기업공개(IPO) 계획을 물렸습니다. 벌써 세 번째 ‘상장철회’입니다. 21일 현대오일뱅크는 증시 상황 악화 등을 이유로 상장철회 결정을 내렸다고 공시했습니다. 현대오일뱅크가 하반기 IPO시장 최대어로 꼽힌 만큼 투자자들의 실망도 큽니다. 더군다나 세 번이나 시장과의 약속을 어긴 데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습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한 뒤, 지난 6월 심사 승인을 따냈습니다. 이에 따라 오는 10~11월 현대오일뱅크가 상장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시장이 바라보는 기업가치만 8조~10조원대로, 올해 1월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최대 규모로 기대가 컸습니다.

/자료=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자료=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하지만 코스피 지수가 올해 들어서만 20% 이상 급락하자 공모 시장 투자심리가 위축됐다고 판단, 상장을 철회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현대오일뱅크는 2012, 2018년에도 상장을 추진했지만, 업황 악화 등을 이유로 철회했습니다. 신인도를 감수하면서까지 현대오일뱅크가 또 IPO를 뒤집은 데는 정유업계의 상황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마무리되면 치솟던 국제유가가 다시 하락할 수 있습니다. 또 세계 각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석유, 화학제품 수요둔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정유기업들이 올해 상반기 최고 수준의 이익을 거뒀음에도, 금융투자업계에선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사업구조가 매우 비슷한 에쓰오일(S-OiL)의 주가 하락도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철회 배경이 됐다는 지적이다. 21일 S-OiL(010950)은 지난달 10일 종가 12만1500원보다 22.9% 하락한 9만3700원에 마감했다.  /자료=한국거래소
사업구조가 매우 비슷한 에쓰오일(S-OiL)의 주가 하락도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철회 배경이 됐다는 지적이다. 21일 S-OiL(010950)은 지난달 10일 종가 12만1500원보다 22.9% 하락한 9만3700원에 마감했다. /자료=한국거래소

업계에서는 사업구조가 매우 비슷한 에쓰오일(S-OiL)의 주가 하락도 상장철회 배경이 됐다는 지적입니다. 이날 S-OiL(010950)은 지난달 10일 종가 12만1500원보다 22.9% 하락한 9만3700원에 마감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의 사정은 더욱 좋지 않습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SK이노베이션의 목표주가를 기존 27만원에서 22만원으로 19% 낮춘 바 있습니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과 SK쉴더스, 원스토어에 이어 이번 현대오일뱅크마저 상장을 거두어들임으로써, 공모 시장은 급속히 얼어붙을 전망입니다. 벌써 다음 달 수요예측을 앞둔 쏘카와 더블유씨피가 흥행에 성공할지 걱정됩니다. 국내 카쉐어링 1위 쏘카는 목표 시가총액 1조5943억원, 2차 전지 분리막 업체 더블유씨피(WCP)는 기업가치 3조4000억원에 도전합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세 번째 양치기 소년이 된 현대오일뱅크의 행태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한 경제지가 투자은행(IB) 관계자의 표현을 빌린 ‘간오뱅’(간 보는 현대오일뱅크)을 써가며 비난하기도 합니다.

“결단력 없는 경영진 표시 내네. 아무도 책임 안 지려는 보신주의자 집단” “간오뱅? 실명은 반보류” “간오뱅 넘 웃기다” “간O수만 있는 게 아니었네” “솔직히 현대 오뱅 경쟁력이 없지, 기술은 SK나 GS에 한참 밀리고, 사우디 아람코가 지분 인수한 후로는 입김이 세서 자체 경영도 못 하고, 원유도 사다 주는 거나 쓰고. 지분 팔 때부터 알아봤음. 상장해야 개털임” “대우조선해양 하고 합병한다고 현대중공업 밑에 한국조선해양이라는 중간지주 만들어서 상장시켜 주식 가져가고. 합병이 무산되었으면 해체해야 되는데 현대중공업지주회사. 중간지주 한국해양조선 이게 말이 되나. XXX 같은 정씨 일가들”.

누리꾼들은 세 번째 양치기 소년이 된 현대오일뱅크의 행태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누리꾼들은 세 번째 양치기 소년이 된 현대오일뱅크의 행태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한편 삼성증권은 지난 15일 모두 300억원 규모의 ‘세전 연 4%대 선순위 은행(KB금융·우리·농협은행) 채권’ 3종 특판에 나섰는데, 27분 만에 ‘완판’(완전판매)됐습니다. 역시 같은 날 한국투자증권이 내놓은 200억원 규모의 채권 ‘현대자동차317-1’(AA+)과 250억원 규모의 ‘기아283-1’(AA)은 판매를 시작한 지 1분 만에 물건이 동이 났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채권투자에 나설 것을 주문합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대폭’ 올리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이유입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책 불확실성은 크게 줄어들었고 물가 경로도 짐작이 가는 수준까지 올라왔다”라며 “대외 환경을 제외하면 금리를 상승시키는 대부분 재료는 소화가 됐다”라고 조언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이미 발행된 채권은 가격이 낮아지며, 반대로 금리가 내리면 발행되었던 채권 가격이 오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금리가 오르면 저가 매수를, 금리가 내리면 채권 매도를 통해 이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의 조언처럼 채권투자는 길게 봐야 합니다. 주식처럼 쉽게 현금화도 어렵습니다. 한 번 더 고민하는 ‘돌다리 투자’가 필요한 때입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