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미장마저… 길 잃은 ‘서학개미’ 어디로 가나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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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미장마저… 길 잃은 ‘서학개미’ 어디로 가나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7.18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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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외화증권 보관액, 4년 만에 첫 감소… 미국주식 22% 급감 속 ‘테슬라 독식’은 여전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지난 1분기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보관금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자료=한국예탁결제원
지난 1분기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보관금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자료=한국예탁결제원

“나도 국장에 절대 돈 안 넣는다. 그럴 바엔 차라리 돈을 버리겠다.”

석 달 전인 지난 4월 22일, 올해 1분기 우리나라 투자자의 외화증권 보관금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기저기서 ‘미장’(미국 주식시장) 예찬론이 터져 나옵니다.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 가운데는 미장이 좋아서라기보다 ‘국장’(국내시장)이 싫어서 떠난 이들도 많습니다. 공매도, 쪼개기 상장, 증권 범죄 등이 그 이유입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글로벌 주식시장 부진으로, 올해 상반기 외화증권 보관금액이 800억달러 대로 줄었습니다. ‘외화증권’이란 달러 등 외국통화로 표시된 증권이나 외국에서 지급받을 수 있는 증권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외화증권 보관금액이 직전 반기보다 감소한 것은 4년 만에 처음입니다. 각국의 긴축 정책에 서학개미의 투자도 직격탄을 맞은 것입니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외화증권 보관금액은 835억3000만달러로 나타났습니다. 6개월 전인 지난해 하반기(1005억9000만달러)보다 17%(170억6000만달러) 줄어든 수치입니다. 또 상반기 외화증권 결제금액은 2079억6000만달러로, 같은 기간 9.4%(215억5000만달러) 감소했습니다.

해외시장별 외화주식 보관금액은 미국이 전체의 64.1%로 비중이 가장 높았고, 상위 5개 시장(미국·유로시장·홍콩·일본·중국)이 전체의 97.5%를 차지했다. /자료=한국예탁결제원
해외시장별 외화주식 보관금액은 미국이 전체의 64.1%로 비중이 가장 높았고, 상위 5개 시장(미국·유로시장·홍콩·일본·중국)이 전체의 97.5%를 차지했다. /자료=한국예탁결제원

외화증권 보관금액은 꾸준히 증가하며 지난해 하반기 1000억달러까지 돌파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증시 부진으로 다시 800억달러 대로 쪼그라든 것입니다. 외화증권 보관금액이 직전 반기보다 감소한 것은 2018년 상반기 이후 처음입니다. 종류별로는 외화주식 보관금액이 623억7000만달러로 여섯 달 새 19.9%, 외화채권이 211억6000만달러로 6.7% 줄었습니다.

해외시장별 보관금액은 미국이 전체(외화주식+외화채권) 보관금액의 64.1%로 비중이 가장 높았고, 상위 5개 시장(미국·유로시장·홍콩·일본·중국)이 전체 보관금액의 97.5%를 차지했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미국이 전체 보관금액의 84.7%를 차지한 외화주식의 경우, 6개월 전보다 22.1% 감소했습니다. 미장에 대한 서학개미의 투자 불안도 커졌다는 방증입니다.

종목별로 보면 미국 주식이 보관금액 상위종목을 휩쓸었습니다. 테슬라·애플·엔비디아·알파벳 A(구글)·마이크로소프트 순이었는데, 상위 10개 종목이 차지하는 금액이 전체 외화주식 보관금액의 44.8%에 달했습니다. 특히 보관금액 1위인 테슬라는 116억3200만달러어치를 보유, 2위 애플(44억8000만달러)의 2.5배였습니다.

각국의 긴축 정책에 외국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각국의 긴축 정책에 외국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결제금액으로 보면, 외화주식은 1679억9000만달러로 여섯 달 새 12% 감소했습니다. 반면 외화채권은 399억7000만달러로 같은 기간 3.1% 늘었습니다. 해외시장별 결제금액은 미국 비중이 전체의 81%로 가장 높고, 상위 5개 시장이 전체의 99.5%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외화주식만 따지면, 9.5% 감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전체 결제금액의 94.9%를 차지했습니다.

외화주식 결제금액 상위종목은 ▲테슬라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상장지수펀드(ETF) ▲디렉션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셰어즈 ETF 순으로 상위 10개 종목 모두 미국 주식이었습니다. 특히 지난해 1위 종목인 테슬라의 결제금액은 214억1000만달러로, 여섯 달 새 31.1% 늘었습니다. 순매수 결제금액으로 따지면 93% 증가한 것입니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해외주식의 경우 시차, 시장의 정보 비대칭, 급작스러운 현지 이슈 발생 등으로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 신속한 대응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울 수 있다”라면서 “포스트 코로나 상황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금리 인상 등 투자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진행 중이어서 투자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습니다.

상반기 외화주식 보관 및 결제금액이 급감한 가운데도, 서학개미의 테슬라 사랑은 여전했다. /자료=한국예탁결제원
상반기 외화주식 보관 및 결제금액이 급감한 가운데도, 서학개미의 테슬라 사랑은 여전했다. /자료=한국예탁결제원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글로벌 증시가 부진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다만 해외주식 투자를 계속할지를 놓고서는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습니다. 아울러 공매도 폐지 주장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찐(진짜) 바닥이군” “복구, 회복, 익절(주식을 매수한 가격보다 비싸게 파는 것) 꿈 버리고 다 나오시길. 일억 잃었든 십억 잃었던 좋은 경험 했다고 생각하고 잊으세요” “전형적인 돈 잃는 유형. 떨어지면 사고 오르면 팔아야 하는데, 다 떨어진 거 팔라고 말하네” “제발 공매도를 폐지합시다”.

‘주식, 이제 안 사요… 코스피 하루 거래, 44조→5조로’ 기사에 달린 댓글들. /이미지=네이버 포털뉴스 갈무리
‘주식, 이제 안 사요… 코스피 하루 거래, 44조→5조로’ 기사에 달린 댓글들. /이미지=네이버 포털뉴스 갈무리

한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하)을 밟은 지난 13일 유가증권(코스피)시장 하루 거래대금은 5조9985억원이었습니다. 올해 들어 첫 5조원 대로,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2월 17일(5조6392억원) 이후 가장 작은 규모입니다. 코스피지수가 3000선을 돌파했던 지난해 1월 11일(44조4338억원)과 견주면 86% 급감한 수치입니다.

석 달 전 외화증권 보관액이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을 당시, 누리꾼들의 반응은 오늘(18일)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미장이 좋은 이유보다, 우리나라 시장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더 많은 것도 변함없습니다. 기울어진 자본시장 시스템, 금융당국의 뒷짐, 뿌리뽑히지 않는 증권 범죄. 개인 투자자들이 서쪽으로 갔던 까닭, 이젠 투자걸음을 멈춘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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